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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전

왕위전 도전3국 하이라이트

돌부처를 무너뜨린 '호수의 돌' 하나

2003-07-28 오후 8:17:49 입력

도전1·2국에서 연패하여 일찌감치 벼랑에 몰린 조훈현. 오랜만에 펼쳐진 사제도전기가 행여 3대0으로 싱겁게 끝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았으나, 조9단은 이를 단호하게 불식시켰다.

오늘 바둑은 위기에 몰릴수록 강해지는 조훈현의 근성과 투혼이 돋보였다. 특히 중반 승부처에서 교묘한 응수타진을 통해 승기를 잡아나가는 과정은 중국에서도 '악명'높은 '조훈현 흔들기'의 백미를 보는 듯 했다.



[왕위전 도전3국 하이라이트]
○이창호 9단(왕위) ●조훈현 9단(도전자)
<2003. 7. 28, 189수 끝, 흑 불계승>



장면(역전극의 단서)

백의 삭감군(△)이 하변 흑세 삭감에 성공한 장면. 백1이 좌우를 보강하는 침착한 '이창호류. 그래서 이즈음 검토실에서는 백의 낙승을 예견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다음 순간 뜻밖의 곳에서 대사건이 발생했다. 지나가는 길에 툭 던진 흑2에 무심코 백3으로 받은 것이 패착이 될 줄이야~.
부분적으로는 최강의 정수였으나, 하변 백이 약한 지금은 역전패의 빌미를 준 과민반응이었다. 미끼를 덥석 물었다고 할까.

흑A의 선수가 크게 부각되면서 갑자기 백△들이 풍전등화 신세! 백의 완승가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참고도1(손빼는 것이 최선)


흑▲는 실상 별 것 아닌 응수타진에 불과했다.
지금은 아예 손빼는 것이 상책. 즉, 백1로 하변 백대마를 다스렸으면 그만이었다.
우하쪽은 백이 손빼도 흑A로 끊는 수는 없지 않은가. (흑B로 젖히는 정도인데, 그때 백C로 끼우면 된다)
국후 조훈현 9단은 "그저 지나가는 길에 응수타진한 것인데, 백이 잘못 받아 수가 되었다"면서 머쓱해했다.

.

<



실전진행1(조훈현의 '흔들기' 시동)


백1로 보강했으나, 흑A가 선수인 탓에 백의 연결고리를 아직도 불확실하다.

노련한 조9단은 흑2~6으로 상변 백대마에 파상공세를 펼쳐 국면을 더욱 어지럽게 한다. 상·하 양쪽 백대마를 옭으려는 이른바 '양동작전'. 이로써 국면은 어느새 혼돈의 극치로 치닫는다.



실전진행2(수렁에 빠진 백)


상변 백대마를 살리는데 급급하다가는 외곽 흑이 두터워져 하변 백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이창호 9단도 혼신의 힘을 다해 최강으로 맞대응했으나, 흑20에 이으러 응수가 뚝 끊겼다. 왜일까?


참고도2(백, 파탄)


백1로 하변을 돌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흑2로 나올 때 곤란하다. 백3·5로 연결한다면 흑6이 기막힌 맥점!

기둥말 ○들이 떨어지면서 상변 백대마 전체가 함몰하고 마는 것이다.


참고도3(역시 백, 곤란)


그렇다고 백5로 버틴다면 흑6이 묘수. 다음 흑A와 B를 맞보아 백은 헤어날 길이 없다.


실전진행3(백대마 함몰)


백1로 단속한 것은 눈물겨운 후퇴. 그러나 이윽고 흑2·4가 놓이자 하변 백대마가 풍전등화 신세! 결국 흑14까지 하변 백이 고스란히 흑의 수중에 들어가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이후 이창호 9단은 우변 흑대마 공격에 승부를 걸었으나, 우변 흑은 잡힐 돌이 아니었다.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 하나가 뜻밖의 파문을 불러일으켜 마을 전체를 뒤덮은 형국이 되었다. 고수의 바둑에서는 사소해보이는 응수타진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바둑이라고 할까.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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