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스물세살, 태곤은 사회생활 10년차
9단으로 승단한 송태곤을 만나다
2008-07-11 오후 4:00:42 입력 / 2008-07-11 오후 11:06:29 수정
| 오랜만에 듣는 이름 송태곤. 통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태곤은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었다. 2008년 7월 태곤은 입단 10년만에 9단이 되었다. 태곤을 만나기 전 1991년 여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6살 바둑 신동이 나타났다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개 된 태곤. 태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흑백 바둑돌을 연상시키는 귀공자풍 햐얀 피부와 짙은 눈썹, 통통 튀는 생각을 할 것만 같은 쫑긋한 귀가 인상적인 태곤의 모습은 선명히 기억된다. 2004년 10월 한국기원에서 본 태곤도 기억해본다. 소년장사에서 천하장사로 변한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참, 쫑긋했던 귀가 평범한(?) 귀로 바뀌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태곤은 당시 도요타덴소배, 삼성화재배, 잉씨배, 중환배 등을 치러내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겨내고 있었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친하게 지내는 최철한 8단과 계속 같은 일정이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최철한 8단이 몸이 안좋은데 같이 지내서 저도 건강이 안좋아지는 것 같네요." 자신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말투, 깍지낀 손으로 한쪽 무릎을 잡은 자세까지. 여유있었고, 재치있는 답변이었다. 태곤은 천하장사였다. 1999년에 입단해 태곤 만큼 단기간 내에 정상급 강자로 급부상한 기사도 흔치 않았다. '송폭풍, 송타이슨'이라 불렸고, 이세돌·박영훈·최철한과 함께 신4천왕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태곤은 보이지 않았다. 태곤이 2008년 7월 입신의 경지, 9단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찜통더위 속에서 태곤이 자주 찾는다는 홍대근처 와인바를 찾는다. 눈인사는 자주 했지만 본격적으로 목적이 있는 이야기를 하자며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다. 태곤은 와인바에 도착하자마자 와인에 관심이 많다며 만화 '신의 물방울'을 꺼내든다.
"9단이요? 9단이 지금 50명 가까이 되는데요 뭘 세삼스럽게요." 태곤이 통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 승단이 많은 요즘 승단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서 9단이 되는 경우가 적어서도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태곤이라 반갑다. "중간에 건너 띄기 한 단위수가 많아요." 큰 변화없이 무덤덤한 반응이 돌아오더니 바로 재치있는 답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아직 승단자 발표는 안했어요. 9단 될 자격이 없어서 미루고 있는 것 같은데요? ^^ " "아, 요즘요? 대국있는 3일전 부터는 대회 준비를 하고요, 대국 없는 날은 연구실에 가서 있어요. 연구실에 있다고 해도 계속 바둑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죠. 예전에는 연구실에 가면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활동도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연구실에 가면 제 나이 또래가 없어요. 제가 나이가 많은 축이죠." "벌써 입단 10년차예요. 스물세살인데 사회 생활을 10년이나 한 셈이죠." 10년차라는 단어에서 그간 느껴보지 못한 단단함이 느껴진다. 10년이라는 숫자만을 놓고 보면 사회 생활의 쓰디쓴맛을 경험했을 법한 시간이다. 사회 생활 10년차 태곤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13살에 입단을 하고 후지쯔배 준우승으로 17살에 병역 특례를 받았어요. 같은 나이또래 친구들 과 다른 경험을 한 셈이죠.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일찍 부터 어려운 자리에 많이 참석했죠." 태곤은 어려운 자리에 참석을 많이했다고만 말했다. 그리곤 잠시 말을 쉰다. 활발한 성격에 재치있는 말솜씨인 태곤은 좋은 성적을 내 패기 넘치고 당당 할 시기에 알게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고 주눅이 들지 않았을까. "요즘은 30대 초반만 되어도 토너먼트 기사라고 말하기가 힘들어져요. 갓 입단한 후배들이 워낙 강하니까. 요즘 또래 기사들을 만나면 '우리 나중에 뭐하고 살까?'라는 이야기를 해요. 프로기사가 아니라면 군대 다녀오고, 학교 졸업하고 나면 28살 정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런 고민을 할텐데요,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해요." 오랜만에 만난 태곤은 약간 들떠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차분해졌고, 빠르다고 느꼈던 말투도 느려졌다. 많이 변했다. 아니, 생각이 성숙했다고 말을 해야 맞겠다. 최근 몇년간 태곤은 조심스럽게 토너먼트기사에서 방향 전환을 시도해보고 싶다. "김성룡 9단 보면 참 좋아요. 일찌감치 보급기사로 돌아서 성공을 했잖아요. (성룡은 프로기사가 되고 1인자가 될 자신이 있었는데 이창호의 강인함을 느끼고 '난 죽어도 이창호는 못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보급기사로 돌아섰다.) 방송쪽에 관심이 많아요. 가끔 TV에서 해설을 했는데 잘 맞는 것 같아요." 태곤은 바둑이 지겨워진 것일까. "예전만큼 바둑이 재미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바둑을 두기 전에 공부를 하고, 지고나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을 보면 승부사라는 생각을 하죠. 소식이 좀 뜸했죠? 꼬리글에 '송태곤 아직도 바둑두고 있었네'라는 글을 보고 웃고 말았어요." 여유있는 미소가 베어나온다. 어느덧 2시간 가량이 흐르고 태곤은 다음날 농심신라면배 예선전이 있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겠다고 한다.
통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태곤은 조금씩 생각이 성장을 하고 있었다. 태곤은 7월 순식간에 들이닥친 폭염주의보 처럼 컴백 할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공격 목표가 생기면 비바람 몰아칠 정도로 거세게 몰아 붙이는 파워가 일품인 태곤. 스물세살, 사회생활 10년차 태곤을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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