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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전

조훈현, '초단파워' 잡고 기사회생

2003-01-03 오후 4:33:00 입력

[제14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조훈현, '초단파워' 잡고 기사회생

도전자결정전 2국서 윤준상 꺾어… 1대1 타이


조훈현 9단이 기성전 도전자결정전 2국에서 윤준상 초단을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컨디션 난조로 최악의 연말을 보냈던 조훈현이 새해 첫 판을 장식하며 막판의 벼랑에서 탈출했다.

2003년 새해 첫 공식대국인 제14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자결정전 제2국에서 조훈현 9단이 윤준상 초단을 꺾고 종합전적 1대1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조훈현 9단은 지난해 12월 12일 최악의 컨디션으로 치른 도전자결정전 1국에서 윤초단에게 패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치열한 기풍의 맞대결답게 초반부터 유혈이 낭자한 대마상전으로 출발했는데, 결국 최후의 승리는 노련한 조훈현 9단에게 돌아갔다. 조9단은 하반 접전에서 통렬한 카운터펀치 한방으로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하변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윤초단은 중앙 세력을 이용, 마지막 공격에 나섰지만 상변 백 대마가 간명하게 살아가자 결국 142수만에 돌을 거뒀다.

지난해 연말부터 대국 폭주와 몸살로 인해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던 조훈현 9단에게 이날 승리는 단순하게 1승이 아니라 자신감을 되찾은 소중한 승리. 국후 조9단은 “연말에 며칠 휴식을 취했더니 몸살 기운이 가셨다”고 말해 컨디션이 회복기에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71년 명인전의 서봉수 이래 최초의 ‘초단 도전자’를 꿈꾸었던 윤준상 초단으로서는 승부가 3국까지 가게 돼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윤초단은 돌을 거두고 난 뒤 “오늘 대국은 완패”라면서 “도전자결정전 3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기성 타이틀은 93년 이후 이창호 9단이 10연패로 장기집권중이며, 주최는 세계일보, 후원은 현대자동차, 우승상금은 2400만원이다

이창호 9단의 10년 아성에 도전할 기사를 결정지을 도전자결정전 제3국은 오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



■하이라이트

제14기 기성전 도전자결정 3번기 제2국
<2003. 1. 3, 한국기원>

○조훈현 9단(1패) ●윤준상 초단(1승)

2003년 벽두를 장식한 戰神의 카운터펀치

지난 12월 폭주하는 대국일정에 과로와 몸살이 겹쳐 최악의 연말을 보낸 조훈현 9단. 1월 들어서도 삼성화재배 결승, 농심배 등 비중있는 대국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그로서는 새해 첫 단추를 꿰는 오늘 바둑의 의미가 새삼 컸을 것이다.

더구나 도전자결정전 첫판에서 패해 막판에 몰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임에랴.
오늘 바둑은 벼랑 끝에서 도리어 상대의 발목을 낚아채는 조훈현의 난국타개 능력이 한껏 돋보인 한판이었다.

장면(조훈현의 엄살 & 묘수)

하변에 뛰어든 백의 거대한 침입군이 심하게 몰리고 있다. '막강 초단파워'의 선두 윤준상(흑)의 파상공세에 휘말려 그로기 상태. 게다가 흑1이 백의 수수를 줄이는 기막힌 급소여서 백대마는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보인다.

"바보같은 놈! 찝는 수(흑1)을 생각못하다니~." 자책섞인 조훈현의 독백이 이어지자 "71년 명인전의 서봉수 이래 30여년만에 '초단 도전자'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억측까지 나돌았다.그러나 그것은 조훈현의 엄살이었으니….

백2가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맥점! '왜 조훈현이 전신(戰神)인가'를 입증하는 카운터블로우였다. 2003년 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한 첫 묘수였다고 할까.


참고도1(백, 무책)

흑1로 찝었을 때 그냥 백2로 잇는 것은 앉아서 지는 길. 흑3으로 막혀 백이 안된다.

이하 백16까지 외길의 수상전이 벌어지는데, 이 결과는 흑의 선패(先覇). 당연히 만패불청이므로 백의 참패이다.


참고도2(흑, 무리)

그런데, 백△의 맥점에 의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흑1로 끊지 못하는 것의 흑의 비극. 흑3·5로 버텨보아도 백4·6으로 솔솔 빠져나가면 대책이 없다.

 



참고도3(역시 흑, 곤란)

그렇다고 흑1로 물러서는 것도 백2·4로 빠져나와 역시 마찬가지.


참고도4(흑, 망함)


흑1로 끊으면 오른쪽 꼬리는 잡을 수 있지만, 백2로 요석(△)들이 잡혀서는 흑이 망한 꼴.

더구나 좌하귀 흑도 미생이어서 흑으로선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는다.


실전진행1(전세 역전)

하염없이 장고에 빠져있던 윤초단은 흑1로 참고 말았으나, 백2로 나가자 봇물이 터진 격이다.

흑7로 뒤늦게 터진 보를 틀어막았으나, 이미 수가 많이 늘어난 형국이라 <참고도1>과는 천양지차.

백8·10으로 이제는 도리어 흑이 그로기 상태!

 




실전진행2(백승 확정)

좌하 흑과 하변 흑의 수상전은 백의 절대 유리. 더구나 백10·12가 좋은 수순이며, 백14가 절호의 팻감이어서 흑의 역부족.

결국 백대마는 거저 살아가고 좌하귀엔 꽃놀이패만 남아서는 흑이 망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사실상 승부 끝.

<142수 끝, 백 불계승>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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