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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받으면 노을이 누나한테 바치고 싶다

최철한, 특집 인터뷰

2005-01-01 오전 6:36:07 입력

타이젬은 2004년을 가장 빛낸 바둑계 인물로 최철한 9단을 선정했다.
연초 국수와 기성 타이틀전에서 연거푸 이창호 9단을 연파한 데 이어 잉씨배 8강에서도 우승후보 0순위였던 이창호 9단을 또다시 격침시키며 바둑계 지축을 뒤흔들었던 초강력 지진파가 아무래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타이젬은 2004 바둑계 10대 뉴스에서도 이러한 최철한 9단의 활약을 단연 1위로 꼽았다. (관련기사 여기)

잉씨배 결승2국이 끝난 다음날, 최철한 9단을 단독 인터뷰했다. 전날 격전으로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으나(더군다나 졌다) 타이젬을 비롯한 바둑팬들을 위해 기꺼이 취재에 응해준 최철한 9단께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고마운 뜻을 전한다.



▲ 제5회 잉씨배 결승1국이 끝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는 두 선수. 왼쪽이 최철한 9단이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다. 오늘 마련한 인터뷰는 타이젬이 최철한 9단을 '2004년에 가장 두각을 드러낸 바둑계 인물'로 결정한 데서 비롯했다. 1월 6일에는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2004 바둑대상 시상식이 있다. 바둑대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제가 바둑대상을요. 포기하고 있습니다. 양 이(이창호와 이세돌을 뜻함)가 떡 버티고 있잖아요. 그보다는 좀 아래쪽 상이라면 좀 몰라도…. 쩝쩝. 만일 제가 바둑대상에 오르면 저 자신부터 상당히 놀랄 일입니다.

-잉씨배 결승전서 창하오와 일합을 겨룬 소감을 좀 자세하게 들려줄 수 있겠는가. 기풍이라든지 장점과 단점을 곁들이면 좋을 듯 싶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열한 선수였습니다. 솔직히 도요타덴소배에서 붙기 전까지만 해도 한물간 기사라고 생각(다른 동료 기사들도 마찬가지)했죠. 그런데 막상 (도요타덴소배 4강에서)겨뤄보니 결코 그런 상대가 아니었답니다. 이번 잉씨배에서는 더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창하오 9단은 실수가 별로 없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또, 균형감각도 좋아요. 단점은 잘 못 찾겠어요. 다만 맞붙으면 충분히 겨룰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1국에서는 전날 밤새 생각한 포석을 써먹어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2국에서도 특별한 작전을 들고 나왔는가.
2국에서는 그런 거 없었어요. 흑으로 먼저 두는 창하오 9단에 맞춰가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길게 바둑을 두고 싶었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초반부터 접전을 벌였죠. 상대 의도에 말려든 셈이었죠.

-창하오는 1 : 1 결과에 비교적 만족한다고 했다. 같은 느낌인가.
저도 괜찮아요. 2 : 0 이 날 것으로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또 1 : 1 정도가 재미있잖아요. 물론 '재미'라는 말을 쓰기엔 너무 비중이 큰 대회이긴 하지만.

-잉씨배 전야제에서 스승 권갑룡 7단이 최철한 9단에 대해 '어머니를 따라 처음 도장에 왔을 때 침가리개를 하고 왔다'는 등 비록 어릴 적 얘기였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많은 비밀(?)을 공개했다. 솔직히 그때 좀 창피하지는 않았는가. 당시 얼굴색이 좀 안 좋아 보이던데.
뭐, 즐거운 얘긴 아니죠. 사회자가 권사범님을 부르는 순간, 나오리라 예상한 얘기라 각오는 했습니다. 그 얘기는 1년에 몇 차례 듣곤 한답니다. ^^


▲ 잉씨배 전야제에서 사회자가 권갑룡 7단(왼쪽에서 두번째)에게 질문을 던진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최철한 9단(맨 오른쪽)과 부친 최덕순 씨가 나란히 서 있다.

