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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아름다운 밤(下)

제12회 아시아대학생바둑선수권전 참가기

2007-11-09 오후 1:48:48 입력 / 2008-01-25 오후 4:39:21 수정

10월 22일 부터 29일까지 태국에서 제12회 아시아선수권전이 열렸다. 이중 한국팀 대표로 출전한 김지은 씨가 7박 8일간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대회 참가기를 상, 하로 나누어 소개한다.

단연 백미 폐막식
이번 대회의 백미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폐막식을 꼽겠다. 대회가 끝나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시상식을 겸한 폐회식장으로 이동했다. 폐회식은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아시아 대학생 바둑대회와 함께 치러진 태국 대학생 바둑대회 시상식도 함께 치러졌는데 개막식 못지않게 폐회식도 굉장히 화려했다. 폐회식 전날 분주히 야외에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필자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정말 화려했다. 각 나라의 단장과 선수들 소개로 시작되었는데 입상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무대로 올라가는데 그 느낌은 상당히 신비로웠다.

각국 선수들 소개가 끝난 뒤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상식도 각 입상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단상으로 올라가는데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꼭 나만을 위해 마련된 시상식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개인전 시상 부분에서 필자의 이름이 불려 졌을 때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승을 해서가 아니라 여성이 우승을 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그런 것 같다.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주는 시선들과 예쁜 태국풍의 우승컵을 받아서인지 우승 상금이 없다는 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상식 후에는 태국 전통 무용공연과 대학생 응원단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그 뒤 대형 스크린에 대회 기간 내내 찍었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많은 대국 장면들을 언제 찍었는지 모르게 다양한 모습들이 영상에 나온다. 다들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데 경진이가 크게 화면에 비춰졌다. 예쁘장한 외모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경진이는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나중에는 거의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필자와 호석이는 옆에서 상당히 부러워했다.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불꽃놀이였다. 각국선수들이 대회에 몰입하느냐 남기지 못했던 사진들을 몰아서 찍느냐 갑자기 분주해졌다. 사진에 한이 맺힌(?) 사람처럼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다. ^^ 5명이서 찍으려고 했던 사진에 20명이 달라 붙어 포즈를 취했으니 말이다.

세계바둑최강국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정 바둑을 즐기는 풍경, 시상식에 끝까지 남아 다 함께 축하해주는 모습, 깔끔한 대회 진행, 감히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고 말할 만큼 화려했던 대회! 한국에서는 왜 이런 대회를 아직 보지 못했는지 왜 이렇게 진행을 하지 못했는지 대회기간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았어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았어도 태국에 모인 우리는 이미 하나였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그 날 밤. 너무나 아름다웠다.


인상적이었던 태국 대학생 바둑대회를 회상하며…
태국을 다녀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시아 대학생 바둑대회….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즐거운 미소가 지어진다. 우승을 차지해서? 물론 이번대회에서 나는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게다가 여성 선수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대회가 즐거웠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바둑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대국, 원활하고 깔끔한 대회 진행, 화려했던 폐막식…. 승부를 떠나 필자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여러 경험들을 쌓았는데 어찌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겠는가?

끝으로 대회기간 내내 잘 챙겨주신 김진환 단장님, 김원태 회장님, 안 선생님, 멋진 우리팀 호석, 경진이 너무나 친절했던 태국 친구 마티, 빠오. 그리고 멋진 대회를 만들고 이끌어주신 태국바둑협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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