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바둑리그
안형준의 '여자바둑리그 8R 관전기'
부안 새만금 잼버리 ‘후반기 돌풍을 기대하세요’
2022-07-18 오전 10:07:04 입력 / 2022-07-20 오전 8:10:29 수정
▲2006년생 김효영(왼쪽)과 2007년생 김민서가 팀 승리를 합작했다.
[출처: 프로기사 안형준(바둑리그 컴투스타이젬 감독) ㅣ 블로그 ㅣ 이주의 여자바둑리그 8라운드 ] ▶ 원문보기
부안 새만금 잼버리 ‘후반기 돌풍을 기대하세요.’
부안 새만금 잼버리가 어린 원투펀치의 승리를 앞세워 시즌 첫 연승에 성공했다.
4연패로 시작했지만 최근 3승 1패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을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주장 김효영이 초반 부진을 딛고 살아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시즌 내내 꾸준했던 김민서와 살아난 김효영의 기세가 이어진다면 후반기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부안이다.
반면 부광약품은 상위권으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를 놓치며 중위권에 머물고 말았다.
▲1국 서울 부광약품 허서현(승) : 부안 새만금 잼버리 김다영(패)
부광의 주장 허서현은 데뷔를 부안에서 했다. 첫해 부진했지만, 후반기부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그녀는 다음 해 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3번째 시즌에 준우승까지 이뤄내며 부안의 화려한 2년을 장식한 후 부광의 주장으로 발탁됐다.
지난 시즌 첫 주장을 맡은 부담에도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허서현은 이번 시즌에도 부광의 주장이다.
오유진과 허서현이 떠난 후* 부안의 새로운 주장은 김다영이었다. 여류 기성전 우승을 한 이후 매년 주장을 맡아온 김다영은 지난해 8승 6패를 기록했지만 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드래프트에 나온 김다영은 의외로 순번이 밀리면서 부안의 3지명으로 합류했다.
절치부심하고 임한 시즌이었지만, 전반기의 성적은 3승 4패로 부진한 상황으로 부담을 지닌 채 임한 김다영과 주장으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허서현의 만남은 두 선수가 가진 긴장감 만큼 팽팽한 승부였다.
초반부터 서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큰 전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부분전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서로가 물러남이 없었다.
대형 전투가 이뤄지지 않으면 형세는 국지전 승패의 총합으로 판단하게 된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상변과 좌변 쪽에서 약간의 득점을 한 허서현의 우세에서 들어간 중앙 전투부터 바둑은 크게 요동치게 된다.
허서현이 가진 바둑의 장점은 초반 포석의 이해도와 중반부터 판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에 있다. 상대가 누구든 허서현이 초반부터 쉽게 무너지는 경우는 드물 정도로 초중반 운영에 강점을 지녔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올수록 흔들리는 모습이 많은데, 오늘도 그런 모습이 등장했다.

▲백은 중앙 1로 두었어야 한다 흑이 끊는 진행은 후속수단으로 백이 좋다.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타이밍에 정확한 수순을 놓치면서 승부의 저울추는 김다영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수만 교환을 해놓았다면 김다영의 승리는 유력했다.

▲흑1이 중요한 선수교환이었으면 흑3이 숨겨진 수다. 변화도대로 진행되면 백 대마가 모두 잡힌다.
선수 교환 자체로도 가치가 있으며, 숨겨진 수까지 있었기에 그대로 승부가 끝날 수도 있을 만큼 결정적인 수였다.

▲실전진행으로 반집 승부가 되었다.
하지만 숨겨진 수를 못 본 김다영의 손길은 그곳을 외면했고, 허서현이 그곳을 방어하면서 반집 승부로 변했다. 반집 승부지만, 조금 더 어려운 쪽은 김다영이었다.
보통 프로들의 바둑에서 수를 찾아야 하는 입장과 상대의 수에 대처를 하는 입장으로 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찾는 쪽이 더 어려워하고 못 찾는 경우가 많다. 오늘 대국도 그런 흐름이었으며 김다영이 평범하게 끝내기를 하면서 허서현의 반집승으로 결정되었다.
서로 무너지지 않으며 팽팽하게 맞섰던 두 선수의 결과는 바둑판에 존재하지 않는 반집이라는 격차로 승패가 나눠지고 말았다.
*3년 보호 원칙에 따라 오유진과 허서현은 부안을 떠나게 되었다.
▲2국 부안 새만금 잼버리 김효영(승) : 서울 부광약품 정유진(패)
06년생 동갑내기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같은 나이의 친구와는 어릴 때부터 자주 대국을 하게 되며 평생에 걸쳐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촉망받는 유망주들은 더더욱 그런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효영과 정유진도 비슷하다. 같은 도장에서 동문수학을 하던 두 선수 중에서 먼저 입단을 하면서 치고 나간 것은 정유진이었지만, 김효영은 입단과 동시에 신예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큰 주목을 모았다.
상대 전적도 1승 1패로 팽팽하며, 리그 성적도 3승 3패로 동일했던 상황에서 만난 17세 소녀들의 대국은 앞으로의 그들의 치열한 승부를 미리 예고라도 하듯 활활 타오르는 전투바둑으로 흘러갔다.
전투의 시작점은 우변이었다. 정유진이 협공을 하면서 김효영의 돌을 갈라 놓으면서 전투가 발발했다.
주도권을 장악한 쪽은 김효영이었다. 좌우로 흩어진 본인의 돌들을 안정화를 시키면서 가운데에 낀 흑 돌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본인의 돌들의 안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유진이 택한 길은 적극책이었다. 물러나지 않은 것은 좋았지만, 반격의 방향이 빗나간 것이 이 바둑의 승패를 가르고 만다.

