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이기자의 시선집중

취재수첩/갈 길 먼 바둑, 합심하여 나아갈 때

첫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 경기 개선할 점 논의

2016-10-10 오후 2:47:39 입력 / 2022-07-28 오전 10:20:52 수정

▲ 대한바둑협회 관계자가 일반부 남자단체전 심판에게 오더 용지를 전달하는 장면. 당시 시간은 8강전 경기가 펼쳐졌던 8일 오후 4시 29분이었다. 사전에 공개된 8강전 대국 예정 시각은 오후 4시였고, 현장에서 변경 공지된 대국 시작 시각은 오후 4시 20분이었다. 실제 대국은 10분이 더 지난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충남 예산군 생활체육관에서 제97회 전국체육대회 바둑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염원했던 정식종목 입성에 성공한 바둑.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 등 '바둑인'들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합이 벌어지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대한바둑협회가 지난 몇 년간 내셔널리그와 전국체전 시범종목, 그리고 올해 열렸던 소년체전 정식종목 등을 통해 꾸준히 준비했던 '스포츠 바둑' 요소들이 대체로 잘 녹아 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잘된 점이 있었던 만큼 향후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았다.

 
▲ 라인이 살아있는 바둑대회! 대한바둑협회에서 수년간 준비한 경기장 구성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다. 라인 안쪽에는 대국장과 심판석이 있다.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 경기는 엄격한 공간 분리가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선수단 관계자(감독 코치 등)들은 정해진 라인 바깥에서 관전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바둑대회와 프로대회의 차이점 중 하나로, 미리 공지된 대국 시간 준수 여부를 들 수 있다. 프로대회는 어떤 경우에도 시간을 엄격히 준수한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국 시간을 넘겨서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는 없다.

하루에 딱 한 판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인 프로대회와 달리,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하루에 최소 두 판, 많게는 서너 판 이상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식종목으로 펼쳐진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첫 날 두 판, 둘째 날 두 판 등 이틀 동안 도합 네 판의 공식 경기가 벌어졌다.

오전부터 시작해서 첫 판을 두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대국이 속개되는 둘째 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연구생 시절부터 오전 시합이 늦게 끝날 경우 점심을 먹지 못하고 다음 판을 둬야 한다는 사실(점심시간이 늦게 끝난 첫 판 대국시간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을 수도 없이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감독과 코치들이 미리 먹을 거리를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판이 끝난 후 바로 두 번째 대국이 속개되는 첫 날은 예상대로 대국 시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개회식이 끝나고 바로 시작된 1회전. 정식종목 바둑 경기 첫 수가 놓였다. 예전과는 다른, 사뭇 비장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오후 1시 45분에 시작된 전국체전 1회전(각 부문 16강에 해당) 경기는 오후 4시까지 이어졌던 혼성페어 부문 첫 번째 경기(세종시 대 경기)가 끝난 후에야 모두 마무리가 됐다. 제한시간 각 30분 30초 초읽기 3회로 벌어진 시합이 무려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셈이다.

 
▲ 세종시 오민규-박지영 대 경기 하성봉-이선아. 전국체전 첫 날, 첫 번째 경기에서 최장시간 대국 기록이 탄생했다. 세종시와 경기도 페어 선수들이 장장 2시간 15분동안 혈투를 벌였다.

대한바둑협회는 당초 첫 번째 경기 마무리 시간을 오후 3시 30분으로 예정하고 있었다. 장내 정리 후 다음 대국이 개시되는 시간은 오후 4시. 하지만 첫 판이 4시가 되어서야 끝나면서 계획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초읽기가 있는 바둑 경기의 특성상, 대국이 끝나는 시간을 유추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된 개회식과 대국이 끝난 후 장내 정리를 하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해 2시간 30분 만에 모든 걸 뚝딱 마치고, 오후 4시에 2회전(각 부문 8강에 해당)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세종시와 경기가 맞붙은 혼성페어 경기가 치열한 끝내기 접전을 펼치고 있을 때, 장내에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회전 대국이 늦게 끝난 관계로, 다음 경기는 오후 4시 20분에 속행된다는 멘트였다.

오후 4시 정각에 1회전 모든 경기가 끝났고, 대회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다음 대국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정된 오후 4시 20분이 지난 후에도 대국은 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후 4시 24분에 또 다른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여자단체전에 출전하는 한 팀이 선수 오더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얼른 제출하라는 이야기였다.

