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이슈
잊혀진 천재기사, 치엔위핑을 아시나요
90년대 이창호와 견줄만한 중국기사, 치엔위핑이 검토실에 나타났다
2007-02-20 오전 11:22:40 입력 / 2008-01-25 오후 4:34:44 수정
| 2007년 1월 삼성화재배가 열리는 상해.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한명의 애기가(?)에게 후레쉬가 집중된다. "연주씨, 아까 치엔위핑 봤어요?" 이창호 동생 이영호 씨가 묻는다. "글쎄, 치엔위핑, 치엔위핑… 들어봤는데 누구였더라…" 간단하게 영호 씨에게 치엔위핑에 대해서 듣는다. 그렇다, 바둑연감에서 본 이름이다. 세계대회 결승전 결과에 유일무이한 기권패. 잠깐동안 의문을 가졌지만 무심코 흘려보낸 기록의 주인공.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기원사이트 기사정보에서 치엔위핑(錢宇平)을 찾아본다. 작은 사진 속의 그의 얼굴을 보니 깡말라 날카롭게 느껴진다. 치엔위핑은 1966년 10월 6일생으로 1987년 중국기원 8번째 9단, 중국내 대회 3회 우승,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1년 제4회 후지쯔배 결승에 올랐지만 병환으로 기권,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기권이라는 유일무이한 결과를 기록했다. 이 후 1993년 컴백해 제6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랐고 오다케히데오에게 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짧은 기록이지만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경력이다.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나이를 셈해보면 25살 정도. 현재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과 비슷한 나이에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니 치엔위핑은 중국 바둑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든든한 선수였던 것이다. 이런 유망주가 왜 세계대회 결승에서 기권을 했을까. 천재 치엔위핑이 스쳐지나간 승부사가 된 것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정확하게 밝혀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소문만 무성 할 뿐. 하지만 아니뗀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는 법,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수소문을 해 보니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는 후지쯔배 결승전을 치르기 전 정신적인 타격을 받아 대회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는 어려서 부터 천재기사라는 소리를 들었던 치엔위핑이 머리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이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두번째는 좋아했던 여성이 치엔위핑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상사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다. 또 해외로 여러차례 다니다 보니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았던 치엔위핑은 스튜디어스를 좋아하게 됐지만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아서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는 소문.
중국 인터넷 바둑사이트 tom.com에서는 "1980년대 중국 바둑계를 독차지한 사람은 치엔위핑과 마샤오춘이다. 그 중 치엔위핑은 한 발 빠르게 세계대회에서 승리를 맛 본 기사다. 제4회 후지쯔배에서 4연승으로 일본 고수들을 물리치고 결승전까지 오른 기사, 당시 4연승은 치엔위핑 생애의 최고의 대국이었다. 치엔위핑을 보니 중국 바둑계의 아픔이 떠오른다"고 그 당시를 떠올리며 천재 치엔위핑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중 바둑 대표주자 2세대는 유창혁·이창호·마샤오춘·창하오 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1990년 당시 치엔위핑이 이창호와 견줄만한 기사였다고 말한다. 평소 냉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기로 유명한 중국 왕루난 주석도 "치엔위핑은 마샤오춘 보다 한 수 위였다. 그가 존재하는 한 그럴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 여러 정황으로 봐 치엔위핑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치엔위핑은 중국 바둑이 1999년 프로기사 등록제도를 시행했는데 등록을 하지 않아서 일반 프로기전에는 출전을 할 수 없다고 한다. 1월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열리는 상해, 치엔위핑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검토실에 왔다. 10여년 이상을 바둑계에서 떠나있던 그는 살이 재법 붙었다. 최근 근황을 묻자 인터넷 바둑을 열심히 둔다고 한다. 인터넷 바둑 9단인데 지는 경우가 거의 적다며 환하게 웃는다. 중국 기자에게 물어보니 치엔위핑이 바둑대회 검토실에 나타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동료들과 함께 바둑을 검토하는 치엔위핑의 손에서 희망을 본다. 바둑은 그에게 큰 아픔을 줬지만 아픔을 바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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