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인물
①포커플레이어가 된 최철한 ‘도전하기 딱 좋은 날’
2019-06-20 오전 10:44:00 입력 / 2019-11-11 오전 11:42:42 수정
금방이라도 하늘에 닿을 것 같은 태백산 천제단에서 산상대국을 한 최철한은 조용히 열기를 식히며 하산했다.
2007년 10월 태백산은 유난히 구름이 많았고 추운 날이었는데 이창호와의 대국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기분이 ‘촥’하고 가라 앉았을 것이다.
뒷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여 슬며시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미소를 보이고 가끔은 농담 섞인 말도 한다. 윤지희 프로와의 연애 이야기부터(몇 년 뒤에 부인이 됐다) 이런저런 주변 이야기까지 넉살 좋게 말하는 평범한 20대 모습이다.
20대 청년 최철한의 모습을 많은 바둑팬들은 송아지 삼총사로, 이창호를 압도하며 국수전을 쟁취하던 기사로, 16차례 우승 경력을 가진 ‘독사’로 기억할 것이다. 이 밖에도 최철한이 전성기에 써 놓은 기록들은 참 많다.


6월, 비 오는 어느 날 만난 최철한은 여전했다. 특유의 미소와 능청스러운 말투가 반가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6살 딸과 3살 아들의 아빠가 됐고, 전성기 때와는 달라진 승률 그래프다.
그리고 미래의 삶과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30대 중반이 됐다는 점이다. 30대의 경험에 배움과 도전을 더하면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커다란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바쁜 시기라고.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많기도 했지만 딱히 뭘 하고 싶다, 해야지 이런 것이 없어서 그 동안 막연하게 생각만 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을 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패해도 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의 동료들도 나처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나이다”
세차게, 독하게 고민 한 끝에 최철한의 관심이 ‘포커’에 있다고 말하자 주변 반응은 물음표였다. 그는 여전히 한국랭킹 16위이자 세계대회 본선에서 활동 중인 프로기사다. 취미로 포커를 하고 있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성적도 좋지 않은데 다른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보겠다는 말에 가족들의 걱정도 당연히 따라왔다. 해외 바둑보급도 생각했던 최철한이 포커플레이어에 무게를 둔 것은 ‘갑자기’가 아니다. 포커에 관심과 흥미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바둑계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중국 갑조리그에 초청받지 못한 것도 있고, 바둑대회가 많이 줄어들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이유다(6월20일 기준, 16판의 대국을 치렀다). 바둑이 점점 속기화 되고 있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30대 기사들이 버텨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더라”
이런저런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분야 ‘포커’에 마음이 흘러갔다. 포커는 8년전부터 최철한의 관심 분야였다. 프로들의 게임을 동영상으로 보기도 했고, 머리를 식힐 겸 온라인에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더 잘해보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커 시장이 궁금해졌다.
포커플레이어들은 프로기사들과 비슷하게 머리를 쓰는 직업인데, 뭘 잘해서 프로가 됐을까? 라는 궁금증이 컸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스타프로게이머들 중에 포커플레이어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던데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분야에서 잘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포커는 바둑 보다는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잘 할 수 있다. 홀덤 같은 경우는 스피드 하지 않아 충분히 시간이 있고 50대 탑클래스들도 많다. 80대에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공부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진: J88Poker 김지운 대표 SNS]
최철한은 4월 'J88Poker' 팀과 정식 계약을 맺고 바둑과 포커의 겸업을 정식으로 알렸다. 주종목은 포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즐기는 홀덤이다. 'J88Poker' 팀에는 개그맨 김학도와 스타프로게이머 임요한과 홍진호가 있다.
12세2개월에 프로기사가 됐으니 대부분의 삶을 바둑과 함께 했던 그에게 ‘포커플레이어’ 도전은 모험이나 다름없다. 이미 개인적으로 두 차례, 팀 소속으로 한 차례 대회에 출전한 최철한의 말에서 설레는 모습도 보인다.
“처음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했을 때 느낌이 들었다. 초보 실수 같은 것들도 많이 했다. 계속 출전해 경험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괜찮다. 3번 참가했는데 이제는 좀 감을 잡은 것 같다. 인터넷 급수로 아마1단 정도 수준이라서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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