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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03년 명승부 베스트10

이창호, 이세돌 등 명승부 연출

2003-12-31 오후 6:23:29 입력

올해에도 숨막히는 멋진 명승부들이 많이 연출되 었다.
전세계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명승부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10국을 뽑아 정리해본다.
지면 관계상 5국을 이곳에 선보이며 전체 명승부는 타이 젬홈페이지/이벤트/연말연시특집/명승부10(여기 클릭)을 통해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반상 위에서 벌어졌던 짜릿한 묘미를 다시 한번 감상해보시길….

감수=김성룡 8단 / 정리=김창호



①이세돌, 이창호벽 넘어 세계정상에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결정국(결승 4국)
○이세돌 3단 ●이창호 9단

[2003. 3. 27, 294수 끝, 백 7집반승]


이창호와 이세돌 양웅이 용호상박의 접전을 벌인 LG배 결승5번기는 단연 2003년 명승부 TOP감이다. 이세돌이 난공불락의 '이창호 아성'을 뛰어넘어 세계최강의 반열에 이창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는 점에서 바둑사적인 의미가 깊은 명승부였다.

그동안 '세계대회 결승불패'를 자랑하던 이창호 9단이 사상 처음으로 패배한 것도 큰 뉴스거리. '부동심'의 표상으로 불렸던 이창호 9단은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한 나머지 승부처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반면,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승리와 연결시킨 이세돌 9단의 결정력은 단연 돋보였다.

장면(이창호의 덜컥수)

결정국이 된 결승4국의 승부처.
지금 상황은 흑이 꽤 우세하다. 종반에 강한 이창호를 감안할 때 이번 결승 시리즈는 5국까지 갈 것이라 예상할 무렵,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

백1·5의 응수타진성 끝내기에 흑6으로 꽉받은 것이 역전패를 부른 과 수. 백7로 끊자 A의 뒷맛이 크게 부각되었고, 그 뒷맛을 이용해 죽었던 백대마(○)가 살아가는 역전 극이 일어났다.
(☞ 2003 한국바둑 진기명기 참조)

참 고도(흑이 놓친 승리코스)

흑1로 물러섰으면 안전한 흑승이었다.
이랬으면 결승5국까지 갈 가능성이 높았으며, 최종 우승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었리라.



②이창호, 전인미답의 세계대회 전관제패


제4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우승결정국(결 승2국)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 ●이창호 9단

[2003. 3. 18, 221수 끝, 흑 불계승]


비록 이세돌에게 큰 일격을 당했지만, '세계최강 이창호'의 아성은 좀처럼 흔들 리지 않았다. 기록제조기 이창호는 2003년초 세계대회 가운데 미답(未踏)지였던 도요타덴소배와 춘란배를 잇달아 석권하며 사상 초유 의 세계대회 전관제패 위업을 달성했다.

이창호의 세계대회 싸이클링 히트의 화룡점정(畵龍點睛) 무대가 된 것은 제4회 춘란 배 결승3번기. 그 상대는 요즘 일본의 신흥강호로 용명을 떨치고 있는 하네 나오키였다.

장면(던지기 직전에 역전)

백1로 울타리를 쳐 백승이 유력시되는 장면. 이창호 9단은 머지 않아 돌을 거둘 각오를 했다고 하는데, 다음 순간 이해 못할 장면이 나오며 순식간에 역전된다.

흑2로 밀자 하네 9단은 무엇이 찜찜했는지 백5로 따내고 말았는데, 이 수가 나약한 패착이었다. 흑8까지 중앙 백진이 깨져서는 일순에 역전.

이창호의 세계대회 전관제패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참 고도(백승 코스)

백1·3을 선수한 후 5로 틀어막았으면 백승. 흑6·8에는 백9로 막아 별 탈이 없다.

이랬으면 이창호 9단이 세계대회 전관제패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했으리 라.




③조훈현, 2년 연속 만리장성 돌파


제7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1국
○조훈현 9단 ●왕레이(王磊) 8단

[2003. 1. 13, 349수 끝, 백 12집반승]


조훈현의 삼성화재배 2연패는 2003년 벽두를 화려하게 열어 젖힌 쾌거였다.

