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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의 북한바둑행사 참관기⑧

8월 28일, 폐막식

2006-09-28 오전 10:46:47 입력 / 2008-01-25 오후 4:29:27 수정

4월, 유럽각지의 바둑계 소식을 들려줬던 한상대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최 '제2차 세계무도대회의 바둑 소식'을 전한다?[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 바로가기].

한상대 교수는 호주 팀 단장 겸 선수로 8월 22일에 북한에 들어가게 됐다. 29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한교수. 과연 북한 바둑행사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이젬에서는 한상대 교수의 북한 방문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북한 방문기는 타이젬 칼럼 '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8월 28일(월)

내일 아침 출발이니까 오늘이 실질적으로 마지막 날이다. 아침 식사 후 9시에 모여 대성산으로 가는 날이다. 고구려 시대 성벽이 남아 있는 곳에 가서 친선모임(련환모임)이 있다는데 정확한 내용을 몰라 궁금하다. 약 1시간 가는 버스 안에서 어제 보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내 주위에 모인다. 내가 지난 며칠간 한 얘기들이 그들의 관심을 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 중 몇 명은 어릴 때이지만 외국 체험을 해 본 학생들이다.

내가 그들에게 남한의 경제 규모가 세계 11~12위이고 북한의 약 40배라는 말에 놀라는 눈치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남한은 손전화(휴대폰), 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로 안 가진 학생이 없다고 했다. 대학 숙제(과제물)도 이메일로 내 주고 받는다고 했다. 자동차는 세계에서 6번 째 큰 생산국이고 국내에도 몇 년 전에 천만대를 돌파했다고 했다.

세계 어딜가나 한국제 자동차, 컴퓨터, TV, 에어컨 등을 볼 수 있으며 외국의 유명한 건물도 많이 짓는다고 했다. TV도 북한은 채널이 한두군 데지만 우리집은 위성방송으로 약 100개의 채널이 있고 대부분 24시간 방영한다고 했다. 40인치 이상 대형 TV화면도 세계 시장을 남한이 주도한다고 했다. 학생들도 입 소문으로 남한이 잘 산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으나 내 얘길 들으며 구체화가 되는 가보다.

어느 학생이 “남조선에서는 학생이면 누구나 진바지를 입습니까?” 한다. 진바지가 부러움의 대상인가. 나 보고 어느 대학에서 강의하십니까? 해서 '명지대학교'라고 하니까 우리 통역 순영이가 “그거 박지성 오빠가 다니는 대학 아닙니까? 한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제가 박지성 오빠를 좋아합니다” 한다. 내가 명지대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둑학과가 있다고 하니까 “대학에서 바둑도 가르칩니까? 한다. 내가 “바둑 TV도 있는 걸” 하니까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어느 학생이 “미국엔 일반 인민도 총을 갖고 있어 서로 쏴 죽이는 나라라는데 사실입니까?” 하고 묻는다. “미국에 일반인도 무기를 갖고 살아 총기 사고가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 없어. 한 번은 통계를 보니까 총기 사고가 호주의 2천 배쯤 되더라고. 교외 주택가는 대부분 안전하나 대도시에 밤에 시내로 나가는 행위는 아주 위험하지” 하니까 “그거 인간이 살 곳이 못 됩니다” 한다.

내가 “미국은 인구가 3억 밖에 안되는 나라가 67억이 사는 지구의 에너지 반을 소비하는 나라야. 물론 부도덕 하지. 미국차는 배기량이 커서 힘이 좋아. 타 보면 그 매력을 알 수 있지. 유럽은 겨울에는 좀 춥고 여름은 좀 덥게 지내는데 미국은 반대야. 여름에 어딜 가나 에어컨이 너무 세게 틀어져 있고 겨울에는 어딜 가나 너무 덥게 하고 사는 나라야. 그러면서 공해를 만드니까 후진국들 보고 개발을 자제해 달라고 권하는 이기적인 나라지. 나는 미국 여행을 자주 하는데 항상 그 여행을 즐겨. 물질 문명의 메카답게 풍요의 사회를 누리며 사는 나라야” 하니까 그 중 한 명이 “그 놈들이 석유 때문에 이라크를 친 거 아닙니까?” 한다. 내가 “그렇게 치면 체첸을 누르고 있는 러시아도 마찬 가지지” 했다.


▲ 숲 속의 평양.

