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노심초사하며 바라보는 민지엄마 소경란(48) 아빠 김호한(55).
혹시 민지가 타이젬 대화명 '미인원숭이'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부모님께 물어보았다. "민지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 원숭이띠에 나아야 좋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민지가 양력으로는 양띠고 음력은 원숭이띠에 태어났죠. 그래서 할아버지가 원숭이띠 미인이라는 뜻에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미인원숭이' 민지가 바둑을 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집안에 바둑을 두는 분이 없었는데,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가 6살 어린 손녀에게 재미삼아 장기를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곧잘 기물 움직이는 법이라든지, 기물 위에 적힌 한자도 금세 깨치는 것이었다.
우연히 그 즈음 TV리모컨을 돌리는데 바둑화면이 잠시 비쳤다. 그런데 민지가 신기하게도 빠져들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 운명적이었을까. 마침 부모님이 경영하는 음식점 맞은편에 기원이 있었는데, 기원 손님과 오목을 두게 하고는 '이게 소질인가' 싶어서 바둑교실을 보냈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이창호의 명언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소질입니다."
한번 바둑돌을 잡은 민지는 유치원도 가지 않을 만큼 바둑에 빠져들었다. "사실 바둑교실을 보낼 때는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지요. 평소 어린 시절부터 예체능 하나 쯤은 해야 한다는 지론이었지만, 그게 바둑이 될지는 몰랐죠. 그런데 긴 시간동안 민지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을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바둑도장을 다니게 된 것도 사연이 있다. 전주에서는 매년 이창호배가 열린다. 5년전 쯤 바둑교실에 처음 다니기 시작할 때니까 기력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바둑으로 유명한 어린이 한명이 수상하게 되었고, 그때 상장과 꽃다발 등을 전달해주는 화동역할을 민지가 맡았다.
그런데 엄마의 눈에는 입상한 어린이가 그렇게 대단해보일 수가 없었다. 그 뒤 입상한 소년의 어머니께 '어떻게 하면 바둑을 그리 잘 둘 수 있냐'며 대화를 튼 후, 지금의 바둑도장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결국 지금 민지가 다니는 그 도장을 들어가는 데도 5년간의 기간이 걸렸다, 도장은 입문자를 받아주는 데는 아니었으니.
▲ 민지는 대회에서는 탈락했지만 책에서만 대하던 '우상' 유창혁 프로와 포즈를 취하는 행운도 누렸다.
6년 동안 지역대회 서울대회 등 많은 대회를 다녔지만 민지는 입상경력은 많지 않다. 작년 도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기적같이' 농심새우깡배 여류국수전 4학년 미만부에서 덜컥 준우승을 차지해버렸다. 당시 우승자는 SBS영재발굴단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김은지였다.
"민지가 많이 성장했구나 하고 느꼈죠. 성적도 성적이지만 도장에 다니면서 자세가 좋아지고 진지해졌어요. 민지는 욕심이 많고 굽히질 않는 성격이었는데 도장을 다니면서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요. 바둑으로 이미 인성교육이 된 셈이랄까요."
꼭 아이에게 1등, 일류대학을 고집하는 것 보다 평생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권유해하고 밀어주는 것이 아이에겐 더 없는 행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지는 최소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이였다.
경기를 마쳤나 보다. 민지의 표정은 잠시 찌푸린 걸 보니 예선탈락이다. 첫판을 반집승을 거두더니 연거푸 패하며 1승2패로 탈락했다. 민지부모님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서울까지 올라왔지만 입상은 늘 소수의 차지로 희박한 확률이다. 사실 아이들은 툴툴 털어낼 수 있는데 부모 맘은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