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맹독을 가진 반상의 독사라…. 최철한한테 물리면 그대로 즉사한다. 원성진, 박영훈과 더불어 명성을 날리던 '송아지 3총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젠 큰코 다친다.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이면 대학생 나이다. 그런 까닭에 스스로도 더이상 '송아지'라고 불리는 게 낯간지럽다고 한다.
동의한다. 나이 때문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 최철한은 이제 이창호를 이기고 3관왕에 오른 톱스타이기에 '송아지'라 부를 수 없게 됐다. 불쑥 '황소'로 성장한 한우.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최철한. 그가 전격 공개한 '포스트 이창호'의 비법을 타이젬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이창호 이기는 비법 알았다?
'최철한 포석'은 평소 연구한 것
-요즘, '최철한'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잉씨(應氏)배 준결승에 오르기 전에 국수와 기성까지 거머쥐며, 국내외 바둑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라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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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 8단이 환하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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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판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을 뿐인데요. 사실 기성전 도전4국에서는 이창호 사범이 져 준 것 같아요. 헤헤(사실은 아니겠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두었더니 오히려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바둑 내용(기성 4국)은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잉씨배에서 세 판까지 두게 될 줄은 몰랐어요. 컨디션이 최악(링겔까지 맞으면서 기성4국을 둔 직후)이어서….
-어쨌든 '최강' 이창호 9단을 꺾고 잉씨배 4강에 올랐다. 소감이라면.
기대 이상의 성적입니다.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잘 못 낸 편인데,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죠. 덕분에 자신감이 더욱 커진 것도 사실이에요. 이창호 사범님을 꺾고 오른 만큼 부담도 큽니다. '과연 최철한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더 잘 둬야 한다는 부담 말이죠.
(중국에서는 조훈현, 이창호가 올라오지 않아 기뻐 날뛸 정도란다. 특히 4강에 진출한 창 하오(常昊) 9단은 그동안 국제대회 결승에 5번이나 진출했는데도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게 바로 조-이 사제 탓이었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조훈현에 2패, 이창호에 3패를 당하며 번번히 준우승에 그쳤는데 이번엔 이 '공공의 적'들이 사라진만큼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잉씨배서 이창호 9단과 4강을 다툰다는 것을 몰랐었다고 들었다. 뒤늦게 알았을 때의 느낌을 말해달라.
처음엔 몰랐어요. 8강 네판 중 제 판이 두 번째인가 끝났잖아요. 그래서 대진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와서 '밥 먹으러 갑시다' 하더군요. 어이없다는 표정에 '이미 대진이 결정된 상태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에고 에고 허무해∼. 그 순간 (꼬르륵)갑자기 배고파지는 것이….
느낌이요. 지겹다는 생각밖엔. ^^ 한국서 치고 받고 싸운 지 며칠이나 됐다고 잉씨배에서마저 또 둬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마 이창호 사범님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창호 9단과 붙었는데, 남의 나라 대회에서 '형제대결'을 펼친 기분은 어땠는가
우선 태곤이가 부러웠죠. 저는 후지쯔배 8강전에서도 유창혁 사범님하고 두게 되는데요, 잉씨배에서도 또 한국기사끼리 붙게 됐다고 태곤이한테 불평도 털어놨어요.
(이러다가 국제대회서 한국기사가 '한국기사 잡는 킬러'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 ^^)
-이번 잉씨배까지 이창호 9단한테 '5연승'을 거뒀다. 이창호 9단을 꺾는 비결이라도 터득한 것인가
제 기풍은 두텁게 두는 편입니다. 그리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두죠. 하지만 두텁게만 둬서는 이창호 사범님한테 이길 부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두텁게 두되 적당한 시기에 싸움을 걸어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그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간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극비 사항을 공개해도 되나? 앗, 나의 실수! ^^) -소위 '최철한 포석'으로 이창호 9단과 중요한 대국을 펼쳐 번번이 승리했다. 특히 흑번으로는 한판도 지지 않았다. 거기에도 이창호 9단을 이기는 비결이 숨어 있나.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말씀하신 그 포석이 잘 먹혀들어 갔다고 할까요. 다른 대국에서도 한 스무 판쯤 두며 연구를 해온 포석인지라 제가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포석은 제가 개발한 포석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선배들이 간간이 뒀던 포석을 요즘 제가 '리메이크'한 것뿐이죠.
(그나저나 이러다 누가 저작권 시비를 걸면 어찌하누. ㅋㅋ)
 ▲기성전 도전4국에서 선보인 '최철한 포석'. 최철한 8단(흑)은 이창호 9단에게 이 바둑을 이겨 타이틀을 빼앗았다. 이 포석의 특징은 한 귀(우하귀)를 비워 둔 채 흑5의 협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백6의 선택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그 묘미가 있다. |

▲잉씨배 8강전서 재현된 '최철한 포석'. 그러나 흑을 든 최철한 8단은 위의 기성4국과는 달리 흑7로 변화했다. 이창호 9단이 뭔가 연구했을 것이라 생각해서 먼저 비튼 것이라고 최8단은 설명한다. |
-이창호 9단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언제부터였는지 솔직히 말해달라.