한국바둑의 마지막 보루로 남은 조9단은 필마단기(匹馬單騎)로 거센 중국돌풍을 정면 돌파하는 괴력을 보여주며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것도 2년 연속 적지에서 중국 최강을 연파하며 이뤄낸 쾌거여서 더욱 값졌 다.

장면(2003 최장수수의 혈전)

세계대회 결승사상 최장수수, 2003년 공식대국 최장수수…. 이런 기록들이 말해주듯, 쌍방의 기세가 정면충돌한 이 바둑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혈전이었다.

마지막 승부처가 된 우변 패싸움. 백1로 끊자 흑은 '당연히' 2로 패를 따냈는데, 이 수가 패착! 패를 따낼 차례에서 따낸 것이 패착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기명기감이다.
백5가 급소! 이 수가 놓이자 흑에겐 A의 약점이 노출되어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그 틈에 백은 패를 이겨 승리를 결정지었다.

참 고도(흑이 놓친 찬스)

백1 때 먼저 흑2로 치받는 것이 승리의 길.
이랬으면 A의 약점은 사라진 채 B의 자체 팻감이 보장되어 흑이 지는 일은 없 었다.

조훈현 9단은 파란만장한 이 바둑을 건진 여세를 몰아 2대0으로 완봉승으 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④세돌-태곤, 열도 한복판에서 형제대결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 결승
○이세돌 7단 ●송태곤 4단

[2003. 7. 7, 204수 끝, 백 불계승]


열도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젊은이들끼리 벌인 '형제결승전'은 다시 한번 세계최 강 한국바둑의 위용을 세계만방에 알린 명승부였다.
특히 그 얼굴이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이 아닌 신세대 이세돌-송태곤이어서 신선한 충 격을 주었다.

두 기사는 젊음의 열기를 분출하듯 처음부터 처절한 대마상전을 벌여 한여름의 청량제가 되었다. 결국 우승 은 '형님' 이세돌의 차지. 이세돌 9단은 이로써 '후지쯔배 2연패'라는 기쁨 두 배를 누렸다.

장면(송태곤의 천려일실)

하변 흑진에 뛰어든 백의 사활을 둘러싸고 난해한 대형 묘수풀이가 등장했 다.

자체로는 살지 못하므로 외곽의 단점을 도모하고자 백1·3으로 응수를 물었는데, 이때 무심코 받은 흑4가 패착. (A가 정답)
실전은 복잡한 수순을 거쳐 패가 났는데, 이 패는 백의 자체팻감이 워낙 많은 데다 흑도 부담이 커서 결국 백이 승기를 잡았다.

참 고도(약점을 남긴 패착)

백1 때 흑2로 이어 잡으러가고 싶지만, 흑▲의 실착 탓에 그게 안된다. A의 약점이 남아 촉촉수 아닌가.
만약 흑▲가 A에 있었다면 이같은 약점이 없어 백대마를 진짜로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었다.

⑤조치훈, 징크스 벗고 세계정상 컴백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조훈현 9단 ●조치훈 9단

[2003. 10. 16, 수 끝, 흑 불계승]


'세계대회 물징크스'의 오명을 씻고 12년만에 세계정상에 복귀한 조치훈의 포효 는 2003년의 대미를 장식한 뉴스였다.

예상을 뒤엎고 조치훈 9단이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고비는 천적 조 훈현 9단과 벌인 8강전이었다. 96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만나 7전전패를 안겨준 조훈현에게 역전승을 거둔 것이 조치훈에게 는 가속페달이 된 셈.

80~90년대 한국·일본 바둑계를 호령한 조-조, 두 거인의 만남은 그래서 새삼 의미 가 깊은 명승부였다.

장면(천적 조훈현에 7연패끝에 설욕)

백승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종반으로 향하는 길목. 그런데 흑1에 백2로 발끈 한 것이 평지풍파를 자초한 과수였다. 흑3~백6으로 패가 승부패가 나서는 일거에 혼전.

결국 패싸움 끝에 백은 흑●들을 포획했으나, 좌변 패를 진 데다 흑A의 시한폭탄까지 남아 도리어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흑의 역전승.

참 고도(백승 코스)

당연히 백2로 참을 자리.
그랬다면 백이 여유로운 형세였다. 조훈현 9단 특유의 충만한 기세가 패착이 되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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