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한국 바둑AI '돌바람', 어디쯤 오고 있니?
'돌바람' 개발자 임재범 씨와 인터뷰
2017-08-25 오전 10:56:51 입력 / 2024-07-24 오후 2:49:03 수정
'컴퓨터가 유일하게 못 이기는 게임이 바둑이야'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겠어?'라는 말을 하던 시절이 불과 1년전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에 바둑계에 바뀐 모습들이 있다면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 사람과 인공지능의 페어 대결이 정식대회로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180도 달라진 것은 '바둑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긴다'는 인식이 아닐까.
신바람 나게 알파고가 이름을 알리기 이전에 한국에는 '돌바람'이 있었다.
'돌바람'은 2015년에 'UEC배'에서 준우승, '미림곡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바둑인공지능의 대표로 손꼽혔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열린 중신증권배에 출전해 6위를 기록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여 오히려 관심을 받았다.
더 고도화되고, 완성된 모습을 선보이는 바둑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한 지금, 한국 바둑인공지능 '돌바람'은 현재 어디쯤에 서있을까.
바둑인공지능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돌바람 네트웍스 임재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 왔는가. 바둑인공지능 대회가 많아지면서 바빠졌겠다.
폐막식에 참석하고 다음날 돌아왔다. 많이 바쁜 것은 아니고, 12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컴퓨터 바둑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열린 중신증권배 인공지능 바둑대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는가.
'돌바람'이 출전했던 다른 대회와 다르게 규모가 굉장히 컸다. 폐막식을 2시간 정도하고, 공연도 하더라. 구리 9단이나 다른 중국 프로기사들도 관심이 많은지 참석을 많이 했다.
한국은 유창혁 사무총장, 목진석 9단이 함께 했고, 미국 바둑회장 등이 참석하는 등 바둑 인공지능 관련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규모만 달랐는가. 다른 특별한 차이점이 있었는가.
기존 컴퓨터 바둑대회와 달랐던 점은 대리 착점자가 있어 바둑판에다가 직접 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국 서버를 별도로 마련해서 프로그램끼리 두게 했는데,바둑판에다가 직접 뒀다.
프로기사와의 페어바둑은 어쩔 수 없이 대리 착점자가 필요했지만 프로그램간의 대결에는 이번처럼 하지 않았다.
▶상상해보니 떨렸겠다. '돌바람'이 둔 수를 다른 곳에 둘 수도 있었겠다.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딥젠고'와 대국을 할 때 실수를 했다.
'돌바람'이 첫 수를 화점에 뒀는데, 내가 소목에다가 착점을 했다. 5수까지 진행된 뒤에 대리착점을 잘 못한 것을 알았다. 대리착점을 잘 못 했을 경우 다시 조정할 수 있는 룰이 있어 관계자에게 이야기해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사람과 인공지능, 혹은 인공지능간의 바둑 대결을 할 때 기존과 다른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룰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열린 컴퓨터바둑대회에서는 대리착점 시 실수가 있다고 인정되면 해당 장면으로 되돌려서 다시 대국을 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인공지능들의 실력이 어느 때 보다 향상된 것 같다. 중국, 일본, 대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의 바둑인공지능 수준은.
8강에 못 든 프로그램들은 아직 능력 향상이 필요해 보였다. 프랑스의 'Golois' 같은 경우는 7단 정도, 칭화대에서 개발한 'Abacus'는 5단 정도 수준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열린 중신증권배에 출전한 '돌바람'. 중국에서 주최한 이번 세계 인공지능 대회는 전체 규모와 실력면에서 명실상부한 인공지능 바둑대회의 최고 대회로 우뚝 섰다.
▶바둑 인공지능 개발의 발전은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중국은 특별히 바둑인공지능이라고 할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알파고 이후에 중국에서 '줴이'를 만들고, 칭화대 학생들이 급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Tianrang'은 주식 예측을 하는 것이 전문인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또한 바둑 인공지능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프로기사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좋은 일이다.
▶중신증권배에서의 '돌바람'이 6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의 개인적인 '돌바람'에 대한 평가는.
