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南팀의 주장인 박영훈3단(왼쪽)이 강원팀의 주장인 조대현 9단을 꺾어 종합전적 2:1로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서울팀끼리 결승에서 만나려나.
KAT시스템배 한국바둑최강전의 전신인 ‘월드컵개최도시 대항전’의 우승팀인 서울이 南과 北으로 둘로 나뉘어서도 최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11월 19일 타이젬이 인터넷 생중계한 가운데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02∼2003 KAT시스템배
한국바둑최강전 준결승전에서 서울南·北팀이 각각 강원팀과 충청팀을 누르고 1승씩을 챙겨 결승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1대1로 접전을 이룬 상태에서 열린 서울南팀과 강원팀과의 주장전은 서울南팀의 박영훈 3단이 강원팀의
조대현 9단을 212수만에 4집반승을 거뒀다. 앞서 열린 1·2장전에서 1승씩을 주고받아 팽팽하던 균형은 이날 주장전에서 서울南팀의
승리로 일단 기울어졌다.
타이젬 인터넷 생중계 해설을 하고 있는 김성룡 7단.
또다른 한판의 준결승전인 충청팀대 서울北팀과의 1장전에서는 서울北팀의 조한승 5단이 충청팀의
안조영 7단을 173수만에 불계로 꺾고 첫판을 따내 먼저 기세를 올렸다. 원래 서울北팀의 1장 선수는 원성진 4단이었으나 사정으로
인해 5장인 조한승 5단과 출장 순서를 바꾼 것인데, 조한승 5단이 강적 안조영 7단을 물리침에 따라 대타 역할을 100% 발휘해냈다.
이로써 KAT시스템배 한국바둑최강전의 결승 진출팀의 향방은 오는 26일, 충청팀과 서울北팀의 2·3장 대결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이날 대국에는 주장전인 충청팀의 서봉수 9단과 서울北팀의 유창혁 9단의 빅카드도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KAT시스템배 한국바둑최강전은 스포츠계의 구단 개념을 활용한 국내 요일의 시·도별 단체대항전.
연고별로 지역예선을 거쳐 선발된 한국기원 프로기사 각 5명씩이 12개 시·도별로 한팀을 이루어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른다.
과거 프로야구의 전후기 리그방식을 빌려 ‘2002시리즈(2002년 하반기) 우승팀’과 ‘2003시리즈(2003년
상반기)’의 우승팀끼리 통합챔피언전을 가져 최종 우승팀을 뽑는 것.
타이젬은 이 대회의 전 경기를 독점으로 인터넷에 생중계하고 있으며, 바둑TV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10분(재방 다음날
오전 9시)에 녹화방송한다.
조대현 9단과 박영훈 3단의 대결은 상극적인 기풍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조대현이 '다케미야(武宮正樹)가 울고 갈' 한국형 우주류의 간판이라면 박영훈은 전형적인 '실리+타개형'의 기풍. 특히
조대현 9단은 얼마전 이 대회에서 중후한 세력바둑으로 거함 조훈현 9단을 격침시킨 바 있어 관심이 더했다.
그런데, 박영훈은 오늘 우주류에 대응할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타이젬 생중계실을 온통 경악케 한 '센세이션의 한 수'는 무엇일까?
장면(파천황의
밭전자)
백1에 흑2는 조대현 다운 중앙지향적 응수.
그런데, 이때 등장한 백3의 밭전자가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렇게 한 파천황(破天荒)의 기수(奇手)였다.
"어, 생중계팀의 마우스 미스 아닌가?"
(관전자들)
"라식수술을 받은 탓인가요? 제 눈이 의심스럽네요."(타이젬 해설자 김성룡 7단)
관전자나 해설자나 모두들 경악스러워 하는
분위기인데~. 도대체 이 수는 무슨 영문일까?
참고도1(흑의 주문)
백1로 받는 것이 평범하지만, 그러면 흑2가 빛나는 대세점이 된다. 이하
흑12까지는 그 변화의 일례.
물론 이렇게 둔 다음에도 우변에는 침입여지가 남아 백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뱍영훈은 선악(善惡)을 떠나 흑의 의도대로 대세력이 구축되는 것이 꺼려졌을까.
참고도2(흑,
함정에 빠지다)
밭전자의 허점이 보인다고 즉시 흑1로 가르는 것은 속수. 백2로 뚫고나올 때 대책이 없다. 백6까지 흑 곤경!
이래서는 밭전자의 함정에 흑이 단단히 걸려든 꼴이다.
그래서 "밭전자 함부로 째는 사람(경솔한 사람)은 사위삼지 말라"는 바둑속담도 있지 않은가.
실전진행(백의
페이스)
뜻밖의 괴수에 할 말을 잃은 조대현 9단은 입맛을 다시며 흑1로 손을 돌렸는데, 이때 백2로 뛴 수가 의연한
대세점이었다. 그러자 당초 우주류를 펼치려던 흑은 이제 거꾸로 상변 백진에 뛰어들 수 밖에 없어 작전구상에
금이 가고 있다.
흑이 수습에 바쁜 사이 좌변과 상변을 모두 처리한 중앙 원군을 배경삼아 14로 깊숙히 뛰어들 수 있었고, 이것으로
바둑도 백의 페이스가 된 느낌.
결국 백△와 백2은 흑의 우주류를 저지하며 유연하게 대세를 이끈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다.
<210수 끝, 백 4집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