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명의 KB리거 중 최연소인 2001년생 박상진(오른쪽)이 한국물가정보 주장 신민준을 꺾는 기염을 토하며 팀 승리를 결정했다.
박상진의 11월 랭킹은 68위, 신민준은 4위.

수려한 합천이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 지었다. 주장 박영훈의 결혼식 날 터진 축포였다.

17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3경기에서 수려한 합천이 2∼5지명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물가정보에 4대1로 낙승을 거뒀다.

형님, 동생의 조화가 환상적인 수려한 합천은 ‘합천의 아이들’로 불리는 박종훈ㆍ박상진 두 명의 루키가 결정적일 때마다 홈런을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기 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점이 눈에 띄었다. 경기 전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합천군 바둑관계자들이 지역 특산물을 한보따리 들고 검토실을 찾았다. 또 주장 박영훈은 낮에 결혼식을 올린 머리와 옷차림 그대로 대국장으로 달려 왔다. 이런 면면들이 팀원들, 특히 어린 선수들의 승부욕을 크게 끌어올렸다.

박영훈이 강동윤에게 허망하게 선취점을 내준 후 팀의 보루인 이지현이 허영호를 잡으며 곧장 반격에 나섰고, 이어 5지명 루키 박종훈이 랭킹28위의 젊은 강자 박하민을 꺾었다.

▲6촌 형인 박영훈이 결혼한 날, 지명과 랭킹에서 크게 우위에 있는 박하민을 꺾는 선물을 한 박종훈(오른쪽).
현재 100위권 밖(113위)에서 12월에는 얼마나 큰 폭의 랭킹 진입이 이뤄질지 기대가 된다.

이날 주인공은 수려한합천의 3지명이자 2001년생 루키인 박상진이었다. 랭킹4위인 한국물가정보 주장 신민준을 꺾는 망외의 전과를 거뒀다. 초반 힘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우상의 승부처에서 단번에 우위에 선 다음 완벽한 마무리로 항서를 받아냈다. 수려한합천은 최종 4국에서 예비역 박승화까지 안정기에게 승리하며 대승의 기쁨을 누렸다.

수려한합천의 전반기 1위는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중계석의 목진석 해설자 역시 “과연 몇 명이나 예상했을까요”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두 명의 루키(박상진ㆍ박종훈)가 기죽지 않고 잘 풀어가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후반기도 기대가 된다”는 멘트로 7시간 가까운 격전을 마무리했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일 나란히 3승 4패를 기록 중인 홈앤쇼핑과 사이버오로가 9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이기는 팀은 4승의 중위권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전반기의 최종전이다. 대진은 한태희-문유빈, 심재익-설현준, 김명훈-나현, 이영구-송규상, 한승주-홍성지(이상 앞쪽이 홈앤쇼핑).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다음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5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1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 지급한다.

▲허영호(오른쪽)에게 상대전적 2승으로 앞선 상태에서 무려 7년11개월 만에 만난 두 기사.
그 사이 바뀐 위상을 말해주듯 이 번엔 이지현이 백으로 2집반 승, 첫승을 올렸다.

▲침착한 스타일 면에서 닮은꼴인 두 기사의 첫 대결. 박승화(왼쪽)가 안정기를 상대로 중반 역전에 성공하며 백 3집반승 했다.
4라운드에서 나현, 5라운드에서 박진솔을 꺾었던 기세가 신진서에게 패하면서 3연패로 이어진 안정기(시즌 3승5패).

▲결혼식 때의 올림 머리와 예복을 그대로 한 채 18시20분경 나타난 박영훈(오른쪽).
서둘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대국에 임했지만 일찌감치 패착이나 다름없는 착각이 튀어나와 강동윤이 불계승했다.

▲최연소 감독으로 팀을 전반기 1위에 올려놓은 고근태 감독과 수려한합천의 대들보 이지현(오른쪽).
이지현은 "감독님부터 젊으셔서 그런지 팀 단합이 잘 되는 것 같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은 성적을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