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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00명 상대로 다면기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 리건 감독 인터뷰
2019-11-04 오후 10:43:15 입력 / 2019-11-04 오후 11:37:23 수정
영화 ‘신의 한수 : 귀수편’(감독 리건)이 7일 개봉한다. 배우 권상우(43)가 주인공 귀수를 맡은 이 영화는 356만 관객을 동원한 2014년 개봉작 ‘신의 한 수’에서 스치듯 등장한 ‘귀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속편이다.

▲7일 개봉하는 '신의 한수: 귀수편' 주인공 권상우.
영화 개봉을 4일 앞둔 11월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리건 감독은 “영화 숨은 주제가 바로 ‘바둑 한판이 인생과 같다’이다. 주인공 귀수의 삶의 여정이 첫수부터 끝내기까지 한판의 바둑으로 나타난다. 바둑을 아시는 분이 보면 바로 느끼실 것이며, 바둑 용어를 딱히 알지 못해도 인생으로 표현된 바둑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간사란 그저 한 판의 바둑(世事棋一局)’이라는 소동파(蘇東坡)의 글귀는 이 영화로 장편을 데뷔한 리건 감독의 모토이기도 하다.
리건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프로기사 김선호에게 바둑을 두 달 정도 배웠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고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전부라며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아버지와 서먹서먹해져서 잘 두지 않았다. 이번에 영화 제작을 시작하면서 김선호 프로기사에게 정식으로 배웠다. 당시에는 6급~7급까지도 올라간 적이 있다. 프로기사들이 대국하는 장면을 많이 관찰했고, 특히 극중 ‘외톨이’는 박정환9단의 (타이젬) 닉네임이기도 한데 이 점을 영화에 반영하기도 했다.”며 바둑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각본을 쓴 유성협 작가는 “15년 전 세계 바둑대회에서 본 이창호9단의 바둑은 긴장과 전율이 느껴지는 한 판의 무협 영화처럼 다가왔다. 그 긴장감을 스크린으로 옮겨 바둑이 올드한 놀이가 아닌 살아 숨쉬는 세계이자 액션의 장이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바둑과 관련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진입장벽이 높아 허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 과감히(?) 바둑이 소재인 영화에 뛰어 들게 된 계기를 “전작 신의 한수 (사활)편을 보고 나서 부터"고 꼽았다. "그 전엔 바둑영화를 만든다는 건 꿈도 못 꿨다. 바둑 한판을 두려면 두 세 시간이 걸린다. 러닝타임이 훅 지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다. 좀 더 바둑적으로 완성된 바둑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리건 감독은 4년간 바둑영화를 준비하고 제작하면서 바둑의 매력을 더 느끼게 됐고 이제 자녀에게 바둑교육을 시킬 생각까지 하게 됐다.
“바둑만큼 집중하게 하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분야가 없다. 바둑 한 판에는 그 안에 싸움이 있고, 또 공격도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매력적인 스포츠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자녀한테도 이런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