-또 이세돌 9단과 좀 심하게 다퉜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독 이세돌 9단과 다툰 것은 왜 그랬을까? 그 당시엔 이세돌 9단보다 좀 실력적으로 떨어졌던 시절이라던데.
솔직히 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말장난한 정도를 부풀려(^^) 기억하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샘이 나서 그랬던 것은 더욱 아니고…. 세돌이 형이 처음부터 위(바둑 실력)에서 놀고 있어서 라이벌 의식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세돌 9단과 무척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삼성화재와 잉씨배 결승전을 서로 번갈아 타이젬을 통해 인터넷 중계를 했다. 팬들도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고 보기 좋았다.
타이젬으로부터 특별 제의를 받았고 망설이다가 결승전 같은 중요한 대국에서만 해설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해설창에 올리는 글도 욕심을 부려 직접 치다보니(최철한 9단이 원한 것임) 좀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좋았어요. 타이핑이 좀 서툴러 이 부분에 대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뭐든 하면 열심히 하는 편이랍니다. 하하하.

-이세돌 9단의 바둑을 인터넷으로 직접 해설하면서 느낀 점은?
예상한 바둑이 나온 편입니다. 또 기풍과 기량, 국제대회 출전 경험 등으로 미루어볼 때 세돌이 형이 무난히 우승하리라 생각했죠. 게다가 세돌 형은 중국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인 데다가 형은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 사람이잖아요.


▲ 이세돌 9단(왼쪽)은 최철한 9단이 자신의 바둑(삼성화재배 결승전)을 어떻게 인터넷으로 해설했는지 궁금한 듯 살펴보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친하면서도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은 있는가. 있다면 언제부터?
입단하기 전까지는 라이벌이라는 생각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97년, 제가 입단에 성공한 해부터 라이벌이라기보다는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세돌이 형은 프로가 되어서도 먼저 치고 나갔고, 저는 쫓아가는 처지였죠. 제대로 라이벌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해는 2004년입니다. 이창호 사범님으로부터 국수전을 따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때부터 누구와도 해 볼만하다고 여겼습니다. 세돌이 형하고는 재미있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정상에 오르니까 더 외로워졌어요."

-이세돌 9단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부탁한다.
힘으로는 당할 자가 없습니다. 요즘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요. 세력을 어느 순간 집으로 만드는, 전에 없던 기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돌격 앞으로'를 외치던 세돌이 형이 지금은 타협도 곧잘 합니다. 성숙해진 것이죠.

-이세돌 9단과 심도 있는 바둑 얘기를 나누는 일이 있는가. 가령 자신이 연구한 알려지지 않은 포석이나 정석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지는 않는지.
예전에는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세돌이 형과는 아니었지만. 그런데 요즘엔 제가 성적을 내다보니 동료 기사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면서 거의 그런 의견을 주고받지 못합니다. 정상에 오르니까 더 외로워졌어요. 흑흑.

-이세돌 9단이 조만간 도요타덴소배 결승에서 창하오 9단과 겨룬다. 잉씨배를 통해 본 창하오와 이세돌 9단 간의 승부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역대전적에서 창하오 9단이 다소 앞선 데다가(창9단이 통산 4승 1패) 국제대회 경험으로도 낫지만, 이번 대회 우승은 세돌이 형이 차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세돌이 형이 성숙한 바둑으로 믿음을 많이 주고 있으니까요. 다만 창하오 9단이 삼성화재배서 준우승한 왕시 5단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예상은 세돌이 형이 2 : 1로 우승하지 않을까.


▲ 2004년 3월 2일, 최철한 9단은 이창호 9단으로부터 국수를 접수한다. 사진은 국수전 도전5번기 최종국이 끝난 다음 검토를 하는 모습. 오른쪽이 최철한 9단.

-바둑계는 국수와 기성을 이창호 9단으로부터 빼앗은 점을 높이 평가한다. 새해 벽두부터 국수전에서 리턴매치를 벌인다. 챔피언과 도전자의 처지가 바뀌어 벌어질 이 대결에 대한 느낌은? 그리고 결과 예상은?
느낌은 도전할 때와 똑같습니다.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싶어요. 1년 전처럼 설렙니다. 오히려 이번이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창호 9단을 상대로 타이틀 방어마저 성공한다면 말이 필요 없는 거 아니겠어요. ^^
또 재미있는 승부를 만들고 싶어요. 지더라도 3 : 0으로 완패를 당하는 일은 없어야죠. 누가 이기든 최종국까지 가면 좋을 것입니다. 쉽지 않은 승부겠죠.

