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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배 마스터스

KT배 결승 1국 하이라이트

일지매를 녹다운시킨 쎈돌의 잽 & 카운터펀치

2003-04-07 오후 6:12:21 입력

'쎈돌'의 전광석화같은 전진속공에 공격바둑의 대명사 '일지매'마저 무너졌다.

이창호의 벽을 넘어 세계최정상에 올라선 이세돌, 그에게 묘한 설욕을 별러온 유창혁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KT배 결승1국은 당초 치열한 격전이 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특히 두 기사 모두 수읽기와 펀치라면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정도의 호전적 기풍이라서 상당한 난타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나왔다. 유창혁의 어이없는 실족에 편승한 이세돌의 중반 KO승으로 막을 내린 것.
승부가 갈린 대목을 살펴본다.

[제2기 KT배 마스터스 결승1국]
○이세돌 6단 ●유창혁 9단 <2003. 4. 5, 182수 끝, 백 불계승>



장면(승착이 된 쎈돌의 잽)

쌍방 평온한 포석이 막 끝난 중반의 초입. 이때까지만 해도 팽팽한 흐름이었는데, 일순간 유창혁 9단이 무너지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백1의 응수타진에 이어 백3·5로 나가끊은 이세돌 6단, 그러나 흑6으로 잇고 나자 마땅한 후속타가 보이지 않는지 한참을 고민한다.
(사실 우상귀에 마땅한 수단이 없어 '긁어부스럼'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

이어 떨어진 백7의 '잽'. 일견 어정쩡한 완착처럼 보이는데…, 이 수가 상대의 흥분시켜 실족을 유발한 승착이 될 줄이야.


참고도1(백, 별무신통)


우상귀에서 직접 수를 내려는 것은 잘 안된다. 가령 백1로 움직여보아도 흑6까지 알기쉽게 받아 그만.

이래서는 우상귀를 크게 굳혀준 죄가 커서 백은 얻은 것이 없다.


실전진행1 (일지매의 과욕)


그런 의미에서 △는 일종의 궁여지책의 응수타진이었는데, 이 수에 유창혁 9단이 흑1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뜻밖의 파란이 일어난다. 흑1로 받은 이상 흑5까지는 외길수순.

그런데 백6으로 쭉 뻗자 돌연 이상해졌다. 백A, B 따위의 수단이 노출되면서 별안간 어수선해진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해 흑1이 과수였던 것이다.


참고도2(흑, 잡고도 망하다)

흑1로 두면 우상 백은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백2를 얻어맞는 것이 너무 아픈 데다 차후 ×자리를 모조리 선수로 싸발려 견딜 수 없다. 이래서는 흑이 잡고도 망한 꼴.

A의 허점까지 사라져 이 그림은 백의 사석작전 대성공이다.


실전진행2(크게 걸려든 흑)

그래서 유창혁 9단은 흑1로 강하게 버텼지만, 백2로 막고보니 우상귀 백은 아주 끈끈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흑3·5는 어쩔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 그러나 백8이 빈삼각의 묘수여서 흑은 점점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윽고 백10으로 젖히니 뭔가 대형사고가 발생한 형국!

마침내 흑이 크게 걸려든 것이다.


참고도3(백, 불안)

흑1에 백2로 뻗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러면 흑A로 치고나가는 수가 남아 백도 간단치 않다.

백B는 흑A의 수단을 선수로 방비한 임기응변의 묘수인 셈.


참고도4(흑, 무책)


○의 젖힘수에 흑은 응수가 곤란하다. 가령 흑1로 받는다면 백6까지 알기 쉽게 우상 흑이 잡혀 망한다.


실전진행3(흑, 패망)

궁지에 몰린 유창혁 9단은 고심 끝에 흑1로 끊는 비상책을 강구했으나, 이런 대목은 이세돌의 전공과목이라 이미 희망이 없다.

백4가 흑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산산조각 내버린 강수이며, 백10이 회심의 결정타!
결국 백14까지 당초 안방주인이던 흑돌들이 속절없이 잡혀 이곳 싸움은 '흑, 패망'으로 끝났다.



참고도5(흑의 희망사항)


흑의 희망사항은 흑3때 백4로 잡아달라는 것. 그러면 이하 흑17까지 두눈을 내며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된다 하더라도 당초 흑집이던 우상귀가 깨진 손실이 워낙 커서 흑이 좋은 형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즉, 근본적인 잘못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


참고도6(흑의 최선)

거슬러올라가 △로 짚어왔을 때 흑은 그냥 흑1로 참아두는 것이 현명했다. 그러면 백은 2를 선수하고 4로 막는 정도인데, 그때 흑5 정도로 보강해 일단락.
이 결과는 우상귀가 짭짤하게 굳어져 흑도 불만이 없으며, 창창한 바둑이다. 이것이 국후 두 대국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결국 '쎈돌'의 교묘한 잽에 '일지매'가 참지못해 화를 낸 것이 패착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 이세돌 6단은 심리전에도 이력이 붙은 것일까.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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