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기성전과 왕위전의 사제도전기에서
잇달아 실패했던 조훈현이 드디어 명인전 도전기 서전을 장식하며 국내 무관탈출의 호기를 잡았다.
이날 바둑은 흡사 흑백이 바뀐 듯한 느낌을 주었다. 조훈현 9단은 특유의 스피드를 자제한 채 시종 두텁고 견실한 운석으로
이창호 9단을 은근히 압박한 끝에 완승을 거두었다. '이창호류'로 이창호를 꺾었다고 할까.
조9단이 승기를 잡은 하변 접전을 슬로우비디오로 잡아본다.
[제34기 명인전 도전1국]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2003. 10. 10, 163수 끝, 흑 불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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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창호의 응수타진)
응수타진의 대가 이창호가 백1로 저공비행하며 응수를 물어온 장면. 이 수는 물론 백△의 뒷맛을
활용해 하변을 효과적으로 깨자는 뜻인데….
여기서 조훈현은 어떻게 응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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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1(고약한 뒷맛이 남다)
제일감은 흑1의 차단. 그런데, 막상 하변이 너무 넓은 탓에 후속공격이 어렵다.
게다가 차후 백A로 귀를 움직이는 수단이 고약하게 남은 것이 심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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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2(흑, 느슨한 응수)
백△의 뒷맛을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흑1이 정수.
그러나 이건 백○에 대한 압박감이 크게 떨어진다. 가령 백1 정도로 벌리기만 해도 백은 쉽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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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3(흑, 무리)
그렇다고 흑1로 배후 공격을 시도한다면 백2·4의 패가 기다린다. 백A로 붙이는 절호의 팻감이 있어 이
패는 흑의 무리.
자칫 잘못하면 하변이 크게 초토화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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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1(조훈현의 완급조절)
'어려우면 손빼라'고 했던가.
조9단의 응수는 흑1의 동문서답. 누구보다도 강인한 운석을 즐기는 조9단이 둔 수이기에 정말 뜻밖이었다.
백이 먼저 하변 수습에 나서 숨통이 트이는가 했는데, 그때 흑9가 날아들었다. 표독스러운 이 급소 한방에
백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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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4(백, 파탄)
백1로 버티고 싶지만, 흑2로 내려설 때 곤란하다. 백3에는 흑4가 준비된 묘수.
백5로 차단하다가는 흑6으로 백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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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5(백, 곤경)
그렇다고 백3으로 물러서는 것은 흑6으로 넘어간 다음 A와 B의 단점이 남아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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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2(흑, 승기 장악)
하릴없이 백1로 받았으나, 흑2~6으로 파상공세를 펼치기 백은 졸지에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흑이 승기를
잡은 모습.
이후 조9단은 KO펀치를 자제한 채 우변과 하변을 번갈아 공격하는 양동작전으로 완승을 일구어냈다.
조9단의 완급조절이 새삼 빛난 한판이었다.
|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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