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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국은 상당히 속기로 진행되었고 두 기사는 점심식사도 거른 채 대국을 계속 진행해 오후 2시경에는 바둑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미 도전권과는 거리가 멀어져 반쯤은 마음을 비운 상태로 대국에 임했을 서봉수 9단도 막상 바둑이 미세해지자 승부에 대한 집념을 보였고 종국을 앞두고는 기록자에게 덤이 몇 집인가도 확인했다.
이에 기록자는 기록용지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덤이 6집반이라고 대답했고 두 대국자는 무심코 바둑을 진행했다.
조훈현 9단으로서는 자신의 우세를 확인하고는 맛좋은 끝내기를 두어가며 승리를 다져갔고 마지막 잔 끝내기를 마치고 계가를 한 결과 역시 흑을 쥔 서봉수 9단이 반면으로 6집을 남겨 조훈현 9단이 반집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되었다. 대국이 끝나고 대국실에 들어와 승패를 확인하던 한국기원 직원이 왕위전은 덤이 6집반이 아니라 5집반이라고 폭탄선언(?)을 한 것. 덤이 6집반에서 5집반으로 바뀌자 이 대국의 승패도 바뀌게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라 승패가 뒤바뀌는 상황이 되자 문제는 불거졌다.
객관적인 대회 규정에만 따른다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5집반의 덤을 고수하고 있는 왕위전에서야 서봉수 9단의 반집승이 맞지만 두 대국자 모두 기록자에게 덤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바둑을 둔 대국당시 정황으로 비추어본다면 조훈현 9단으로서도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억울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한국기원 측으로서도 기록용지에 오기를 한 책임이 있었다. 특히나 대국 전 기록용지에서 제한시간, 덤 등을 확인하는 프로기사들의 평소 습관을 감안한다면 작지 않은 실수인 셈이었다.
때마침 검토실에는 기사회장인 한철균 6단도 자리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미묘한 문제라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 문제를 정식으로 기사회에 상정하기로 결정, 현재 이 대국에 대한 판정은 유보된 상태이다. 5집반의 덤과 6집반의 덤이 공존하면서 벌어진 한국기원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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