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이야말로 글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가 아니었을까. 반상의 승부세계도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하였다. 2005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올 한해 기억에 남는 말들을 모아보았다. (여기 말!말!말! 가운데 일부는 월간바둑에서 인용했음을 밝힌다.)
◎ 이 정도는 애교로 웃고 넘어가자~
"1국에서 뤄시허의 기를 너무 살려주어서…." 12월 15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불과 1시간 17분 만에 1국의 패배를 설욕하고 검토실로 들어서는 최철한 9단에게 삼성화재배 관계자가 "방송시간도 있는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따지자(?) 멋쩍게 웃으면서 답한 말.
"제일 가볍지 않은가?" 12월 16일 삼성화재배 준결승3번기 최종국 돌가리기에서 뤄시허 9단이 관례를 깨고 백돌 하나만 달랑 쥔 데 대해 국후 인터뷰에서 기자가 "대국장에 오기 전에 미리 생각해 둔 것인가? 아니면 우연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일 가볍지 않은가? 하하! 농담이다. 백을 잡고 싶은 생각에서 그랬다."
"깊게 들어가시면 곤란합니다." 12월 27일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 지하2층에서 열린 2005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서 BEST4 주장에 선정된 박영훈 9단에게 "인터넷 바둑을 자주 두냐?"는 사회자 김지명 아마6단의 질문에 박9단이 한 말.
"그런데… 누구세요?" 11월 23일 제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 미무라도모야스(三村智保) 9단과 중국의 류싱 7단의 대국이 있던 날. 검토실에는 박영훈 9단을 보며 사인을 요청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상가에서 밤새 울고 누가 죽었냐 묻듯, 열심히 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영훈 9단에게 한 남학생이 물은 말. 그러면서 이창호 9단은 왜 안보이냐며 찾았다는.
"웃어야하나요? 하하" 5월 18일 제10기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 박정상 5단(왼쪽 사진)은 대국이 시작되기 전에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이날 박5단은 뤄시허 9단과의 대결에서 14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짜고 둔 것이다. 상금을 나눠 먹기로 했다." 1월 11일에 있었던 2004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서 '1선의 묘수'를 둬 묘수상을 받은 류재형 6단의 수상소감. 이에 덧붙여 "이 영광을 상대였던 박승현 4단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해 대회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9월 7일 2005 바둑 마스터즈 삼국지 예선 2회전에서 얼마전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수시모집에 합격 한 조혜연 6단이 김명완 7단과의 대국에 앞서 넙쭉 인사하며 한 말. 김7단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 난 말야~ 자신감 빼면 시체!
"내년엔 인기상을 받고 싶다" 1월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2004 바둑대상 시상식이 벌어졌다. 최철한 9단은 최우수 기사상을 받은 후 소감에서. 과연 1월 5일에 있을 바둑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을 수 있을는지. 하여간 욕심도 많다.
 | "안돼, 안돼! 이러다가 후지쯔배 없어지는 것 아니야!" 제18회 후지쯔배 8강전에서 한국에 두번째 승전보를 전한 송태곤 7단이 종국 후 허겁지겁 검토실에 들러 나머지 두 판의 형세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한국기사가 모두 이겨서 즐겁긴 한데, 4-0은 조금 심했다나. ^^
"금년은 틀림없이 나를 위한 대회로 만들겠다" 제2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개막식에서 현무부 우승을 차지한 조훈현 9단의 본선 임전 소감. 조9단은 지난해 본선 개막식에도 비슷한 포부를 밝혔지만 '랜드킴' 김성룡 9단이 우승했다며 올해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장담.
"이창호 9단이 기분 나쁘도록 하겠습니다." 10월28일 제1회 영남일보배 프로최고수전 전야제에서 유창혁 9단이 대국 상대로 결정된 이창호 9단과의 대국 소감을 사회자가 묻자 한 말.
"이겨도, 져도 나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박지은 사범을 피해서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10월28일 제1회 영남일보배 프로최고수전 전야제에서 이창호 9단에게 유창혁 9단의 발언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말.
"장쉬가 항상 사활문제를 후반에 냈지만 풀지 못했었다. 이번엔 한번 풀어보겠다."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1국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위빈 9단이 한 말. 위빈 9단은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직전까지 장쉬 9단과의 세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역전패했는데 실전에서 사활 착각이 패인이었음을 고백하며.
◎ 포복절도, 코믹초풍 말말말!
"너무 많아요~" 3월 3일 한국기원 2층에서 제2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개막식과 함께 대진 추첨을 가졌다. "가장 겨뤄보고 싶은 기사, 또는 대국할 때 가장 설레는 기사가 있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루이 9단이 한 말. 기사들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질문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진짜 재미없게 두는군" 11월16일 제10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김명완 7단이 후야오위 8단과의 대국에서 견고하게 실리를 챙기며 두자 박병규 5단과 류재형 7단이 "열심히 땡겨 놓고 버티는" 김7단의 기풍을 빗대 한 말.
"보급기사를 하기로 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반칙이다." 자칭 보급기사라고 선언한 김성룡 9단이 제1회 전자랜드배에서 우승하고 원익배 십단전 본선1회전에서 김만수 5단을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자 후배 기사들이 한 말.
 | "한방에 끝나 버리는 거야. 그런 거야!" 10월17일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 이세돌 9단과 왕위후이 9단의 대국 중에 이세돌 9단이 중반에 강력하게 막는 수로 대세를 압도하자 김성룡 9단이 한 말.
"빵중에 가장 맛있는 빵은 안전빵이다."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0국. 중국의 쉬잉 5단과 한국의 윤영선 4단과의 대국에서 쉬5단이 형세가 너무 좋아 어딜 둘까 망설이자 사이버오로 인터넷 해설을 맡은 김수장 9단이 던진 조크.
"저는 침대를 가져다 주세요." 제18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 점심시간에 대국장 에어컨이 너무 좋아 혹 추우면 담요를 가져다주겠다는 직원의 배려에 컨디션도 안 좋고 대국도 불리한 최철한 9단이 쉬고 싶은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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