이창호 9단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아직도 이창호 9단은 세계가 인정하는 일인자이다. 2004년에는 몇 차례 벌인 큰 승부마다 이겼다. 비결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누구에게나 자신이 커질 기회가 오지 않나요? 제게는 국수전이 그 기회였고,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았습니다.
알다시피 제 바둑은 초반이 좀 부족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창호 9단과 국수와 기성전에서 10번기를 벌일 때는 대체로 초반이 많이 풀린 편이었죠. 내용도 만족합니다.

-조치훈의 휠체어 대국만큼은 아니더라도 국수전에서 보여준 링거 대국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심정을 더듬어서 들려달라. 2 : 1인 상황이라 한판 기권을 해도 최종국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처지였는데, 기권할 마음은 전혀 없었는가.
우선 오해가 좀 있었습니다. 링거를 맞은 상태로 대국하지는 않았고, 아침에 못다 맞은 링거를 점심시간에 병원으로 가서 맞고 온 것입니다.
그리고 대국 전날에는 좀 아팠지만, 사실 당일에는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당시 편안하게 바둑을
두었답니다. 오히려 이창호 9단에게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을 해 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이창호 9단에 대한 느낌을 부탁한다. 그가 지닌 장점과 단점. 또 나는 그의 어떤 점(바둑 내용)에서 어렵다라는….
아…. 안 할래요. 얘기할 게 없어요.


▲ 경주에서 벌어진 한중 천원전에 동행한 어머니 이미순 씨가 아들 최철한 9단과 함께 짬을 내 쇼핑을 하고 있다.

-포석이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정하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고,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은 세우고 있는가. 포석 이외에 자신이 더 보강을 해야 하는 부분을 말해달라.
솔직히 말하면 안 되는데…. 다 불안합니다. 초반이 더 부족하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초반을 많이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반에도 판단착오가 많아졌어요. 이거 참….
잉씨배 2국에서 팻감을 받지 않은 것도 그러한 판단착오에서 나온 실수였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한 탓이었습니다.

-원래 비관파인가. 이창호 9단도 다소 비관적인 편으로 아는데 왜 그런 것인지.
저를 포함해 기사들은 대체로 비관파가 많아요. 이창호 9단도 그렇고 이세돌 9단도 그렇습니다. 낙관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자신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더 좋은 수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또 보험을 들어뒀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집을 좀 덜 쳐준 상태에서 미세한 형세판단이 나온 바둑을 계가하면 이기는 경우가 많겠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세돌 9단은 낙관파가 아닌가.
맞습니다. 세돌이 형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요. 저와는 대조적입니다. 다만 세돌이 형은 바둑에서만큼은 비관파에 속합니다.

▲ 부산에서 3살 때 최철한 9단 모습. 최9단 어머니는 당시 앞마당에서 자전거를 즐겨탔다고 회고했다.

-독사라는 별명이 지겹다고 했다. 새로운 별명이 필요한 시점인데, 어릴 적에는 '두꺼비'라고 불렸던 것으로 안다. 이 별명으로 다시 불리면 어떨까? 당시 별명은 원체 말이 없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데다, 어려서는 체형이 영락없는 두꺼비여서 붙여진 별명이라던데 맞는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울리지도 않고, '두꺼비'로 불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맘때는 '두꺼비'보다 훨씬 못한 별명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당시엔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독사'가 싫은데 딱히 떠오르는 좋은 별명도 없어요. 이대로 살아야 할 듯합니다. 또 나이 어린 제게는 신산, 강태공, 일지매 등 같이 선배 기사들에게 붙여진 좋은 별명은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일반 스포츠에 비해 이미지적으로 아무래도 무게감이 있는 바둑을 두는 사람한테 마냥 신세대 취향으로 가벼운 별명이 붙어 불려지는 것도 좀 싫고….
-아버지가 입단 전에 정해놓은 룰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 프로가 되거든 일년에 두판, 설과 추석에 아버지와 형에게 1:1 지도대국을 해 달라고 했다. 어떤가. 가족과 이렇게 둔다는 사실이.
헉, 어디서 들으셨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잘 안 지켜집니다. 아빠랑 형은 무척 좋아했죠. 하지만 엄마가 말려요. 바둑 줄어든다고…. ㅋㅋ

