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쎈돌'의 밀어붙이기냐, '일지매'의 반격이냐로 관심을 모았던 KT배는 의외로 유창혁
의 압승으로 끝났다.
시종 박진감넘치는 접전으로 점철된 이 바둑은 위기에 몰릴수록 강해지는 유창혁의 강미를 실감할 수 있는 명국이었다. 특히 최근
전투에 관한 한 세계제일의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이세돌을 상대로 기백넘치는 강수를 연발하며 정면대결을 벌인 끝에 통쾌한 KO승을
이끌어 낸 사실은 '유창혁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장면1(의표를 찌른 유창혁의 승착) 초반 승부처가 된 우상 전투장면.
흑3~5로 회돌이치는 모습이 너무 통렬해 이때만 해도 흑이 기선을 제압한 형국. 그런데, 기분에 취한 나머지
흑9로 이은 것이 대완착이었다. (국후 이세돌 6단은 바로 이 수를 '한 수쉰 꼴이나 다름없는 패착'으로 단언했다.)
A의 약점에 개의치 않고 백10으로 눌러간 것이 유창혁다운 대범한 수법. 흑13이 백 전체를 물고 늘어지는
강수였으나. 이때 백14로 이은 것이 이세돌의 의표를 찌른 승착이었다.
백16까지 되고 나니 B의 허점이 노출되면서 흑의 작전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진 것.
실전진행1-1(백, 주도권 장악)
백2가 놓이니 흑3이 불가피. A의 단점을 선수로 없앤 백은 4·6으로 흑진을 유린하며 적잖은 이득을 취한다.
흑9로 총공세에 나섰으나, 백10·12가 멋진 타개의 맥. 백18에 이르니 공수의 주도권을 도리
어 백이 빼앗은 느낌이다.
참고도1-1(흑, 파탄) △가 놓인 이상 흑은 우변을 손뺄 수 없다. 가령 흑1 따위로 딴청을 피우다간 백2의 맥점을 당해
견딜 수 없기 때문.
참고도1-2(백, 반사적인 악수)
그런데, 만약 흑1때 덥석 백2로 단수쳐놓았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A쪽의 약점이 스르르 사라지면서 B의 약점이 부각되어 백이 곤경에 처한다. 그래서 백이 4자리에 그냥
이은 수가 승착이라는 것이다.
참고도1-3(이세돌의 후회)
국후 이세돌 6단은 백1때 흑2로 받아두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백3이라면 그때 흑4로 이어도 늦지 않았다는
것. 실전과 이 그림은 족히 '한 수 차이가 난다'는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