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줄X9줄 바둑판에 푹 빠져 있는 아사히신문의 오데고지 기자. [사진=일본기원]

9줄X9줄, 만만하게 보지마라. 19줄 바둑판을 보다가 그것의 1/4에 해당하는 9줄 바둑판을 보면 가소로울 수도 있다.  19줄 바둑판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사용하는 반면 4분의 1도 안 되는 9줄 바둑판은 주로 입문자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한때 일본바둑 최강자 자리에 올랐던 장쉬는 오랫동안 사활문제를 연구하여 창작사활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 왔으며, 심지어 4줄 바둑판에 사활문제를 만들어 유행시킨 적도 있다. 장쉬는 그 좁은 공간에서 또다른 바둑의 묘미를 만들어 갔던 것이다.

최근 대한바둑협회의 서효석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13줄X13줄 바둑이 노인치매예방에 도움이 준다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13줄 바둑판에 대해서는 다소 낯설지는 않지만 9줄 바둑판은 입문자 왕초보가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비록 9줄의 바둑판이지만 실제 프로기사들도 심오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19줄X19줄은 총 361개의 교차점이 있지만 9줄×9줄은 총 81개의 교차점이 있다. 포석부터 종반까지 한 판에 몇 분밖에 걸리지 않으며 끝내기도 1분이면 충분하다.

올 봄 일본기원은 공식 입문용 모바일 앱인 '바둑을 두자!'를 개발했다. 대국 기능이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기사들이 온라인에서 즐기는 '바둑Quest'가 제공하는 9줄바둑은 별천지를 제공한다.  바둑Quest는 기본적으로 덤이 7집반이다. 흑을 잡는 쪽이 이기려면 백보다 반면 8집이 많아야 한다. 바둑은 만약 덤이 없으면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좁은 바둑판에 덤7집에 대한 부담은 적지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백을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백도 수수방관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줄줄이 던지는 맥을 잘 간파해야 판을 화려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9줄 바둑 완전가이드'를 쓴 안자이노부아키(安斋伸彰)는 "이렇게 좁은 곳에 바둑돌이 살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충격입니다. 19줄 바둑판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9줄 바둑판의 두 귀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또다른 맥이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을 에워쌀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돌의 배치다. 하지만 귀에서는 양쪽만 생각하면 되기때문에 쉽게 근거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두 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9줄바둑에서는 19줄 바둑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백이 구사할 수 있는 전술 중 하나는 흉내바둑이다. 덤7집이라는 규칙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당연히 흑도 흉내바둑을 깨뜨릴 방법이 있다. 안자이노부아키는 "9줄 바둑은 쌍방이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기때문에 금방 싸움이 벌어져 마치 격투기를 하는 것 같이 박진감이 넘친다. 만약 입문자들만 9줄 바둑을 사용한다면 아주 아쉬운 일이다"라며 고수들에게도 9줄 바둑을 추천했다. 

안자이노부아키는 최근 한 달 동안에 2800판을 두어 1508승 165무 1115패를 뒀다고 한다. 중독성이 있다. 한자이노부아키는 "일반인과 제가 19줄 바둑을 두면 지지않을 자신이 있지만 9줄 바둑은 잘 모르겠다. 한 수의 실수로 바둑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아주 드물게 높은 수준의 수를 둘 수 있기에 그 맛에 절대 멈출 수가 없다. 일을 핑계로 9줄 바둑을 멈출 수 없는 것이 현재 나의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4줄 바둑판. 가로 13cm, 세로 11.5cm 사이즈. 

▲한때 일본바둑을 평정했던 대만 출신의 장쉬가 창작 4줄 바둑판 사활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