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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슬럼프인가? 내리막 전조인가?

이창호 부진, 이렇게 본다!

2005-01-26 오후 7:13:33 입력


▲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왼쪽)이 위빈 9단과 복기를 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큰 대국에서 번번이 지는 이창호, 어떻게 봐야 할까?

이창호 9단은 올해 들어 네판을 둬 세판이나 졌다. 진 세판이 도전기와 세계대회 준결승전이고 이긴 한판이 국내속기전 본선이다. 결국 이창호 9단은 새해 한달을 채우기도 전에 큰 대국에서 3연패를 당한 셈이다.

평생 하는 승부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다만 큰 둑도 작은 구멍에서 무너지는 이치처럼 최근 연패를  우려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 펜을 들었다.
분명히 이창호를 흔들리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로 인해 이창호는 가장 큰 장점인 '안정감'이 흔들리고 있다. 이세돌, 최철한 등 같은 후배기사들로부터 격렬한 도전을 받은 탓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초읽기에 들어가면 예전보다 불안하다고 밝힌 이창호 9단이, 이번 LG배 준결승전에서 빨리 초읽기에 몰리지 않으려는 듯 초반부터 서두르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승부를 빨리 보려는 인상도 받았다. 좌상귀에 들어온 상대 돌을 잡으러 가는 대목에서 기자는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건 이창호 스타일이 아닌데….
결국 이창호 9단의 상대전적에서 월등히 앞선 위빈 9단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또한 이창호 9단은 나중에 끝난 조한승-장쉬 대국보다도 오랜 검토를 하는 바람에 조한승 8단이 이겼는지 졌는지 자체를 알지 못했다. 최소한 대충 바둑을 뒀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이다(이9단은 숙소로 전화한 관계자에게 비로소 조8단의 결과를 물어 전해 들었을 정도). 이번 LG배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이창호 9단은 이제 춘란배를 제외하면 세계대회에서 모두 탈락한 셈이다.

바둑계는 최근 이창호의 연패를 놓고 슬럼프, 권태기, 결혼문제 등 의견들이 분분하다. 전문가와 프로기사들과 나눈 얘기를 들어보자.

먼저 박치문 중앙일보 전문위원이 내놓은 의견.

"그 동안 이창호 9단이 중요한 대국을 연패 당한 기록은 두 번 있다. 96년, 20대에 접어들 무렵과 99년인데, 모두 4연패를 당했다. 그 당시에도 바둑계는 상당히 놀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창호를 신격화하던 때라 오히려 이창호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줄 뿐이었다. 언론에서는 '이창호도 사람이더라' 하는 식으로 미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창호는 두 번 모두 다시 연승을 거둬 사람들 기억 속에서 빨리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최소한 '이창호도 사람이더라' 하는 식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이번에는 역전패라는 게 들어 있다. 또 최철한을 제외하고 한물 간 선수들한테 그것도 바둑 내용에서 지지 않을 바둑을 졌다.
물론 지금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우려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10수년을 세계1인자에 올라 있던 이창호 9단이 몇판 졌다고 뭐라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 않은가."

권태기라고 말하는 서봉수 9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짧은 의견을 주었다.
"바둑을 많이 두다 보면 두기 싫을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요즘 중요한 판을 계속 져서 LG배 준결승전에서는 적당히 두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그러한 부담, 꼭 이겨야 한다는 집착으로 인해 LG배 역시 진 것 같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승부처에서 오히려 졌다는 점이 이해하기 힘들다."

솔직히 기자는 이창호 9단을 길러낸 조훈현 9단한테 많은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조9단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가장 신중한 입장을 거듭 밝히며 가장 짧게 말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 안다. 뭐라 말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좀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 타이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투표에서는 이창호의 연패 원인으로'슬럼프'를 가장 많이 꼽았다.

LG배 준결승전 현장에 있던 최규병 9단은 "좌상귀 3·三에 들어온 돌을 잡으러 간 것은 예전 이창호 스타일이 아니다. 작게 살려주더라도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또 위빈이 타협책을 내 놓았을 때 이창호는 이를 거부했다. 예전 같으면 일부 잡고 일부 살려주며 기다리는 바둑을 뒀을 텐데…."고 말한 다음, "분명 어릴 적 승부만 알고 살던 시절과는 달라진 느낌이다. 그때처럼 바둑에만 집중하지는 못하리라. 또 세상을 보는 폭이나 관심이 늘어난 탓도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속기에 능한 서능욱 9단의 의견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이창호 9단 나이가 서른이다. 신체적으로 변화가 클 때이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 젊은 호르몬이 자연스럽게 발산을 해야 하는데, 아직 미혼이라…. 그렇다고 이창호 성격에 딴짓거리 할 사람도 아니고, ㅋㅋ. 빨리 결혼을 해 그러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닌 듯 싶다."



TYGEM / 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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