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서기원에 첫 한국인 프로기사가 탄생했다.
올 4월 일본으로 건너간 김병준(18세) 초단이 8월 관서기원 입단에 성공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지 4개월 만에 얻은 수확이다.
일본의 프로기사는 총 439명으로 일본기원은 325명, 관서기원은 124명이다. 일찍이 일본기원에는 조치훈 9단, 류시훈 9단, 김수준 7단 등 한국 국적을 가진 프로기사들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관서기원에는 한국국적의 기사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교포2세(김병민 7단), 3세(하영일 4단) 두명의 프로기사가 활약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선을 끈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현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입단한 교포들.(관련기사 여길참조)
그런데 지난 8월 김병준 초단이 입단에 성공하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바둑유학생으로서는 처음으로 관서기원 프로기사가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프로기사가 되기 전 6개월간 거쳐야하는 연수기간은 없다. 관서기원 소속 기사는 입단 후 1~2개월 뒤 부터 프로기사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김병준 초단은 8월에 입단을 해 10월 1일부터 일본 신인왕전에 참가. 아직 프로 면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식 프로기전에 참가했기 때문에 프로나 다름없다. (프로 면장은 11월에 받는다고 한다.)
10월 31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김병준 초단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 조금 늦었지만 입단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고…. (웃음)
타지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4개월 만에 입단에 성공했다. 적응력이 빠른가 보다. 어려서부터 혼자 기숙사에서 지냈다. 혼자 있는 생활이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일본과 생활 자체가 다르다보니 어려운 면이 많았다. 익숙해진 것 같은데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 (기자 :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식사는 만들어 먹거나 사먹거나…. ^^ 그리고 관서기원 소속 김병민 7단(한국 교포)이 이웃집에 살고 있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
-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
좋아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
- 바둑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여섯 살 때 집 앞에 바둑교실이 있었다. 어린 나이였는데 바둑학원을 보고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기자 : 보통은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셔서 아버지의 권유로 바둑을 배웠다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바둑을 잘 두시는가.) 아버지는 타이젬에서 7급? 8급? 정도 두시는 걸로 기억한다.
- 학원에서만 공부했다면 바둑은 취미에서 그칠 수도 있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여섯 살에 바둑학원을 다녔고 흥미를 느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대전에서 김지명 아마6단에게 배웠다. 방학 때 1주일간 분당에 있는 김원 도장(김원 7단은 김지명 아마6단의 친동생이다.)에 견학을 갔다. 그 때 인연이 되어 초등학교 4학년 때 분당에 있는 김원 도장으로 와 기숙사 생활을 하며 프로기사의 꿈을 키웠다.
- 일본 관서기원에서 입단을 준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원래 어려서부터 어학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일본어를 공부해보라고 하셨다. 6개월 동안 일본어를 공부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실력이 됐다. 알고 보니 김원 사범님과 아버지가 나를 일본에 보낼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나도 몰랐는데…. ^^ (기자 : 6개월간 배운 일본어가 많은 도움이 됐는가?) 6개월간 배웠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 도장에서는 한국말만 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간단한 의사소통만 됐지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 신인왕전에 참가한 김병준 초단(왼쪽). 미네야스히로 초단과 대국하고 있다.
대국 사진을 보면서 무릎 꿇고 두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초단은 "10월에 처음 대국할 때 7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서 3~4번 정도 밖에 나와서 다리를 주물렀다. ^^ 하하!"라고 대답. 일본은 무릎을 꿇고 대국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책상다리로 바꾼다고 한다. |
- 한국과 일본에서 연구생 생활을 해봤다. 다른점이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연구생들은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한국은 연구생을 하면 거의 도장에서 살면서 바둑 공부를 한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도장도 차이가 있다. 한국 도장은 프로기사한테 바둑을 많이 배운다. 하지만 일본은 도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학원이라고 한다. 또 한국처럼 프로기사한테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아주 가끔 배우는 정도? 학원이라고 해서 한국의 도장처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 그렇다면 김병준 초단은 일본에 가서 어떻게 바둑 공부를 했나. 학원에 나갔나?
아니다.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
- 취미는 무엇인가.
스포츠는 다 좋아한다. 그 중에서 축구가 제일 좋다. 성격이 활발해 어려서부터 1초라도 엉덩이를 바닥에 붙여 놓지 않았다. ^^
- 닮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바둑 실력은 이창호 9단이 최강인데 요즘 젊은 기사들 이세돌 9단도 있고…. ^^ (한참 생각을 하다가) 꼭 1년에 한번씩 조훈현 9단이 동료 기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도 먹고 바둑을 연구하는 모습을 봤다. 정말 후배 사랑이 대단한 것 같다. 또 나이에도 불구하고 바둑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것 같다. 조훈현 9단을 닮고 싶다.
- 선호하는 바둑스타일이 있는가.
내가 기풍이 있었나? 솔직히 일본에 있어도 한국기사들의 바둑을 많이 보게된다. 치열한 바둑을 두고 싶기는 한데…. ^^ (조금 후에) 기풍이 뭔지 모르겠다.
- 인터넷 바둑에도 관심이 있는가. 혹 있다면 타이젬을 아는가.
한국에서 많이 뒀다. 요즘은 타이젬 일본 아이디로 들어가서 바둑을 둔다. 일본에서 두니 어쩔 수 없이 일본 국기가 달린다. 그것이 자꾸 거슬린다. 요즘은 한국어가 되는 PC방에 가끔 가는데 일본 국기를 달고 바둑을 두면 많은 바둑팬들이 안 좋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 속이 상한다.
- 11월 7일에 시작되는 동양생명배에 참가할 계획인가.
참가 자격이 9단에게 40국 이상을 소화해야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려고 바둑을 열심히 두고 있다. ^^
- 일본에서 프로에 입단했다. 1차 목표는 성공한 셈인데 다음 목표를 말한다면.
관서기원에 최초로 한국인이 입단을 했다. 일부에서는 일본에서 입단 한 것을 안 좋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한국인이 욕먹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