-어릴 적부터 '지독한 승부욕'을 지녔다고 부모님에게 전해 들었다. 가령 줄넘기를 연속 300회를 한다고 목표를 정해 놓으면 주변에서 말리지 않는 한 밤새더라도 하고야 말았다고 했다. 무엇이든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될 때까지 했던 그러한 오기가 빠르게 정상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당시엔 공부보다는 노는 쪽에서 그러한 마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번 세운 목표는 밤샘을 해서라도 해내고야 마는 지독한 승부사

-그렇다면 지금 바둑에서 가장 큰 목표는 잉씨배 우승일 텐데 우승할 자신이 있는가. 한다면 몇 대 몇 정도를 예상하는가.
바둑이라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아무리 집중을 한다고 해도 잘 안됩니다. 늘 그렇듯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누가 이기더라도 승부는 3 : 1이 아닐는지…. 아마도 3국을 이기는 쪽이 우승할 것 같습니다.

-다소 낯선 잉씨룰로 대국하는 잉씨배 결승전은 둘 만한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또 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인지.

처음엔 좀 낯설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주 편안합니다. 중국룰은 아직도 어렵지만 잉씨룰은 계가하기도 아주 쉬워요. 저 혼자 계가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결승까지 많은 대국을 치르다보니 오히려 정겹기까지 합니다. 잉씨배에서만 볼 수 있는 바둑판도 재미있고요.

-잉씨배 결승2국처럼 큰 대국을 지면 어떻게 자신을 다스리는가?

아쉬워 할 뿐입니다. 큰 바둑을 지면 동료들이 알아서 위로해주죠. 그리고 저는 그렇게 내색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평소에도 가끔 한국기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바둑을 질 때 더 걸어가곤 합니다.

-잉씨배 전야제를 크리스마스에 가졌다. 그때 놀지도 못해서 불만이라고 했는데, 좋

은 계획이라도 있었는가. 대국이 다음날이었지만 좀 즐겼는가.
사실 전야제 때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한 끝에 마땅한 멘트가 없어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행사가 없었더라면 친하게 지내는 가사들과 만났겠죠.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왜 그렇잖아요. 우리 나이 정도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행복한 거.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그러한가. 요즘엔 어떤 책을 읽는가.
지금은 그렇게 많이 읽지 못합니다. 얼마전에 나온 '조남철 회고록'을 짬짬이 보고 있는 정도입니다. 재미있더라고요.

-프로기사 커플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프로기사가 사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거절해야죠. ㅎㅎ. 지금은 별 생각이 없습니다.

-2004년을 정리하면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더불어 포부도 들려달라.
여러 모로 부족한 저를 아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믿음을 주는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평소 3연승쯤 거두면 만족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좀더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곤 했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기자한테 최철한 9단은 한가지가 빠졌다고 말했다.

"잉씨배 결승2국을 두며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노을이 누나(故 홍꽃노을 3단)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죠. 2국을 끝내고 곧장 영안실로 달려갔습니다. 동료 프로기사이면서 같은 도장에서 동문수학하던 누나를 영정으로 보니 너무 슬펐어요.
또 슬기형(홍꽃노을 오빠)과 누나한테 동생이자 내 친구인 용기를 그런 자리에서 만난다는 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모두 권도장에서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인데….
한 해가 무사히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그만…. 워낙 명랑하고 사람들하고 잘 어울렸던 누나가 그렇게 가다니.
제가 만일 바둑대상을 받는다면요, 그 상을 노을이 누나한테 바치고 싶습니다.



TYGEM / 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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