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중추절로 불리기도 하는 추석(秋夕)은 한해 동안 농사지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이다. 361로의 피말리는 승부로 늘 긴장하고 사는
프로기사들도 이날만큼은 승부사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모처럼 친지들과 함께 훈훈한 정을 나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이번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는
소문을 듣고 평창
동 자택을 방문해 보았다. 중국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한다.
아래는 인터뷰 가운데 관심이 갈만한 바둑에 관한 내용만 간략하게 옮겨 적은 것이다.
-나이 탓인가. 점점 부진해지는 느낌이다. 한 10년 전쯤과 비교할 때 바둑 두기가
예년과 다르다고 느껴지는가.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 정신력에서도 한창 때보다는
충만하지 못한 편이다. 신경 쓸 일도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도 악재이고. 게다가 잘 두는 후배 기사들이 많이 나와 더 힘들다.
-'예년 같지 않다'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하나 들면, 초읽기에 들어갈 때
더욱 그런 것을 느끼는가.
그렇다. 좀 심하게 말해서 단수가 안 보일 때도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많이 나오니…. 요즘에는 한번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송태곤 등이 신4천왕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이
현재 이창호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은 아니다. 타이틀전에서 이창호를 한두 차례 꺾었다고 해서 이창호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세돌과 최철한
정도가 뛰어넘을 가능성이 큰 기사이긴 하다. 좀더 지켜볼 일이지만.
-그러면 이세돌과 최철한 두 기사의 기풍을 분석해 달라.
이세돌은 수읽기가 빠른 기사다. 반면 최철한은 실전적인 기풍을 지녔다.
-'실전적'이라는 표현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레슬링 선수가 한명 있다고 하자. 이 선수는 경기에서 레슬링에서 쓰는 기술만 펼칠 뿐이지 태권도나 유도
등에서 나오는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최철한은 아는 기술을 다 쓴다는 장점과 주특기가 없다는 단점을 함께
갖고 있는 선수다.
-구리, 쿵제 등이 이창호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는가.
역시 그들도 아직은 이창호보다 한수 위라고 보긴 어렵다. 어느 나라 선수든 일단 나이가 제일 큰 문제다. 25세를
넘기 전에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1인자에 오르긴 어렵다고 본다. 특히 30세로 접어들면 자신을 지키기에도 바빠진다.
-일본 바둑이 침체 일로에 놓여 있다. 해결책이 없을까?
일단 바둑에 대한 열기가 식어 있어 힘들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천재적인 기사가 나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