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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페어바둑

창혁-세돌팀, 조-이 사제를 꺾다

'플랜코리아 빅4 페어바둑' 5시간 명승부 연출

2003-12-21 오전 1:00:34 입력



'세계최초의 세계최강 페어바둑'으로 화제를 몰고 왔던 빅4 페어바둑은 유창혁-이세돌팀이 조훈현-이창호 사제팀을 이긴 가운데 막을 내렸다.

12월 20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최강 빅4(조훈현-이창호-유창혁-이세돌)가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2003년 대미를 장식하는 뜻깊은 바둑축제가 펼쳐졌다. 지구촌 빈민아동을 돕는 민간봉사기구 '플랜(PLAN)'의 한국지부인 플랜코리아와 바둑TV가 주최하는 <2003 플랜코리아 빅4 페어바둑>이 열린 것.

네티즌의 팀 구성 투표에 따라 한 팀을 이룬 조훈현-이창호팀과 유창혁-이세돌팀은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장장 5시간 동안 페어바둑의 진수를 보여주며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를 연출, 한겨울 한파를 녹였다.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열전 끝에 유창혁-이세돌팀의 승리. (263수 끝, 흑 불계승)

이날 대국은 승부를 떠나 한국이 배출한 세계최강 빅4가 한자리에 모여 연기(連棋)를 펼쳤다는 바둑사적인 의미가 컸다. 특히 지구촌 빈민아동을 돕는다는 선행의 취지에 뜻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네 기사는 이번 대국에서 받은 대국료(승자팀 1,500만원, 패자팀 700만원) 가운데 절반인 1,100만원을 플랜코리아의 빈민아동 구제활동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 이모저모

초반부터 치열한 몸싸움으로 일관
○…타이젬과 바둑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린 이날 대국에서 두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백병전을 펼쳤다. 이날 대국은 유창혁(흑1)→조훈현(백2)→이세돌(흑3)→이창호(백4)의 순으로 진행 (※기보감상시 참고)

조-이 사제, 절묘한 토스-스파이크 컴비
○…초반 기선을 제압한 팀은 조훈현-이창호 사제팀. 우상접전에서 이세돌 9단의 강타(흑39)에 맞서 조-이 사제팀은 절묘한 컴비 플레이로 역습에 성공, 요석 흑 석점을 잡으며 대세를 제압.
특히 스승 조9단이 백46의 선수활용으로 제자 이9단에게 기회를 넘기자 이9단이 기다렸다는 듯 백48의 묘수를 작렬시킨 장면은 페어바둑의 특징을 보여주는 백미. 흡사 배구의 토스-스파이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창혁-세돌팀, 위기몰리자 컴비맞아 역전 성공
○…초반 우상접전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크게 실패한 유창혁-이세돌팀은 비세에 직면하자 비로소 컴비가 들어맞는 모습.
중반들어 두 기사의 공통점인 공격적 발상과 파워을 과시하며 하변과 좌변 전투에서 잇달아 포인트를 따내며 마침내 형세반전에 성공.

조-이 사제의 엇갈린 판단이 패착?
○…그러나 중앙 백대마를 잡으러간 흑179의 강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형세는 다시 백(조-이 사제팀) 우세로 돌변. 패색을 느낀 유창혁-이세돌팀은 우하귀에서 과감한 승부패를 걸었는데, 이것이 결국 잘나가던 조-이 사제팀의 엇박자를 유발해 승인이 되었다.
초읽기에 몰린 조-이 사제팀은 상대팀의 결사적인 승부수에 흔들린 나머지 판단이 엇갈리면서 끝내 역전패. 이 과정에서 흑229·241·255로 이어지는 강수는 유창혁-이세돌팀의 강인한 수읽기와 근성이 낳은 역전타였다.

시간오버 헤프닝에 "이벤트니까~계속"
○…막판 치열한 패싸움 와중에서 유창혁-이세돌팀에서 시간오버 반칙을 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유창혁 9단이 흑237수를 두는 과정에서 "아홉, 열~"을 부르도록 착수하지 못한 것.
그런데, 다음 순간 조-이 사제팀의 조훈현 9단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 두어나가자 잠시 어색한 순간이 연출. (보통 때 같으면 흑의 시간패) 바둑TV 생중계 해설을 하던 김성룡 8단은 "이벤트니까요~"라는 익살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기도.

복기에서 나타난 '4인4색'
○…5시간에 걸친 열전이 끝난 후 네 기사는 국후 복기 과정에서 기풍과 취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4인4색'의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특히 마지막 승부처가 된 우하쪽 패싸움 과정과 이해득실을 둘러싸고 패자인 조-이 사제팀 뿐 아니라 승자인 창혁-세돌팀 마저도 제각각의 판단과 수순을 제시해 흥미를 더했다.

"바둑계에도 좋은 이벤트 자주 있었으면"
네 기사는 19일 열린 전야제에서 이번 페어바둑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서로의 기풍에 대한 평을 솔직하게 피력.

▶조훈현 9단=좋은 일을 많이 하는 플랜코리아의 홍보대사가 되어 영광이다. 바둑계도 좋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기꺼이 동참하게 됐다. 스승의 좋은 점과 제자의 좋은 점을 합치면 좋은 바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창혁 9단=앞으로도 이런 좋은 행사에 자주 참여했으면 좋겠다. 바둑계도 이런 행사에 많이 참여해서 사회에 봉사했으면 좋겠다. 이세돌 9단과는 기풍이 달라 힘든 바둑이 될 것 같지만, 승부를 떠나 재미있는 바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창호 9단=이런 좋은 대회에 참여해 기쁘다. 앞으로도 바둑계에도 이런 취지의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선생님(조훈현 9단)과 함께 둘 기회가 있었으면…' 하기를 혼자 상상하곤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이세돌 9단=이처럼 좋은 이벤트가 생겨 기쁘고, 참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좋은 바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TYGEM/김창호 조성철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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