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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배 마스터스

‘일지매’의 설욕이냐, ‘쎈돌’의 기세냐

유창혁-이세돌 결승 첫판 5일 개막

2003-04-02 오후 8:54:31 입력

엘리어트는 4월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 ‘4월은 잔인하다’고 했다. 하지만 KT배 결승전에 오른 유창혁·이세돌은 둘 중 한명은 피를 볼 수 밖에 없는, 진짜로 ‘잔인한 4월’이 될 것 같다.

‘세계최강’ 이창호마저 꺾은 이세돌의 거침없는 기세가 지난해 상금랭킹 1위인 유창혁마저 무너뜨릴 것인가, 모처럼 결승무대에 복귀한 유창혁 9단이 그동안 이세돌에게 당한 수모를 설욕할 것인가. 바둑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유창혁 대 이세돌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곧 시작된다.


최근 이세돌의 기세는 가히 하늘도 뚫을 태세다. 세계 1인자인 이창호 9단을 KT배 준결승전에서 물리치더니, LG배마저 3대1로 이창호를 넘어 우승컵을 차지했다. 세계 그 누구도 두려울 것도 없다는 인상이다.

2002년 바둑문화상에서 MVP를 수상하면서 “최우수기사상 수장자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성적도 좋다. 현재까지 18승 4패. 3월 들어서만 6연승을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틀도 차곡차곡 늘고 있다. 지난해 유창혁 9단을 꺾고 차지한 후지쯔배와 이번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으로 세계대회 우승컵만 벌써 2개. LG정유배, KTF배, SK가스배 신예프로 10걸전 등, 신예기전까지 합하면 5관왕이다. 이번에 KT배 우승컵까지 차지한다면 6관왕으로 이창호 9단이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수(9개)에 버금간다. 물론, 신예대회를 제외하면 현재 3관왕이지만, 이 역시 국내 두번째다.

특히, 이세돌 6단은 유창혁 9단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통산전적에서는 11승 12패로 엇비슷한 양상이지만, 지난해부터는 5승2패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KTF배 결승2국 이후로는 4연승째. 올해 가진 단 한번의 대국이었던 패왕전 본선에서도 역시 이세돌 6단이 승리를 거뒀다.

결승·도전기에서는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에 있었던 제8기 배달왕기전, 지난해 있었던 초대 KTF배, 그리고 세계대회인 제15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대회 모두 이세돌 6단이 전승을 거둔 것이다.

이세돌, 결승무대에서 유창혁에 전승
유창혁, 와신상담 이세돌에 설욕 별러
‘대국 당일 심리가 주요 변수 될 것’

하지만, 유창혁 9단도 그렇게 녹록치 않다. 지난해 비록 후지쯔배에서 이세돌 6단에게 패해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지난해 LG배 우승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성공시키며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한 저력과 관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세계대회에 비해 국내기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유창혁 9단으로서는 모처럼 맞이한 이번 호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것이다. 이번 KT배를 전기로 삼아 세계정상으로 재도약할 마음이 간절한 것. 유창혁 9단은 KT배 준결승전에서도 몸살에 시달리는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도 유연한 반면 운영으로 ‘농심배 스타’ 박영훈을 제압하고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유창혁 9단으로서는 이번 KT배 결승 상대가 이세돌 6단이라는 점이 내심 반가울 것이다.

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이세돌 6단에게 우승컵을 내줘 일각에서는 ‘유창혁이 이세돌을 키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설욕하고 싶을 것이다.

KT배 결승전을 며칠 앞두고 있지 않은 유창혁 9단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그는 “어릴 때는 우승에 대한 집착이 강했지만 지금은 나이 탓인지 담담하다”면서 상대가 이세돌 6단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고 밝혔다. 다만, 모처럼 국내대회 결승에 오른만큼 좋은 결과를 거두고 싶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했다. 다행히 유창혁 9단의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

이번 승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세돌 6단이 조금이나마 우세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력 차이는 거의 없지만, 최근 이창호 9단을 꺾고 LG배 우승컵을 차지한 이세돌 6단의 기세를 높이 사고 있는 것. 특히 이세돌 6단의 경우 기세를 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LG배 우승의 자신감이 KT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해 유창혁 9단(왼쪽)과 이세돌 6단이 겨룬 제1기 KTF배 결승3번기 최종국 복기 장면.

반면, 일부에서는 유창혁 9단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후지쯔배 패배 이후 한동안 슬럼프를 보였던 유9단이 이번 결승에 남다른 각오를 임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결국 이번 KT배 결승3번기는 양 대국자의 대국 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능욱 9단은 “이세돌 3단이 LG배 우승이라는 기세를 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리해 보인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승리감에 도취돼 자만한다면 유창혁 9단에게 의외로 싱겁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바야흐로 2002년을 가장 빛낸 MVP와 상금랭킹1위가 최정상에서 만나 연출하게 될 한판 명승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타이젬(http://www.tygem.com)은 오는 5일 오후 6시에 열릴 결승전 첫대국을 비롯, 결승3번기 전대국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한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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