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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이 체스를 폄하했다고?

'스펀지' 방영에 대해 홈페이지에 해명글 올려

2005-03-11 오후 4:25:03 입력

조훈현 9단이 최근 일부 체스 애호가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난처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년전 독일에서 열린 유럽바둑선수권대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사로 초청받고 참가했다가 그 지역 체스 고수와 체스대결을 벌여 이긴 일화가 3월 5일 KBS 2TV 오락 프로그램인 '스펀지'를 통해 방영되자 체스 애호가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

'스펀지' 프로그램은 "바둑 스타 조훈현 9단은 체스 마스터를 이긴 적이 있다."는 명제로 1979년 당시의 일화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스펀지' 동영상 참조-70회)

'스펀지'는 시청자들의 소재 제보를 토대로 실험과 검증 단계를 거쳐 그 지식에 별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별은 5개가 만점으로 만점을 받으면 제보자에게 지식개발금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날 체스를 처음 두어보는 조훈현 9단이 체스 마스터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방송되고 이 소재가 별 5개까지 받자 체스관련 사이트 게시판과 '스펀지' 방송 게시판에 "체스가 바둑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과연 그 체스 상대자가 체스챔피언이었나? 그렇다면 그 체스챔피언의 이름을 왜 밝히지 않느냐?" 등의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이러한 글들은 조훈현 9단 홈페이지에도 올라 조훈현 9단이 '해명성' 글을 올리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조훈현 9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봉천체스클럽 홈페이지 관리자인 김영진 씨는 "인터넷뿐 아니라 조훈현을 이야기하는 바둑책(작년출간된 '전신 조훈현')에서도 마치 이것이 사실처럼 버젓이 실려져 있는 것은 아쉽다 못해 황당한 일입니다." 라며 다소 바둑에 대한 감정이 묻어나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여길 참조)


▲KBS 2TV의 '스펀지' 방송 장면.(사진은 '스펀지' 방송 화면을 캡쳐 한 것으로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기 9단이자 체스인이기도 한 김경중 씨는 "다행이 체스에 대한 비하내용이 아니라 조훈현 9단이라는 인간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그분의 두뇌스포츠에 대한 소질과 천재성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더군요. 체스마스터도 아닌 세계 체스챔피언을 이겼다는 것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고 사실을 왜곡시킨 말도 안되는 소리 같아서 저 또한 속으로 웃었습니다." 라고 방송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이 방송으로 인해 바둑인과 체스인이 서로 감정싸움이 벌어지는 사태를 경계했다. (여길 참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반응들에 대해 조훈현 9단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여길 참조)

"인터넷에서는 '과연 체스상대자가 체스챔피언이었나, 그리고 그 체스 챔피언의 이름을 왜 밝히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제일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26년이나 된 오래전 이야기인 데다가 비공식적인 대국이었기에 그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시 그 독일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였기에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저는 체스를 처음 접한 것이어서 체스의 단을 나누는 정확한 명칭도 몰랐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을 '마스터'라고 하였기에 그것을 그대로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 대국 자체가 없던 일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이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체스를 폄하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생각는 전혀 없으며 그러한 의도 또한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에 바둑팬들은 "조국수님은 마치 연예인 두들기기처럼 취급받으실 분이 아니다. 1천만 바둑팬의 스승과 같은 분이다." "조국수님을 상대가 만만히 보고 대충 뒀다면 체스마스터가 진다는 것도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조국수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냐?" 등의 의견과 "바둑과 체스 자체를 비교한 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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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체스, 바둑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되길
바둑평론가 정용진 씨는 이번 소란에 대해 조훈현 9단과 직접 통화한 뒤 이렇게 정리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본다. 바둑과 체스는 그 게임 로직부터가 다를 뿐 아니라 비교 우위를 논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따라서 바둑과 체스 애호가들이 서로 감정을 건드릴 이유도, 상할 이유도 없다. 조훈현 9단은 그저 과거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했을 뿐이며 이를 방송국에서 드라마에 극적인 재미를 불어넣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재구성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오래전부터 이 일화를 잘 알고 있다.조훈현 9단은 그때 서


▲정용진 바둑평론가.
양 아마추어들을 상대로 지도다면기를 마치고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우연하게 그 지역 체스 고수와 두 판 체스대국을 벌였는데 첫판은 졌고 둘째 판은 이겼다고 한다. 본인도 '체스를 처음 두어보는 사람이 어떻게 고수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 그 사람과 두기 전에 그들이 펼치던 체스판을 유심히 보던 중 이기는 코스가 하나 눈에 보였는데, 운좋게도 그 고수와 둘 때 딱 그 코스가 출현해 이길 수 있었을 뿐이다.'고 누누이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어떤 체스인의 말처럼 이 일화를 가지고 바둑인들이 바둑이 체스보다 우월한 사례로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은, 과민반응이라고 본다. 그날 방송된 내기바둑에 대한 일화도 보면 조훈현 9단이 후지사와 9단의 꾀임에 빠져 내기바둑을 벌이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도 틀린 얘기다. 후지사와 9단은 조훈현 9단에게 제2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 문제가 좀 시끄러워서 나도 인터넷을 통해 그 프로그램을 유심히 시청했더니, 조훈현 9단이나 방송 자막에서나 '체스챔피언'이라고 말한 대목을 못봤다. 분명히 '체스 마스터(Master)'라고 했다. 중간에 진행자가 '서양 최고수'라는 말을 한 적은 있었지만….

'마스터'는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고수를 존경의 뜻을 담아 부르는 호칭으로, 체스계에서는 '챔피언'으로 통용되는 호칭인지 모르나 바둑계에서 프로기사를 '사범'으로 호칭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바둑계에서는 '마스터' 즉 '사범'으로 불리는 프로들이 아마추어 고수들에게 질 때도 있다. 골프에서는 프로암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체스 애호가들께서 단지 흥미를 끈 과거 한때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바라며, 양쪽 애호가들이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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