기성을 따내기 직전인 도전3국일 겁니다. 국수전(도전5국 모두)과 기성전 도전2국까지는 흑번 필승으로 일진일퇴하는 팽팽한 대결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성전 도전3국에서 제가 백을 들고 이기며 그 패턴(?)을 깨면서 자신감이 생겼던 것입니다. -어떤 바둑팬은 최국수의 기풍을 조훈현과 유창혁을 '짬뽕(?)'한 기풍이라고 하던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두 분께 저를 비유했다는 자체가 과분한 얘기죠. 게다가 맞는 내용도 아닌 거 같고요…. ㅎㅎ. -앞서 이세돌 9단도 이창호 9단의 벽을 넘은 바 있다. 최철한 국수는 이번에 더 확실히 뭔가를 보여줬다. 이창호의 장벽을 넘었다는 데에서 두 기사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두 기사는 색깔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최근 이세돌 9단이 부진하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울러 자신의 기풍을 자평해 달라.
세돌이 형과 저는 기풍이 확연히 다릅니다. 성격에서도 그렇죠. 이유야 어찌됐건 제가 좋아하는 선배가 성적을 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슬럼프에 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더 높이 날기 위한 준비운동 정도로 여깁니다.
세돌이 형은 실리를 챙기면서 번뜩이는 수읽기로 날카로운 잽을 날리는 게 주특기죠. 저한테는 그런 장기는 없고 '두텁게 두면서 싸움을 거는 쪽'이라고 앞서 말씀드렸죠. 외람되긴 하지만 한가지 보태면, 저는 수읽기에서는 그 어떤 기사랑 붙더라도 자신이 있답니다. 내친김에 잉씨배까지 우승하고 싶다
송태곤과 우승다툼 희망 -잉씨배는 돌을 맞추는 쪽에서 흑백의 선택권을 갖는다. 만약 이창호 9단과의 대국에서 선택권이 쥐어졌다면 뭘 선택했을지 말해달라.
'덤이 크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이 백을 선택하는 편이죠. 저도 '뛰어봐야 벼룩'이 아니겠습니까?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은 백을 선택했을 겁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세 판 모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번도 맞추지 못해서요. 흐흐.
(예상대로 잉씨배에서 대결을 벌인 세 명의 상대는 모두 백을 선택했고, 이 바람에 특히 이창호 9단과 벌인 8강전에서는 흑번 필승인 '최철한 포석'을 썼던 것이다.) -그럼 다음 펑첸(彭筌) 5단과의 준결승전에서도 그 포석을 둘 것인가?
이거 미리 얘기하면 안 되는데…. 사실 지금 기분 같아선 둘 확률이 50 퍼센트 이상입니다. 당분간 다른 바둑에서도 그 포석을 계속 둘 예정이니까요. 한 6연패쯤 당할 때까지…. 하지만 막상 대국하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그쪽에서도 엄청 연구하지 않겠어요. -강아지도 자기 집 앞에서는 반을 먹고 들어간다고 한다. 준결승전이 펑첸 5단의 고향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할 수 없죠. 그렇다고 걱정은 별로 되지 않습니다. -펑첸 5단과 바둑을 둬 본 적이 있는가.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4, 5년 전쯤에 비공식 교류를 두세 차례 가진 적이 있는데, 그때 두판인가 세판인가 뒀습니다. 1승 1패까지는 정확히 기억나는데, 그 다음은 불확실하네요. 아이고 하도 많이 두다보니. -중국은 떠오르는 별 펑첸 5단한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분위기다. 준결승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나.
아직…. 예전과는 서로 달라졌다는 것을 서로 느끼고 있어요. 스타일도 그렇고 서로 많이 발전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펑첸은 저랑 동갑(19세)이고 음∼ 기풍은 실리쪽…. 히히, 사실은 잘 몰라요.
대국 일정이 정확히 잡히면 슬슬 준비를 해야죠. 그래봐야 펑첸이 둔 실전보를 놓아보는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잉씨룰로 처음 대국해 봤을 텐데 낯설어 어렵지는 않았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룰은 알고 대국에 임했어요. 그래서인지 그다지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계가할 때 처음(본선1회전)에는 전 '팔짱'만 낀 채 관계자가 해 주는 대로 구경했지만, 두 번째(본선2회전) 판에서는 눈여겨보고 '아주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창호 사범님과 둔 8강전에서는 제가 직접 해 봤답니다.
(이창호 9단처럼 가만히 있어도 관계자가 다 알아서 계가해 주지만, 해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나∼) -초읽기가 없어서 당황하지는 않았나.
초읽기가 있는 일반적인 세계대회 제한시간(3시간)보다 30분이 더 주어져 있어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넘으면 벌점을 적용하는 방식도 신선하고요.
세 판을 두는 동안 저는 한 판도 벌점을 받지 않았습니다. 8강전이 제일 고비였죠. 고작 47초밖에 안 남은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답니다. 벌점을 받지 않으려고 끝내기 과정에서 아주 빨리 뒀답니다. 그런데 계가를 하고 나서 밝혀진 일이지만 5점이나 이겨 있어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펑첸 5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할 경우, 결승은 누구랑 붙고 싶나.
태곤이랑 붙고 싶어요. 창 하오(常昊) 9단과 붙는 게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태곤이랑 대결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어느 한쪽은 중국 기사가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우리나라가 계속 우승했는데, 이번에도 중국이 우승하지 못하면 너무 하잖아요. 하지만 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 -요새 기분이 '짱'일 텐데-
국수와 기성을 동시에 따내 무척 기쁩니다. 국수·기성 10번기를 펼치며 '어떻게 하나만이라도 따낼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양손에 떡'을 쥐게 되었으니 정말 '따봉'이죠. 게다가 잉씨배 4강에도 올랐고.
그러나 걱정이에요. 자꾸 좋은 일만 생겨서 말이죠.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잖아요. 하하하.
TYGEM/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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