예전에 비하면 '돌바람'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수준들이 높아져 '돌바람'의 실력 향상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돌바람'에 대한 평가 보다는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들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할 것 같다.▶2012년부터 바둑인공지능 '돌바람'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돌바람'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바둑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1998년에 '바둑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아마추어 1단 정도 실력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나름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당시에는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실력이 낮아서 더 이상 발전을 시키지 못하고 마음을 접어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몬테카를로 방식으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눈을 돌렸다. '돌바람'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재미있어 보였다.
바둑인공지능은 2005년부터 몬테카를로 방식이 도입되어 수준이 아마추어 고수로 올라갔고, 또 딥러닝이 도입되면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딥러닝: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어 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기술)
▶프로그램 이름 '돌바람'에 숨은 의미가 있는가.
'돌바람' 이름은 직접 지었다. 바둑돌의 '돌'에 '바람을 일으킨다', 그리고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임재범 씨 기력은 어느 정도인가. 바둑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실력도 늘었을 것 같다.
바둑은 우리 세대 사람들이 많이들 그런 것 처럼 군대에서 처음 배웠다. 제대 후 대학교 바둑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을 했다.
인터넷에서 대국을 안 한지 오래 되어서 확실히 모르겠는데 초단 정도 되는 것 같다.
컴퓨터랑 일반인이랑 지켜보면서, '돌바람이라면 여기에 두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포석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다.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바둑을 잘 두면 좋겠지만, 프로그램 능력이 중요한 거라서 기력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돌바람'의 약점? 혹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수준에서 시급한 문제는 역전패이다. 다 이겨놓은 바둑을 중반 이후에 역전 당하는 경우가 있어 보완을 해야 한다.
사활이나 수상전에서의 정확도를 높여서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이창호-돌바람 조(왼쪽)와 대만 헤이자자와 CGI GO intelligence 조의 2017 인공지능사물인터넷 페어대회 1라운드 대국 모습.
▶6월에 국제 페어대회에서 이창호 9단과 '돌바람'이 조를 이뤄서 대국한 적이 있다. 이창호 9단이 어색해하지는 않던가.
이9단이 어색해하거나 그런 것은 못 느꼈다.
(이9단은 '돌바람'과의 대국 후 "오늘 대국이 매우 즐거웠다. '돌바람'이 약간 흥분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는 바람에 경기 결과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조를 이뤄 대회를 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처음 페어대회 출전을 요청 받았을 때 왜 이런 대회를 할까?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나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과 인공지능 모두 잘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기사가 페어를 이룬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잘 알고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되겠더라.
컴퓨터가 형세판단하는 방식과 프로기사가 하는 것은 다르다. 프로기사간 페어를 이루면 전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컴퓨터와 전략을 구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컴퓨터가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것은 어려우니,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맞춰나가야 하는 셈이다.
프로기사와 인공지능의 페어바둑은 활성화 시키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임재범 씨 혼자 고군분투해 개발한 '돌바람'으로 한국 바둑인공지능을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바둑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어려운 점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굳이 꼽자면 2012년 이후 '돌바람'이 엄청나게 성장을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 '딥젠고' 보다 못하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신경이 조금 쓰이기도 한다.
▶'돌바람'이 2015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력한 AI로 보여졌는데,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서 인 것 아닌가.
'돌바람' 개발은 1인 기업이 하고 있다. 반면 '딥젠고' 뿐 아니라 'CGI', '절예' 등은 많은 직원들이 공동 연구를 하고 있으며, 다방면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알파고 이후 바둑 인공지능이 딥러닝 기술을 빠른 속도로 탑재했다. '돌바람'도 기술에 고도화가 더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 혼자 다른 바둑 인공지능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돌바람'은 정부나 협회 등의 투자 혹은 관심이 거의 없는 것인가. 다른 나라는?
얼마 전에 카카오브레인과 한국기원이 바둑 딥러닝 오픈리서치를 위해 협력을 한다고 하던데, 소식만 뉴스로 전해듣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 중국, 대만은 대기업이나 정부, 대학교 등에서 공동연구를 하거나 기술 외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바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교육이나 생활 등에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돌바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향후 계획이 따로 있겠는가. '돌바람'의 약점을 점차 보완해 날 계획이다.
'돌바람'은 바둑 프로그램이다. 바둑 프로그램을 생활에 접목 시키기에는 힘들어 보이고, 바둑 교육에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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