▲흑2가 좋은 역습 수법이다.
중앙의 백돌 간에 연결고리는 튼튼하지 않았다. 그 지점을 찌르고 들어갔다면 바둑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유진이 끊어간 곳은 좌상이었다. 좌상의 약점도 충분히 노릴만한 지점이어서 이해는 가는 선택이었지만, 김효영의 반격이 시작되자 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실전은 좌상으로 손이 향했다.

▲백의 6,8 콤비가 좋아서 백이 승기를 잡았다.
몇 수가 진행된 이후에 형태를 살펴보면 상변도 백이 얻었고 좌변도 백의 수중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김효영이 모든 것을 갖은 채로 전투가 일단락이 된 것이다.

▲확실해질때까지 기다리다가 대마를 잡으러 갔다.
승기를 잡은 김효영의 손길은 침착하면서도 무자비했다. 본인의 약점을 지우고 상대의 약점을 괴롭혔다. 리그 초반 약점으로 지목받던 경솔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했던 김효영의 완승으로 대국은 마무리됐다.
3라운드 김선빈과 대결에서 경솔함으로 대역전패를 당한 이후 김효영은 다음 라운드를 결장했다. 그리고 돌아온 김효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4연승이라는 기록과 한판 한판 충실한 내용, 그리고 경솔함이 사라진 침착한 자세까지 보여주는 김효영은 한 팀의 주장으로써 부족함이 없다.
괄목상대[刮目相對]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눈을 비비고 김효영을 바라보게 됐으며, 앞으로 이 어린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3국 서울 부광약품 박지연(패) : 부안 새만금 잼버리 김민서(승)
박지연의 입단은 2006년이다. 입단 초부터 좋은 성적을 거둬온 박지연의 장점은 다양하다.
승부처를 정확히 감지하는 능력과 승기를 잡으면 놓치지 않는 힘, 그리고 상대의 빈틈을 흔들어가는 승부호흡까지 갖추고 있어서 그녀를 상대로 이겨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2007년생 김민서는 너무 쉽게 해냈다. 그것도 앞서 언급한 박지연의 모든 장점들이 나오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
김민서의 강점은 겁 없이 당당하게 두어 가는 것과 좋은 수읽기에 기반한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초반의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초반에 우세를 잡는 경우가 많다. 오늘 대국도 김민서가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우하부터 득점을 올리면서 시작한 김민서의 등을 박지연이 쫓아가려 했지만, 좌상과 좌하를 거치면서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좌변쪽 실패가 가장 큰 실점이었다. 백2가 느슨한 수였다.

▲백은 일단 젖혀서 싸웠어야 한다.

▲흑4는 일반적인 선택이 아니다. 보통은 백이 단수친 곳을 잇는 것이다.
불리한 형세를 깨달은 박지연은 우상 쪽 패를 통해 변수를 만들어간 순간 김민서의 참신한 선택이 나온다.
중앙을 관통당하는 선택은 일반적으로 좋은 길이 아니다.

▲중앙으로 백돌이 나왔지만, 상변은 확실히 흑집이 되었다.
그러나 이 대국에서 김민서의 착점은 묘하게 패를 키우지 않고 상변을 확실히 장악하는 길이 됐다. 상변이 집으로 굳어지자, 박지연은 어쩔 수 없이 우변을 한껏 키워가면서 승부를 걸어갔지만 김민서의 좋은 타개 수순이 나오면서 승부는 결판이 났다.

▲흑 1,3도 재밌는 타개수순이었다.

▲최후의 결정타다. 타개를 하러가서 도로 잡는데 성공했다.
과감함과 참신함 이 두 가지 특성이 김민서 바둑의 정체성이다.
본인만의 바둑을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고작 16살 소녀가 본인만의 바둑을 두면서 결과까지 내고 있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앞으로 더 발전할 모습이 기대가 된다.
신기하게도 팀의 주장인 김효영이 달라진 모습으로 연승 흐름을 만들고 있다면, 김민서는 본인의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