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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본다

프랑스에서 바둑 유학 온 크리스토프를 보며

2006-03-14 오전 11:18:59 입력

크리스토프 말라바시는 프랑스에서 바둑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5년 전 아일랜드에서 크리스토프에게 9점 지도대국을 해줬던 윤영선 4단은 얼마뒤 바둑전파를 위해 독일로 떠난다.

한국 바둑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외국인이 오고, 한국 바둑을 전파하기 위해 프로기사가 외국으로 떠난다. 얼마나 꿈꿔왔던 모습인가. 이런 광경이말로 모든 바둑인들이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는 이런 학생들에게 열린 마음인가보다. 수업을 듣는 외국인을 위해 정수현 9단(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은 영문으로 그날 수업을 프린트해준다.

기자가 본 기사만해도 5개. 크리스토프에 관한 소개와 인터뷰는 급속도로 바둑팬과 바둑관계자들에게 퍼져있다. 바둑관계자들과 바둑팬들이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살아온 문화가 달라 혹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기자가 하는 질문에 혹 오해를 하지 않을지.


크리스토프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5월. 그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다. 명지대학교 축제기간이었는데 못보던 외국인인데 바둑학과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 바둑학과 학생들과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아 보인다. 외국인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자유스러운 모습이 부럽다. 두번째 크리스토프의 존재를 다시 상기시키게 된 것은 6월. 1달이 지나고 크리스토프는 바둑학과 학과 동아리 '바둑교육연구회'와 바둑교실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두번정도 크리스토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명지대학교로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어색하다. 어색함을 풀기위해 미리 준비해간 선물을 건낸다. 8,9회 삼성화재배 기념책자를 내밀며 은근슬쩍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고 표현을 한다. 분위기 전환이 됐으려나. ^^


한국 말을 조금씩 한다. 바둑교실 전국투어를 한 뒤 프랑스로 돌아가 일주일에 두번 문화원에 가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글도 제법 잘 읽고 쓴다.

함께 바둑을 즐기던 프랑스 친구들은 "크리스토프는 컴퓨터를 전공해서 그런지 합리적인 바둑이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 다녀오니 바둑이 예술적이고 창조적이 됐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겠다고.

바둑은 대학교 때 처음 알았다. 바둑이 프랑스에서 출판하는 한 게임 잡지에 소개된 것이다. 크리스토프와 함께 잡지를 본 친구는 어디선가 플라스틱 바둑판 세트를 구입해왔다. 이것이 크리스토프와 바둑의 첫 만남이다. 그는 카페에 앉아서 잡지에 소개된 룰을 보며 바둑을 두기 시작했고 꿈속에 나타날 정도로 바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3달 뒤 13줄 바둑으로 친구들과 토너먼트를 하기도했고 파리에 1개 밖에 없는 바둑 클럽에 자주 들러 바둑 친구들과 수담을 나눴다.

일본은 오래전 부터 바둑 보급에 앞장을 섰기 때문에 그는 일본
바둑이 가장 센 줄 알았다. 1980~90년대 초 유럽 바둑 전파에 앞장 섰던 천풍조 8단이 그가 본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오랜기간 동안 바둑을 배우고 즐겼지만 한국 바둑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바둑 실력을 연마하며 즐기던 그의 삶은 유럽바둑콩글레스에 참가하며 바뀌게 된다. 2001년 아일랜드에서 윤영선 4단을 만나게 된 것. 그는 윤4단을 알게되고 한국 바둑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급기야 하던 일과 바둑을 맞바꿔 한국행을 결심한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3학년 편입.


지금 그가 있는 한국땅은 바둑천국이다. 인터넷 바둑이 편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무척 궁금하다. 바둑판에 직접 돌을 놓는 느낌과 소리가 너무 좋다. 마약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는 '바둑은 손맛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다녔던 34살의 그는 바둑과 컴퓨터를 접목시킬 수 있는 직업을 물론 갖고 싶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분명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직 먼 이야기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는 단지 바둑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바둑 실력을 많이 늘려서 프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것도 아니다. 2년동안 아마4단 정도의 실력을 갖고 싶다.

'혹 바둑에 대한 환상, 한국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과 달라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각오는 되어있다. 그는 이런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후회하더라도 경험하는 것. 경험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 그가 선택한 길은 해보고 후회하는 것인가 보다. 물론 후회하지 않고 만족을 느낀다면 그에게 더없이 좋겠다. 크리스토프의 인생에 바둑이 얼마나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말한다. 바둑은 자신에게 기쁨이라는 것을.

그는 기자들과의 만남과 인터뷰가 힘들지 않다. 그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명지대학교로 찾아오기 때문이란다. 부담도 되지 않는다. 조금 뒤면 자신의 존재는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참 냉정하다. 정에 약한 기자한테는 크리스토프의 대답이 서운하게 들린다.

올해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일본과 독일인 학생이 입학을 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스쳐지나가는 바둑계의 화젯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는 바둑이라는 두 글자에 열정을 품고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 그를 보면서 한국 바둑의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본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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