오더 제출함이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온 해당 팀 관계자는 1회전이 벌어질 때 오더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해당 팀은 1회전 경기가 없었고, 제출한 오더대로 2회전에 출전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단체전은 매 경기 오더를 다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 부분은 대한바둑협회 측에서 사전에 공지했으나 상호 간에 인지한 내용이 달랐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4시 29분에 대한바둑협회 관계자가 단체전 심판들에게 오더 용지를 건네주면서 2회전 경기는 오후 4시 30분에 속개됐다. 미리 공지된 시간보다 30분, 현장에서 변경 공지된 것보다도 10분이나 늦은 시간이었다.

첫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은 아직 인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TV생중계가 병행되지는 않았다. 다만 타이젬 대국실에서 주요 대국이 생중계된 정도였으므로, 대국 시간이 늦춰진 점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대국 시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했으나, 대국 개시가 선언되지 않아 멀뚱멀뚱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이 다소 불편을 감수했을 뿐이다.

사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아마추어 바둑대회에서는 최근 ‘타임아웃제’를 시도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연속해서 몇 판씩 계속 둬야 되는 상황에서 단 한 판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히려 초읽기 없이 제한시간 내에 모든 걸 끝내야 하는 타임아웃제 바둑이 더 스포츠답고 아마추어 바둑답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 8일 오후 4시 29분, 김성래 심판이 경북과 전남 남자단체전 8강 경기 오더를 확인하고 있다. 감독이 제출한 오더에 따라 선수 좌석 배치가 달라진다. 3 대 3 단체전으로 펼쳐지는 경기에서는 오더 또한 중요한 변수다.  

대국 시간 문제와 더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된 바둑 경기는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축제로 다함께 즐기는 일반 아마대회와는 확실하게 차별화 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치 등 관계자들 또한 의식 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제96회 전국체전에서 마지막 시범종목으로 경기를 펼쳤던 바둑은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를 몇 가지 노출했다.

강원도 원주 대성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지난 전국체전 첫 날 개막식. 점심시간에 도착한 많은 선수단이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고 체육관 바깥에서 점심을 먹는 바람에 빈자리가 넘쳐나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메달 색깔을 놓고 경기가 한창이던 약 오후 2시 15분 무렵, 선수들 경기를 대국 라인 바로 뒤에서 관전하던 대구 팀 관계자의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리기도 했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경기가 벌어지던 라인 안 쪽에 있던 심판들과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한 해가 흘러 정식종목이 됐지만,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여전히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 올해는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팀들이 있어 여전히 모든 선수가 참가한 개막식은 요원했고, 서울 팀 관계자는 혼성페어 경기가 펼쳐지던 라인 바깥에서 전화벨이 울리자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는 "별도의 제재 규정은 현재 없다. 이미 해당 내용에 대해 협조 요청을 했고,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숙지시켰으나 선수단에서 지키지 않는다면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감독을 맡고 있는 한 프로기사는 "소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과 코치들이 대부분 '스포츠 바둑'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어서 얼떨결에 감독이나 코치를 맡긴 했으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시끌벅적한 아마대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시간패를 당했던 한 선수는 '시계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합 도중에 마이크로 안내 방송을 하고,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초시계 소리를 정확히 듣기는 어렵다. 주위가 시끄럽거나 여러 판에서 동시에 초를 읽는 소리가 날 때, 초시계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에 초시계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합 바둑을 둬 본 선수라면 여러 번 경험했을 상황으로, 건전지가 다 떨어졌을 때 화면이 흐릿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현행 관례로는 대국 시작 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초시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수 없다. 명백한 오작동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되지만, 배터리가 별로 없어서 화면이 흐릿해진 초시계에 대한 조항은 없다(이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선수 책임이지만 향후 대회 준비 기간에 주최 측에서 더욱 꼼꼼하게 장비 확인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바둑계는 좁은 동네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인데, 제재를 가해야 하는 대회 진행자와 미리 협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는 선수단은 친분이 두텁거나 혹은 과거 사제지간이었던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본보기를 보여서 다른 선수단이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바둑협회 측과 선수단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부 사항들에 대해 논의한 후, 서로가 협심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되겠다.

지킬 건 지키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바꿔나가면서 정식종목 바둑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길 기대해본다.
 
▲ 충청북도 종합 준우승은 간식의 힘? 1회전 대국을 마치고 나온 선수들에게 경기장 밖에서 미리 준비해둔 간식을 주고 있는 충청북도 김만수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 프로기사 감독이 있는 선수단은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먹을 거리가 풍성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TYGEM / 이영재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