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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의 북한바둑행사 참관기⑨

8월 29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2006-09-29 오전 11:09:16 입력 / 2008-01-25 오후 4:28:58 수정

4월, 유럽각지의 바둑계 소식을 들려줬던 한상대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최 '제2차 세계무도대회의 바둑 소식'을 전한다?[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 바로가기].

한상대 교수는 호주 팀 단장 겸 선수로 8월 22일에 북한에 들어가게 됐다. 29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한교수. 과연 북한 바둑행사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이젬에서는 한상대 교수의 북한 방문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북한 방문기는 타이젬 칼럼 '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8월 29일(화)
새벽 5시에 안내가 전화했다. “교수님, 일어날 시간입니다. 버스가 6시 반에 떠납니다” 한다. 5시 반에 하는 아침식사를 정란이가 열심히 서브한다. 식사 후 나오면서 “그 동안 정란이 하고 정이 들었는데 지금 가면 언제 만나지?” 하니까 “통일이 되면 만나겠지요” 한다. 갑자기 정란이 눈에 눈물이 핑돌며 고개를 옆으로 숙인다. 우리들 얼굴에서도 웃음이 가시고 마음이 찡해 온다. 카페에 가니까 영란이도 거의 같은 반응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안내 김금순 씨가 나에게 “그 동안 교수님을 잘 못 모셔서 죄송합니다. 저도 이번에 많은 걸 느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많은 얘기를 듣겠습니다. 너무 제 주장만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하며 서운해 한다. 내가 “나도 처음엔 조금 거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성이 강한 사람하고도 정이 들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니까 약간 슬픈 표정으로 웃는다. “부디 건강 하시고 우리 다시 만납시다” 한다. “우리가 같은 핏줄인데 왜 이렇게 멀리 살아야 하지요.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지요” 하니까 “다 미국 놈들 때문입니다” 하며 다시 당성이 강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공항에 7시에 도착 했는데 호주 팀은 8시 비행기가 아니고 10시 편으로 떠나라고 한다. 시간이 3 시간이나 남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는 2층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이젠 안내가 내 얘기 내용에 위험한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안 보인다. 내가 남, 북의 기득권층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통일이 가능하다고 하면 수긍반 부정반의 반응이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통역 순영이도 이별을 섭섭해 한다. “교수님, 가족과 함께 꼭 평양에 다시 오십시오” 한다. 옆에 있던 계림이가 “순영 동무는 에티오피아를 안 만나고 교수님을 맡은 걸 행운으로 생각 하라” 한다. 짐을 체크인(Check-in) 할 때 “이 짐을 인천에서 찾게 해 주세요” 하니까 공항 여직원이 나를 흘깃 올려다 본다.

우리가 출국 수속을 하러 들어가기 직전 악수를 하는데 순영이 눈에 눈물이 고인다. 계림이는 머리를 90도로 숙여 절을 한다. 안내도 정이 많은 아주머니가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서 그런지 이별하려니까 아쉽다. 그 동안 정이 꽤 들었나 보다. 두 손을 꼭 잡고 "통일이 되면 만납시다" 아무도 기약할 수 없는 약속을 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출국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로 향하는 버스를 우리가 탈 때까지 그들은 서서 손을 흔든다.


[에필로그]

내가 항상 세계 여러 곳을 누비고 다니지만 이번 여행처럼 모든 게 내 일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자주 뜨거운 무엇이 내 내부에서 치미는 것은 그들이 남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라는 걸 말해준다. 내가 서양에 가면 친구도 많고 말도 잘 통해 거리감을 못 느끼고 살았다. 그러나 이번 평양 여행을 통해 발견한 것이 있다.

서양인들과는 생긴 모습이나 언어와 문화가 달라 우리와 그들 사이에 영원히 같아 질 수 없는 이질감(Alieness)이 존재한다. 내가 서양엘 20년 이상 살면서 익숙해 져서 잘 못 느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평양 여행이 다른 점은 그런 요소가 0 %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남한에서 만나는 이웃과 똑같았다. 아무리 체제가 다른 속에서 살았어도 그들은 정을 나누는 방법이나 인간 관계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고유 문화가 때가 덜 묻고 순박하게 남아 있었다.

내가 1983년 헝가리, 1989년 러시아에 갔을 때만 해도 북한 동포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은 도망을 갔다. 어쩌다 대화를 성공해도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나에게 “6.15 선언 다음 38선에서도 서로 비방하는 일이 없어졌는데 우리도 변해야지요” 한다. 북한은 누구나 통일을 바라고 있었고 남한이 잘 사는 것도 알고 있다. 북한은 변하고 있었다.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본 수 많은 북한 사람들의 가난에 지친 표정들, 한국인에게 저렇게 멜라니 색소가 많았나? 할 정도로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들, 마르고 작은 체격들, 나는 그들의 가난을 보면서 남한이 이루어낸 풍요로움, 자유 그리고 평안을 공유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 국가라는 오명에 우리 전부가 분노해야 한다. 서울로 돌아 오니까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화 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시체에다 매질 하는일'은 안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평양에서 나를 돌보아 주던 정든 얼굴들이 눈에 밟힌다.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로동신문과 시사잡지 격인 '금수강산'을 준다. 이 잡지 사설 중 [일본의 독도 강탈책동] 이 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 한다.

일본의 독도 강탈책동이 날로 로골화 되고 있다. 얼마전에 일본이 독도주변해역에 대한 탐사계획을 내 놓는 등 또 한 차례의 독도 강탈 기도를 드러냈다. 이것은 일본의 령토팽창 야망이 매우 엄중한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독도를 발견하고 1500년 동안이나 관할하여 왔으며 그 것을 국토에 편입시키고 독도 령유를 내외에 선포한 첫 나라이다. 일본의 옛 문헌자료들에도 독도가 조선령토로 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도 그런 자료가 발견되고 있다. (중략)

독도 주변에는 수산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에네르기 자원도 많이 매장되어 있다. 이 곳의 바다 밑에 매장되어있는 천연가스는 수십 년 동안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일본이 경제적 가치 때문에 독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만 볼 수 없다. 독도는 조선반도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으로 하여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집어 삼키고 나아가서 조선 재침 시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기면서 수로측량까지 기도 하고 있다. 독도 문제를 자꾸 말밥에 올리다가 언제인가는 국제사법 재판소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일본의 속심이다. 국제사회에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보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론은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그런 얕은 수법으로 독도를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조선령토의 한 부분을 떼어내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조선인민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령토 야욕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오늘 동북아시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평화와 안전을 위협, 교란하는 화근으로 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날의 수치스러운 력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해외팽창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조선인민뿐만 아니라 아시아나라 인민들의 보다 강력한 규탄과 배격을 받게 될 것이며 자멸만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일본은 독도 강탈기도를 버리는 것이 좋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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