어느 학생은 “미국 놈들이 저희가 무언데 자기네는 지구를 몇 번 망하게 할 수 있는 핵 폭탄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는 못 갖게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하고 묻는다. “미국은 자기네가 지구의 ‘정의의 수호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역사를 보면 세계에 어느 유일한 초 강국이 생기면 그 나라에 의해서 세계평화와 질서가 좌우되지. 그 걸 PAX라고 해. 옛날 로마가 강국일 때는 'PAX Romana' 라고 불렀지. 그런데 지금은 “PAX Americana” 시대로 보고 있어. 선진 핵보유국들 생각으로는 세계에는 핵 폭탄이 너무 많다고 보고 있고 더 이상 핵 확산을 금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조직했지. 그런데 3대 악의 축으로 테러 지원국에 속해 있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가만히 있겠어?” 하니까 학생들이 심각하게 듣는다.

대성산성은 고구려 산성으로 3세기 중엽에 성벽을 쌓았다. 427년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면서 국가 방어 벽 역할을 했다. 고구려가 망한 후 폐성이 되었으나 아직도 20여 개의 성문 터와 성곽이 남아 있다. 버스가 남문을 지나 성벽 안으로 들어가니까 넓은 터에 모여 있던 수 많은 군중이 소리지르고 손을 흔들며 국제 선수단을 환영 한다. 오늘이 '청년의 날'이라 대학생들이 동원되었다.

이날 팀을 나누어 서로 다리 묵고 뛰기, 공을 3개 들고 패스하며 뛰기, 줄 다리기 등 많은 게임을 했는데 저 쪽은 대학생, 이 쪽은 대부분이 무도인들이라 몸들이 날래다. 나는 살살 하려고 했으나 일단 나가니까 승부욕이 발동하여 몸을 빨리 움직여서 무리하게 된다. 곧 이어 북한 대학생들이 마스게임 춤을 추길래 쉬려고 자리로 돌아 왔는데 나와 버스에서 대화한 학생들이 뛰어와 내 손을 잡고 무조건 끌고 나간다.

할 수 없이 그들을 따라 나가 춤을 추었는데 몇번 따라 하니까 스텝을 배워 같이 출 수 있게 되었다. 남남북녀라고 하더니 북한 여자들이 미인이 많다. 여대생 중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 화장을 짙게 한 얼굴이 없어서 더욱 예뻐 보였다. 이날은 오전 내내 산성에서 각종 놀이를 한 후에 호텔로 돌아와서 점심을 했다.


▲ 줄다리기. 뒤에 남문이 보인다.

오후 4시부터 폐막식이다. 개막식과 비슷한 규모로 했으나 연설 후에 공연 대신 시상식이 있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했다. 아일랜드 선수단이 내 옆에 있는데 동메달 두 개를 타고 너무 좋아한다. 나에게 “최홍희 장군의 고향에 오고 그의 산소에 다녀 올 수 있는 것만도 영광인데 메달까지 땄다”며 좋아한다. 조새별도 나가서 바둑 금메달을 목에 건다.

시상식이 끝나자 참가자 전원이 나가서 또 춤을 춘다. 나도 끌려나가서 오전과는 다른 스텝을 배우며 한참 추었다. 북한 청년들은 이런 스텝에는 이골이 났다. 다른 대화를 해 가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스텝을 밟는데 움직임에 액센트를 주는 곳에서는 틀림 없이 준다. 밴드도 빠른곡 느린곡을 섞어 가며 연주한다. 북한 대학생, 외국 참가자들이 서로 보면서 웃고 춤추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날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은 모여서 춤추는 일이 잦다. 김일성 종합대학에서도 대학생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다른 놀이가 없어서 대신 춤을 추는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매우 건강한 일임에는 틀림 없다. 아무튼 오늘은 내가 하루 종일 몸을 무리하게 많이 쓴 날이다.

태권도 전당 밖으로 나오니까 지난 일주일 동안 타던 성화를 끈다. 일행은 호텔로 안가고 버스를 분승해 타고 배드민턴 전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송별 만찬이 있다. 부페로 거행된 송별 만찬에는 북한의 지위 높은 사람이 여럿 온 것 같다. 밴드 소리를 스피커로 키워놔서 말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크다. 내가 가서 소리를 죽이라고 했더니 마지 못해 조금 줄인다.

바둑 선수로는 조새별 한명만 참가했다. 내가 서울서 가져 온 선물이 조금 남아 있길래 “끝나고 우리 호텔에 가면 내가 뭘 조금 줄 게 같이 가자. 그리고 호텔 카페에서 파인애플 주스 사 줄게” 했더니 “전 가고 싶은데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한다. 내가 바둑 감독에게 가서 말 하니까 서기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간신히 서기장을 찾아서 말 했더니 “죄송합니다. 우리 계획이 또 있어서요” 하며 난색을 표한다.

