바둑전왕전
돌풍 제압한 조치훈 "AI는 상상의 세계 강해"
조치훈, 2-1로 日 인공지능 '딥젠고'에 승리
2016-11-23 오후 7:43:20 입력 / 2016-11-24 오전 11:40:51 수정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DeepZenGo)'와 조치훈 9단의 호선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3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에서 끝난 제2기 바둑 전왕전 3국에서 조치훈이 167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면서 종합전적 2승1패로 인공지능 딥젠고를 꺾고 우승했다. 중반까지 팽팽했고 상변타개를 매끄럽게 해낸 조치훈이 승기를 잡았다. 이후 우중앙 전투에서 곤란해진 딥젠고가 항복 의사를 밝혔다.
니코니코생방송에서 3국을 해설한 일본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은 “조치훈 9단은 상대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반상만을 생각하고 두어 가는 스타일인데 인공지능을 맞아서도 그런 태도를 견지했다. 그게 승인 요인이었다.”고 짤막하게 평가했다.
조치훈은 지난 19일 1국에선 223수 만에 흑불계승했고 20일 2국에선 179수만에 백불계패했다. 1국부터 3국까지 흑번이 모두 이겼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맞붙었던 딥마인드챌린지매치 때는 백번 승리가 4번 흑번 승리가 1번이어서 대조적이다.
딥젠고의 이전 명칭은 젠(Zen). 유명한 일본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다. 2014년 2월 열린 제1회 바둑 전왕전에서 젠은 9줄, 13줄, 19줄 바둑으로 실력을 테스트한 바 있다. 9줄 바둑에서는 일본 프로기사 장리요우(張豊猷) 8단과 히라타 도모야(平田智也) 7단에게 각각 2전 2패했다. 13줄 바둑에서는 일본 아마추어 기사인 에무라 기코(江村棋弘) 아마7단에게 각각 2전 2패했다. 19줄 바둑에서는 일본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씨에게 승리했다.
올해 3월 젠은 고바야시 고이치 9단에게 석점으로 도전했다가 불계패했다. 아마5단~6단 실력이었다. 그러나 7월 들어선 조혜연 9단에게 2점을 깔고서 이겼고, 호선으로 겨룬 이번 대회에선는 제2국에서 1승을 거뒀다. 19줄 바둑판에서 호선으로 프로기사에게 이긴 인공지능은 그동안 알파고가 유일했다.
딥젠고 프로젝트가 추진된 건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챌리지매치가 세계적인 화제를 뿌리며 끝난 3월15일로부터 이틀 뒤인 17일이다. 발빠른 시도였다.
알파고를 능가하는 세계최고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공지능기술 향상과 바둑계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알파고는 심층신경망을 사용해 기계학습을 하는 방식인 딥러닝을 적용했다. 개발팀은 젠에도 딥러닝을 거치게 하고자 했는데 그러자면 개발환경이 뒷받침돼야 했다. 바둑프로그램 젠(zen)의 개발자 오시마 요지(尾島陽児)ㆍ가토 히데키(加藤英樹) 씨 두 사람이 개발의 전면에 나서고 동경대교수팀과 IT기업 드왕고社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팀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년이 흐른 9월 시점에선 기력 지표인 고레이팅(Go Ratings) 3,000을 기록, 2015년 10월의 알파고 수준의 기력을 구현해 냈으며 제2회 전왕전 직전까지 개발을 지속했다. 전왕전에 사용된 딥젠고는 버전13이었다.
■ 태도 바뀐 조치훈 “인간은 강하지 않다”
3월 이세돌이 알파고한테 졌을 때도, 제2기 바둑 전왕전을 맞이할 때도 조치훈은 “인공지능에게 진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람들은 조치훈의 이런 발언을 대할 때 점잖게 말을 돌리며 상대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본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은 “저런 자신감은 조치훈 선생답다.”고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이 단 한 번뿐이라는 건 너무 아쉬웠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어떻게 진화해 나가는가를 지속해서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일본 IT기업 ㈜드왕고(Dwango) 측이 바둑 전성전을 주최한 이유였다.
이번 대결에 딥젠고는 CPU로 Xeon E5-2699v4 ×2(44코어, 2.2GHz), GPU로 TITAN X(Pascal세대)×4, SSD 128GB(시스템), SSD 480GB ×2, 램128GB의 하드웨어 사양을 적용했다(클러스터 접속은 하지 않음-분산식이 아니란 뜻.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지 않는다).
제한시간은 2시간에 초읽기 60초 3회. 덤은 6집반. 딥젠고 개발팀 대표 가토 히데키(加藤英樹) 씨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때의 아자황 박사처럼 인공지능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
타이젬에서는 바둑전왕전 3번기 3판을 모두 대국실에서 생중계했다.
3국이 조치훈의 승리로 끝나, 최종 승자가 되었는데 조치훈은 ‘역시 인공지능은 아직 멀었다.’ 같은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인공지능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으며 인간의 포석이론과 사고방식은 재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조치훈의 국후 소감이다.
“딥젠고는 중앙지향적이며 중앙 두터움을 중시하는데 딥젠고의 중앙 감각은 인간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면서 매우 뛰어나다. 3국 중반 들어, 지금까지의 감각이라면 흑이 좋아야 하지만 왠지 형세에 자신이 없었다. 일본에 건너온 이래 55년간 바둑을 연구해 오고 있지만 어떤게 된 일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졌다면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바둑을 연구한 걸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포석 이론과 사고방식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 딥젠고는 아주 강한 면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도 아닌데 인간미가 있다고 할까. 잠을 잘 못 자면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거나 그러지 않나. 마치 인간 같은 느낌을 딥젠고에게서 받는다.
3월에 젠을 본 뒤 6개월이 지난 9월, 다시 젠의 기보를 봤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래도 진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2개월이 지나 한 대국 한 대국 두어가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인간은 강하다'는 생각은 틀리다. 포석에서 내가 졌다. 상상의 세계에서 졌다.
이렇게 실력이 좋은 인공지능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세계바둑 보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나한테 바둑을 배우려면 어느 정도 제약이 있지 않겠나. 그러나 딥젠고에게는 얼마든지 다가가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2국 종국 장면. 당시 조치훈 9단에게 불계승한 '딥젠고'는 '알파고'에 이어 두 번째로 프로기사에게 호선으로 승리해 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됐다.>
[PHOTO=日本棋院]


TYGEM / 타이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