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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2002 한국바둑 진기명기

2003-01-13 오후 12:05:11 입력

[2002 한국바둑 진기명기]

묘수 1

이창호를 쓰러뜨린 '소년장사'의 힘

제7기 LG정유배 본선
○송태곤 2단 ●이창호 9단
<2002. 5. 27, 204수 끝, 백 불계승>

'소년장사' 송태곤이 세계최강 이창호를 격침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선 일국이다. 특히 천하의 이창호도 불각한 묘수 일격으로 그를 쓰러뜨렸다는 점에서 2002년 묘수 베스트 TOP감이다.


장면(이창호도 못본 묘수)

우하 일대에서 그로기 상태에 몰린 백대마를 살리지 못하면 백이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때까지도 이창호 9단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바둑이 끝났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단 한 사람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백1이 지옥문턱의 백대마를 구해낸 묘수!


참고도(흑, 무리)

흑1로 따내면 괜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백4가 이어지는 후속타이며, 외길수순으로 거쳐 백18에 이르러 흑은 결딴이 난다 (백A와 B가 맞보기).


실전진행(백대마 생환)

고심하던 이9단은 흑1로 물러섰으나, 백2~로 패가 나서는 백대마의 토출용궁(兎出龍宮).

팻감부족을 절감한 이9단은 눈물을 머금고 흑7로 물러섰으나, 백10으로 대마가 떵떵거리며 살아서는 백의 역전승이 결정되었다.



묘수 2

대마를 구해낸 '쎈돌'의 묘기

제36기 왕위전 본선
○이세돌 3단 ●조훈현 9단
<2002. 6. 17, 233수 끝, 백 9집반승>

이세돌 3단이 세계정상에까지 오른 힘의 원천은 뭐니뭐니해도 전광석화처럼 빠른 수읽기이다. 특히 그는 예의 빠르고 송곳같은 수읽기로 기풍 면에서 닮음 꼴로 불리는 조훈현 9단에게 무려 8연승을 거둔 바 있다.
다 죽었던 대마를 사지에서 구해내며 불리한 형세를 단번에 역전시킨 이 바둑은 그 수읽기 힘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장면(기상천외의 묘수 연타)

하변에서 뻗어나간 거대한 백대마(○)가 풍전등화 상태.

아무리 보아도 두 눈을 낼 곳이라곤 없어 흑의 만방승이 아닌가 했는데, 그 순간 백1·3이라는 기상천외의 묘수 연타가 작렬한다.


실전진행(보따리까지 빼앗다)

흑1을 기다려 백2로 조인 것이 준비된 후속수단. 그리고 백10·12가 팻감을 미리 키워놓는 정확한 수순이었다. 백14에 이르러 패!

결국 사경을 헤매던 우변 일대를 꿀꺽 삼키며 살아가서는 보따리까지 빼앗은 형국 아닌가. 백20에 이르러 백이 반면으로도 남는 바둑이 되고 말았다.


참고도(백, 무책)

평범하게 백1·3으로 처리하는 것은 흑4로 받아 아무런 수도 안된다. 흑8까지 백대마는 꼼짝없이 절명!



묘수 3

'흑기사'의 1선 맥점

제37기 패왕전 예선결승
○염정훈 4단 ●김승준 7단<2002. 4. 1, 250수 끝, 흑 4집반승>

두터운 기풍의 '흑기사' 김승준 7단은 파워와 수읽기가 뛰어나며 난전을 즐긴다.

그래서 그의 바둑에서는 항상 기기묘묘한 묘기가 백출하곤 하는데, 지난 해에도 책에 남을 만한 묘수 한 건을 남겼다.


장면(대마의 급소)


흑에게 둘러싸여 쌈지를 뜬 백대마(○)의 낌새가 이상하다.

과연 어디가 급소일까 하는 순간에 이내 흑1이라는 묘수가 터졌다. 이로서 백대마는 그냥 살기 어려운 신세가 되었다. 이래서 쌈지뜨면 안된다고 했을까.



참고도(백대마 사망)

백1로 잇는 것은 흑2·6으로 궁도를 좁힌 다음 8로 파호해 백대마가 그냥 잡히고 만다.


실전진행(꽃놀이패 발생)

그래서 일단 백1로 잡고 보았으나, 흑2로 끊은 것이 준비된 후속타. 결국 흑6까지 패가 났는데….

팽팽한 바둑에서 이처럼 백대마가 걸린 꽃놀이패가 나서는 일거에 바둑이 흑에게 기울고 말았다. 급소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까.



묘수 4

아래 위를 맞보는 묘수 & 위장전술

제7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결승
○뤄시허(羅洗河) 9단 ●송태곤 2단<2002. 7. 29, 152수 끝, 백 불계승>

파워와 수읽기를 자랑하는 '소년장사' 송태곤이 이번에는 묘수에 울었다.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결승에서 중국의 ?소룡' 뤄시허(羅洗河)를 맞이한 송3단은 초반부터 힘으로 밀어붙여 중반까지 필승의 형세를 구가했으나, 상대의 승부수에 방심하다가 걸려들고 말았다.

장면(네티즌이 예견한 묘수)
실리로 태부족한 백이 좌중앙 흑대마 전체를 잡으러 든 장면. 그러나 흑대마는 탄력이 풍부하여 절대로 잡힐 말이 아니었으나, 방심한 송3단이 미적미적 하는 사이 정말로 큰 사단이 일어나고 마는데….

흑1로 차단하자 요석 ○들이 화급한 상황. 여기서 뤄시허 9단은 마치 초읽기라도 몰린 듯 백2·4에 이어 백6까지 선수하려 하는데, 이것이 교묘한 위장전술이었다. (백6이 꼭 있어야 백10의 묘수가 성립하니까. )

그런데, 방심한 송3단은 덥석 흑7로 받아주었고, 이내 백10의 묘수가 작렬했다.
A와 B를 맞보는 묘수! (사실 이 수는 이 바둑의 인터넷 생중계를 보던 한 네티즌이 먼저 발견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참고도1(백, 연결)

흑1로 차단하면 백2로 넘어가 흑이 안된다.



실전진행(백대마 함몰)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송3단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흑3~7로 탈출을 모색했으나, 백8에 이르러 실패(다음 흑A는 백B로 그만)! △가 흑의 탈출을 봉쇄하는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몇 수 더 두다 송3단은 돌을 거두고 말았다. 방심이 부른 화였다.


참고도2(흑의 필승코스)

사실 백1·3은 백5를 관철시키기 위한 트릭이었다. 이때 흑이 조금만 침착했다면 흑6으로 외면해 그만이었다.

백7에는 흑8. ○들을 잡은 이득이 흑▲를 떼준 손해 못지 않으며, 이랬으면 흑이 반면 20여집은 남는 필승지세였다고 송3단은 국후 못내 아쉬워했다.


참고도3(흑의 마지막 찬스)

백□를 당했을 때도 찬스는 있었다.

흑1·5로 패를 내는 것이 그것인데, 흑25까지 최대한 버티면 막상 백도 만만치 않다. 흑에게는 A쪽의 팻감이 많기 때문.

그런데, 당혹감과 자책감에 이성을 잃은 송3단은 마지막 비상구마저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 그만 대마를 죽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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