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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바둑왕전

쎈돌만 만나면 흥분하는 석불?

이창호 VS 이세돌 하이라이트

2003-04-11 오후 5:21:12 입력

LG배에서 이세돌에게 허망하게 무너진 이창호. '이창호가 졌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평정심'의 대가로 불리는 그가 '자기 바둑'을 두지 못한 채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것도 좋은 바둑을 단 한번의 과수로 그르쳐놓은 것.

호사가의 말처럼, 정녕 이세돌에게는 '돌부처'마저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일까.

[제22기 KBS바둑왕전 승자16강전]
○이창호 9단 ●이세돌 6단 <2003. 4. 9, 245수 끝, 흑 3집반승>



장면(사고 전야)

'흑 실리 VS 백 세력'의 구도로 갈린 중반. 우변 흑집도 크지만, 중앙을 제압한 백의 두터움이 상당해서 이때까지만 해도 '백이 두터운 느낌'이 드는 바둑이었다.
(이 바둑을 검토한 서능욱 9단도 박지은 3단도 동감).

그런데, 여기서 이창호 9단은 돌연 엑셀레이터를 사정없이 밟다가 어이없는 대형사고를 자초한다.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실전진행1(이창호의 폭주)


백1의 이단젖힘이 뜻밖의 강수. 그러나 결론은 '기분에 취한 폭주'임이 밝혀졌다.

흑2의 사전공작에 이어 흑4·6으로 뒤통수를 끊어가니 졸지에 '으악~'이 되고 만 것이다. 대형사고 발생!


실전진행2(백, 치명상)

흑2~6으로 죽죽 나가니 백은 속수무책. 결국 세력 구실을 하던 백돌들이 송두리째 흑의 수중에 떨어졌다. 게다가 백의 후수.

뜻밖의 횡재를 한 흑이 중앙 요소(흑10)마저 선점해버리니, 백은 여기서 무얼 했다는 말인가. 공연한 호기를 부리다 돌이길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만 것이다.


참고도(백의 최선)

좌중앙쪽이 터져 있는 만큼 백으로선 여기서 A로 이단 젖힐 이유가 없었다.

이곳을 둔다면 백1로 점잖게 늘어두던가, 아니면 B등의 큰 곳으로 전환할 자리였던 것. 그랬으면 백이 유망한 형세였다. 아마도 평소의 이창호였다면 기분과시용 이단젖힘은 결코 하지 않았을 텐데….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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