마침 주머니에 줄만한 게 하나 있어서 대신 주고 새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바둑이 다른 기사 보다 한수 위인 조훈현 9단이 있어서 바둑 수준 전체를 높였는데 새별이가 남한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북한 바둑을 그렇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하니까 너무 좋아한다. “그럴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공부하고 싶습니다” 하니까 옆에 서있던 바둑회 젊은 직원이 “새별이는 공부보다 시집가려고 합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남학생 한 명이 있습니다” 하니까 새별이가 그 사람을 마구 때린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아무도 만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다. 내가 “새별이가 24살이니까 남자친구를 만날 나이가 되고도 남지” 하니까 “아닙니다 정말 없습니다” “저 오빠가 저를 항상 놀립니다” 한다.

나는 다시 북한 바둑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전서기장이 “남한 전주에서 하는 총리배에 조련계 바둑회를 통해 우리 선수 한명과 역원 두명을 초청했습니다” 한다. “나 같으면 여기 있는 역원들에게는 미안한말이지만 선수 세명에 역원 한명을 초청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회 후에는 그들을 몇 달이고 남한에서 훈련을 시켜서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만든다는 준비작업 때문에 역원 두명을 부른 것 같습니다” 했다. “선수가 많이 가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는 중국에 가서 훈련을 받고 옵니다. 작년에 한 20일 있다가 왔습니다” 한다.

그는 “이번에도 우리는 중국 항주대회에 선수들을 파견합니다” 한다. 그래서 내가 “남한이 전주바둑대회를 항주대회와 날짜가 겹치게 하는 건 실수입니다. 내가 작년 국제팀바둑대회에서도 국제 행사 달력을 봐 가면서 날짜를 조정 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을 했는데 대한바둑협회로 역원들이 바뀌니까 다시 이런 우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남한에 돌아가면 북한 선수들을 불러오는 문제를 논의 하겠습니다. 비행기 표는 인천, 북경 왕복표로 하고 평양, 북경은 고려항공이 있으니까 여기서 해결 하는 조건은 어떻습니까” 하니까 “좋습니다” 한다.


▲ 련환 모임.

전서기장이 나에게 "남조선은 태권도를 전 세계에 퍼뜨렸지만 북한은 그 동안 기술을 발달 시켰습니다. 태권도 사범들을 남한처럼 외국에 내 보내려면 어떤 길이 있겠습니까?" 한다. 내가 "태권도 인이라 역시 못 속이는 군요. 여기 있는 외국 대표들과 의논해 보겠다면 내가 통역을 해 드리지요" 했는데 그 이상 적극적으로 나오질 않는다. 이때 리세충 원장이 "북조선 바둑 컴퓨터가 세계에서 제일 강한 걸 알고 계십니까? 하고 묻는다. "압니다. 나도 북한이 그렇게 우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 한데 대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니까 "우리 조선 사람들이 머리가 우수하단 말입니다" 하며 웃는다.

호텔로 돌아 온 우리는 "이런 날은 "Wild night"를 가져야 하는데 여기는 그럴만한 곳이 없네" 아쉬워하며 카페에 앉아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마침 내가 입이 좀 심심하여 카운터에 가서 영란이에게 1불(천원)을 주며 땅콩을 내 자리로 갖다 달라고 했다. 나는 작은 접시에 땅콩을 조금 담아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무슨 자루를 하나 들고 와 나에게 준다. 이게 뭐냐고 하니까 영란이가 "땅콩입니다" 한다. 자루를 열어 보니 껍질까지 있는 땅콩이 한 자루다. 내가 "1불어치 시켰는데" 하니까 영란이가 "그게 한불 어치입니다" 한다. 내 생각으론 영란이가 상점에 가서 1불어치를 산 것 같다. 너무 많아 각 테이블을 돌며 두어 움큼씩 주었는데도 반이상이 남는다. 여러명이 실컷 먹고 나머지는 순영이에게 친구들과 먹으라고 주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가끔 적은 돈으로 엄청난 대가를 받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평양에서 마지막 밤을 못내 아쉬워하며 방으로 돌아 갔다.

방에서 짐을 싸고 있는데 계림이가 찾아와 "저 이방에 조금 앉아 있다가 가도 됩니까" 한다. 그는 에티오피아 선수단 7명의 통역인데 선수들이 영어도 못하고 돈이 없어 숙, 식비를 지불안 해 통하지 않는 영어로 돈 얘기만 했다고 한다. 그는 나라가 잘 못 걸렸다고 하며 나만 쫓아 다녔다. 그리고 보니까 가난한 국가에서 온 선수들은 카페에 못들어 오고 로비에만 앉아 있던 생각이 난다. "교수님이 우리대학에서 강의 하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새벽에 공항에 송별 인사 드리러 나가도 되겠습니까?" 하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정(情)이 많은 친구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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