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3단이 치수고기치 10번기 시작 이래 처음으로 루이 9단을 제치고 한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1월 16일 강남구 논현동 타이젬 본사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타이젬 특별이벤트 여류최강 치수고치기 10번기’ 제7국에서 박지은
3단이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에게 242수만에 백 1집반승을 거두었다.
지난 6국에서 패해 두 번째로 정선으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던 박3단은 이번 승리로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거꾸로 루이 9단을
정선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루이 9단은 지난 11월 8일 치수고치기 10번기 개최 이후 처음으로 호선바둑을 잃으며 수세에 몰렸다.
승리후 환하게 웃고 있는 박지은 3단.
이날 대국은 정선 치수가 되느냐, 아니면
역전에 돌입하느냐는 첨예한 기로에 선 중요대국답게 초반부터 기세싸움이 대단했다.
루이 9단은 초반 포석에서부터 대세력 작전으로 나서 중앙을 한껏 키웠고 박3단은 5·6국과 마찬가지로 네 귀를 선점하며
실리로 맞섰다.
승부의 분수령은 결국 우변 중앙전투에서 결정났다.(하이라이트
참조)
흑의 우중앙이 모양을 갖추자 박3단은 과감한 승부수를 날렸고, 결국 우변 백이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살아가자 백이 단번에
승기를 휘어잡았다. 이후 박3단은 지난 6국에서 끝내기 역전을 당한 걸 의식하듯 두터운 반면 운영으로 승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국후 박3단은 처음으로 스코어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7판을 두는 동안 겨우 한번 앞서 나간 것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박3단은 “오는 8국에서도 치수에 연연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루이 9단은 이날 대국 내용이 마음이 들지 않는 듯 국후 남편 장주주(江鑄久) 9단과 오랫동안 복기를 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루이 9단은 복기 도중 눈가를 붉히기도 해 이날 승부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편, 박지은 3단의 역전으로 인해 앞으로 남아있는 8·9·10국 총 3판의 결과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루이9단(오른쪽)과 남편 장주주 9단이 국후 복기를 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승리의 기세로 박3단이 8국마저 이겨 루이 9단을 정선 치수로 내모는 대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루이 9단이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남은 3국을 모두 승리하게 되면 치수고치기 이벤트는 결국 박지은 3단의 정선치수로 막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다음 8국은 두 사람 모두 자존심을 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으로 떠올랐다.
양대국자가 함께 모여 복기를 하고 있다.(오른쪽부터 김지명 바둑TV
진행위원, 장주주 9단, 박지은 3단, 루이9단, 정용진 타이젬 이사)
타이젬이 주최한 여류최강 치수고치기 10번기는
연승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2연패를 당하면 치수가 정선, 두점 순으로 급변해 한판 한판이 치수 변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 역전을 허용한 루이 9단이 재반격에 나설지, 박지은 3단이 내친 김에 정선 치수까지 몰아붙일지 제8국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타이젬은 이날 대국과 마찬가지로 ‘반상의 손오공’ 서능욱 9단의 정확한 해설로 제8국도 인터넷 생중계할 예정이다. 제7국 인터넷
생중계 내용은 '대국실->기보감상->생중계->기타'에서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루이나이웨이 9단 VS ○박지은 3단 <2003.
1. 16, 타이젬 특별대국실, 백 1집반승>
조치훈
못지 않은 폭파 전문가, 박지은
될 듯 될 듯하면서 안될 때가 있다. 내용상으로는 분명 해볼 만한 것 같은데 승부에서는
번번이 '한 끗발(?)' 차이로 질 때, 바로 이럴 때가 승부사로선 환장할 때다.
한번만 이겨주면 그 다음부터의 싸움은 충분히 겨뤄 볼 만할 것 같건만…. 그러나 이 한번을 이기기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판맛
한번 보는 게 뒤로 자꾸 미뤄지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어느새 '자신감'을 상실하고 스스로 '낭패감'에 젖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치수고치기 10번기 공이 울린 이래 호선으로 둔 세 판을 모두 끝내기 단계에서 추격 당해 지고
말았다. 마무리를 야물딱지게 했으면 한두판은 충분히 건질 수 있었던 내용이었고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선(定先)으로
떨어져 다시 기어오르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한판의 승리는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박지은 3단에겐 참으로
가뭄에 단비 같은 해갈이었다. 그것도 호선(互先)에 백을 쥐고 이긴 승리였기에 그동안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던 치수고치기 10번기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그런 승리였다. 다시 정선(定先)으로 추락할 위기에서 거꾸로 상대를 정선 벼랑으로 몰아넣었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장면도1 (폭파부대 투입)
두 사람의 치수고치기 시리즈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7차전은 초반부터 루이 9단(흑)의
세력과 박지은 3단(백)의 타개가 극명하게 맞서 누가 이기든 K.O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흑의 본진에 막바로 뛰어든 백1. 폭파 특공대이다. 이런 바둑은 잡으면 이기고 못 잡으면 진다.
공격은 날일자로 하라는 격언대로 흑2. 백3으로 붙인 수까지는 피차 예견된 수였는데 이때 옆구리에 껴붙인 흑4가 관전객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백가로 뻗으면 흑나로 결딴을 내겠다는 속셈. 일순 백이 곤란해 보이는데….
참고도1
(백 활발)
흑1로 젖히는 것은 백4까지 간다하게 틀을 잡아 잡기가 쉽지 않다. A의 약점도 불만.
참고도2
(끼움수가 좋았다)
백의 폭파부대 투입에 루이 9단이 흥분하지 말고 좀더 냉정하게 대처했더라면 흑1의 끼움수를
필시 생각했을 것이다. 백6까지 피차 어려운 바둑이긴 하지만 실전보다 이쪽이 더 강력한 의미가 있었다.
장면도2 (안방을 차지한 폭파부대)
루이 9단의 생각은 백이 1 이하 5까지 틀을 잡더라도 흑6으로 우변을 확보하며 계속해서 거세게
공격하면 좋다고 보았으나(물론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 다음 백7에 흑8로 나약하게 물러선 수가 문제였다. 백9에 더이상
신랄한 공격수가 안보이는 게 문제.
할 수 없이 흑10으로 기수를 돌려 후일을 도모하면서 대신 흑12로 좌변 건설에 나서고자 했으나 주력부대인 우중앙
흑세가 힘 한번 못쓰고 깨져서는 판세가 결정되었다.
꿩 대신 닭으로 생각했던 좌변 흑진도 백13의 맥점으로부터 시작, 결국은 투자한 것에 비해 볼품없는 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고도3
(강력히 추궁해야 했다)
흑1로 젖히는 강수가 있었다. 이하 흑17까지는 국후 박지은 3단이 "상대가
이렇게 두어올까봐 매우 걱정한 수순"이었음을 밝혔듯 백△ 일단의 허리가 잘려나가 흑이 유망한 그림.
평소 젖히고 끊을 데만 있으면 말보다 주먹부터 내밀며 일전불사를 마다않던 '여전사' 루이 9단이 오늘은 어찌된 영문인지
너무 온순히 응대했던 것이 패인이라면 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