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전
세계 무대에서 시원하게 한방 날려주시길
생애 첫 본격기전 우승한 원성진을 만나다
2007-12-19 오전 1:13:50 입력 / 2007-12-19 오전 1:16:19 수정
직장인 663명을 대상으로 '남들과 비교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76.7%가 '있다'라고 응답을 했다. 어렸을 때 옆집 순이와 앞집 철수와 비교를 안 당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교는 십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다못해 70대 노인들까지도 옆집 미자네는 용돈을 얼마 주더라 등 일상의 시시콜콜한 모든 것들이 비교 대상이 된다. 경쟁시대에 살다보니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 비교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비교를 했을 때 우위에 있기는 얼마나 힘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최철한·박영훈 보다 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을까. 이미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한 최철한·박영훈과 동갑내기로 '송아지 삼총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지가 7여년. 오랜 기다림 끝에 원성진이 12월 17일 본격기전인 천원전 타이틀 홀더가 됐다. 연애 할 때를 생각해 보자. 혼자서 작업(?)을 해도 괜찮은데 주위에서 자꾸 도움을 주겠다며 바람잡이를 하면 오히려 상대방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원성진에게도 주위의 걱정과 관심이 오히려 큰 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초창기에는 마음이 아팠는데 몇년 전 부터인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주위에서 자꾸 걱정어린 눈초리로 자신을 보니 그게 마음에 자꾸만 걸리더라고. (오죽 마음에 담아뒀으면 짧은 인터뷰 시간에 이 이야기를 두번이나 하겠는가.) "주위에서 그런 질문 많이 듣는데 (박)영훈이나 (최)철한이한테 라이벌 의식 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기사가 없는 걸요. 실력이 강해지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죠. 안경까지 흘러내릴 정도로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한 원성진이 소감을 묻는다. "본격기전 첫 우승이라서 기분이 굉장히 좋긴 한데, 바둑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정신이 없어요. 아직 실감이 않나요." 어리둥절도 할 것이다. 이날 결승 4국은 마지막에 승부가 뒤바뀌었다. 시종 10집가량 유리했던 강동윤이 마지막에 귀신에 홀린 듯한 실수를 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친 것. 물론 원성진이 정신없는 초읽기 속에서도 미리 수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복기를 하는 내내 강동윤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바둑판만 응시하고 있다. 멋쩍었는지 원성진은 '왜 이렇게 바둑이 안좋지?'라는 혼자말을 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다행히 두 기사의 어색한 침묵은 스카이바둑에서 이날 대국을 해설한 최명훈 9단이 등장하면서 깨졌다. "중반에 어려운 바둑이었어요. 서로 어려운 바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복기를 하는 동안 보니 많이 불리했네요. 형세 판단을 잘못하고 있었나봐요. 마지막에 강동윤 7단이 실수를 해줘서 이길 수 있었어요." "아침에 조금 불안했어요. 계속 (강)동윤이한테 지는 꿈을 꿨거든요. 외출하기 전에 머리를 만지고 나오는 편인데 오늘은 그 마저도 안했어요. 아~ 이제 머리 자르러 가야겠어요."
결과적으로 천원전에서 원성진은 강동윤 보다 강했다. 원성진은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본격기전 타이틀 홀더가 됐다. "막상 2006 마스터스 부터 결승에서만 3연승 했네요. 큰 기전은 아니지만 마스터스 우승을 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항상 결승에 오르면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제는 아니예요." 올해 BC카드배 신인왕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고, 2006 마스터스 서바이벌에서 우승을 하긴 했는데 본격기전이 아니어서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은 큰 대회든, 작은 대회든 상관하지 않고 3번 우승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스스로 작은 대회라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작아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원전 우승도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위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 "입단하고 첫 번째 목표로 세운 것이 본격기전 우승이었어요. 이제 목표를 이룬 셈이죠. 이제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군대 문제도 해결되겠죠?" 인터뷰를 끝내려는데 꼭 할말이 있단다. "7~8년간 LG전자에서 저를 후원해 주셨어요. LG전자에서 매년 바둑 꿈나무를 추천 받아 이세돌·최철한·조혜연·박영훈·윤준상·강동윤 등 여러 기사들을 후원해 줬었거든요. 본격 타이틀 딸 때 까지만 후원을 해주는 것이었는데 다들 졸업을 했거든요. 저는 (조)혜연이랑 2기 꿈나무였는데 이제 졸업을 하게 됐네요. LG전자 구자홍·이헌조 님께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식사를 하러 가는 길. " 계단으로 갈까요?" " 아니요. 몸이 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5층까지 올라가기도 힘들어요." 대국이 끝나고 나서 긴장이 풀린 탓에 5층 계단에 오르는 것 조차 힘이 들다고 했다. 참 오래 기다리던 본격 기전 우승이다. 오랜시간 공들여 힘들게 올라간 정상. 계속해서 펀치를 날릴 요량이라면 이제는 국내가 아닌 세계 정상 무대에서 시원하게 한방 날려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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