▲"전작을 보고 바둑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좀 더 바둑적으로 완성된 바둑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극 중 각 캐릭터별 독특한 바둑 스타일을 선보인 배우들은 전작 '신의 한 수'부터 이번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바둑 자문에 참여한 김선호 바둑 기사가 직접 설계한 실제 바둑 기보를 외워 연기하며 리얼한 바둑 장면을 완성했다.
“프로기사가 함께 하니 거의 ‘신’급으로 도움이 됐다. 기보를 대충 표현하는 것은 바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바둑 실력을 계산했고, 프로기사가 질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세밀하게 디자인하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 두 군데 혹시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
김선호는 두 달 동안 틈틈이 배우들에게 바둑을 가르쳤고, 배우가 직접 열 수 이상 외워서 착수할 수 있게 되자 굉장히 뿌듯해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권상우는 “한 번 촬영에 열 몇 수까지 외워서 둬야 하는데 잘 못 두면 안 되기 때문에 바둑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면장면에 선보인 기보는 30여 명에 가까운 프로기사들에게 검증을 받았다. 이 기보를 바탕으로 배우들은 캐릭터 연기 뿐 아니라 기보를 이해하고 바둑을 두는 디테일한 연기까지 선보였다.
“영화를 찍다가 동작이 어색하면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동작부터 연습했다.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역도 쓰지 않았다. 바둑을 배운 배우들이 서로 경쟁심이 생겨서인지 촬영장에서도 바둑을 두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바둑과 친해졌다.”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들이 벌써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고편에 중간중간 나오는 기보를 보고 이게 무슨 바둑인지 찾아내시는 분들을 봤다. 0.3초 가량 나온 것을 화면정지 해놓고 찾아보신 것 같은데 대단하다. 그 기보가 루이나이웨이9단의 기보라는 걸 바로 아시더라. 바둑실력이 높은 분들도 영화에서 바둑적인 재미를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리얼한 바둑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바둑두는 동작부터 연습한 배우들은 대역 없이 촬영에 임했다.
영화는 주인공 귀수와 함께 러닝타임 1시간46분을 꽉 채운 허일도 역의 배우 김성균을 비롯해 부산잡초 역의 허성태, 똥선생 역의 김희원, 외톨이 역의 우도환,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 등 출연진들의 열연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가 올라간다.
“6가지 스타일의 바둑을 열심히 준비했다. 내기 바둑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적 상상력으로 바둑대결을 완성하고자 했다. 관객들은 일색 바둑, 초속기 바둑 또는 사석 바둑에 좀 더 재미를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압권은 1대100 다면기이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평가해주실지 모르겠지만 1대100 다면기 장면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연출한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바둑의 재미를 전하기 위한 맹기(盲棋) 바둑, 사석(死石) 바둑, 일색(一色) 바둑 등 6인 6색의 스타일리시한 바둑을 만날 수 있다. 사석대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일색대국은 현실세계에서 잘 나오지 않는데 영화에 도입을 하게 된 것이 흥미롭다.
“일색대국은 귀신과 귀신사냥꾼이 등장하는 중국설화가 흥미로워서 가져왔다. 사석바둑은 외톨이가 자란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죽음에 집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었다고 보시면 좋겠다.”
주인공으로 권상우를 캐스팅 계기도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전편의 태석(정우성) 같은 경우 거침없이 몰고 나가는 야성미가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드라마적인 서정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선택하고자 했다. 어린 귀수의 아역 분량이 많은데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서정적 눈빛 연기에 권상우 배우가 딱 이었다. 정우성 배우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똥선생’ 김희원 배우 같은 경우에는 섭외하는데 4개월 동안 매달렸다고 전했다.

그 동안의 바둑영화를 보면 바둑의 장점이나 수에 대한 내용 보다는 어두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내기라든지 골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등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번 영화는 다를까.
“이번 귀수 편은 바둑의 깊이를 살리고, 일반 관객에게 다가서려 했다. 전편보다 바둑에 대한 이해가 강화됐다. 주변에서 ‘이번 영화는 액션영화가 아니라 바둑영화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바둑을 둘 줄 아시는 분들이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스스로 테스트 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액션과 바둑을 접목하는 것은 지난 편에서도 과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험난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갔을까.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인가? 바둑 영화인가?
“바둑 대결이 주요 사건이고 중심인 바둑을 표방하는 영화다. 이번 영화는 바둑대결이 주가 되고 액션은 뒤에서 따라 오는 걸로 보시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수적인 면에만 집중하지 않고 바둑을 모르시는 분들이 보셔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감독이 하이라이트로 꼽는 것은 주인공 귀수가 프로기사 100을 상대로 벌이는 다면기 장면이다. 최종 기보는 프로기사 김선호와 6개월간 스무 번 정도 수정을 거쳐 완성을 했을 정도로 애착이 간다. 1대100 다면기 장면 촬영은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다.
“클라이맥스 대결은 주인공이 프로기사가 백 명을 상대로 다면기를 펼치는 장면으로 구성했다. 바둑을 아시는 분들은 묘사가 세밀하다는 점을 눈치 채실 것이다. 4년 이상 준비한 100인 다면기는 100명이 지는 기보를 만들어야 했다. 프로 기보를 가져온 것도 있고 내용을 만들어낸 것도 있다. 촬영 시에는 분업이 철저히 되어 있기도 하고 바빠서 다른 분야의 스태프들 업무를 도와줄 시간이 없다. 100인 다면기 촬영을 위해 준비를 하는데 스태프들이 모여서 바둑판 하나하나에 기보를 놓아줬다. 바둑을 모르는 스태프들은 사진을 보면서 숨은그림을 맞추듯 해주기도 했다. 스태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영화를 찍든지 가족을 담아낸다는 리건 감독은 “정말 준비할 때부터 정성으로 만들었으니까 바둑 스타일이나 기보의 재미를 느껴 봐주셨으면 좋겠다. ‘디테일 잘 살렸네’라는 말 들으면 기분이 좋겠다. 다른 바둑 시리즈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대화를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