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이동훈 "장군!" 윤찬희 "멍군!"
티브로드-포스코켐텍 챔피언결정전 2차전, 첫 날 1-1 호각
2016-12-03 오후 8:25:44 입력 / 2016-12-05 오후 2:36:52 수정
포스트시즌만 되면 살아나는 티브로드 2지명 이동훈이 1국 장고대국에서 기선을 제압하자, 포스코켐텍에서는 윤찬희가 좋은 내용의 완승국으로 반격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챔피언결정전답게 팽팽한 시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3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이하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티브로드와 포스코켐텍이 1-1로 첫 날 경기를 마쳤다.
플레이오프 1·2차전, 챔피언결정전 1차전까지 세 번 연속 1국 장고대국에 출전한 티브로드 2지명 이동훈. 이쯤되면 사실상 '오픈 카드'나 마찬가지다. 오늘 2차전에서도 등판을 예상할 수 있었다.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은 1차전에서 이동훈을 상대로 주장 최철한을 내보냈으나 승점을 따내지 못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고, 오늘은 최근 기세가 좋은 3지명 변상일을 선택했다.
초반은 깜짝 흉내바둑을 들고나온 변상일의 우세였다. 1국 출전 직전에 "백으로 둘 포석이 없다"는 재밌는 말을 남긴 변상일은 링에 오르자 흉내바둑을 선보여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포석을 펼쳐야 하는 흑의 입장에서 '둘만한 포석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반대로 백으로 둘 포석이 없어서 흉내바둑을 시도한 점이 흥미롭다.
김성룡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선전했던 변상일은 중반 이후 이동훈의 맹추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좌하귀에서 큰 패싸움이 생겼고, 바꿔치기 이후 귀의 뒷맛을 노리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직결됐다. 이동훈이 재빠르게 좌하귀를 몽땅 접수하는 순간 승부가 기울었다.
▲ 초반 변상일(백)이 흉내바둑을 펼치고 있는 장면. 흑을 잡은 이동훈이 우상귀 화점에 첫 수를 두자, 대각선 화점 백2를 둔 이후 대칭 형태로 상대의 수를 따라두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음 수에서 바로 흉내를 중단했는데, 흉내바둑의 전략적 장점은 상대의 수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즉시 다른 수를 둬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패싸움이 끝난 직후, 변상일이 좌하귀 뒷맛을 노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좌하귀는 백1로 두고, 흑2에 다시 백3으로 내려서는 묘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백5로 넘는 수까지 선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실전
진행과는 무려 15집 가량 차이였다. 백1 '빈삼각의 묘수'는 국가대표팀
연구에서 홍일점 최정 선수가 찾았다.
지난 1차전에 이어 이번에도 1국을 내주고 시작한 포스코켐텍은 4지명 윤찬희를 내보내 반전을 꾀했다. 티브로드는 1차전과 동일한 오더로, 5지명 박민규가 출전했다.
윤찬희와 박민규의 대결은 초반부터 앞서나간 윤찬희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대국을 바둑TV에서 해설한 이희성 해설위원은 "인터넷 대국을 통해 열심히 공부한 윤찬희 선수의 공부량이 빛났다. 초반부터 조금씩 앞서나갔고, 우세를 잡은 이후 빈틈없는 마무리가 돋보였다"고 총평했다.
첫 날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1-1, 팽팽한 형세를 유지했다. 2국이 끝난 직후 바둑TV 생방송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3국 오더를 공개한 양팀 감독은 각각 박정환(티브로드 주장)과 나현(포스코켐텍 2지명)을 출격시켰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은 "4국에서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은 "1국을 패해서 다소 불리하지만, 막판에 몰린 만큼 선수들이 힘을 내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팀에게는 지금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최대 승부처 3국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박정환과 나현의 상대전적은 박정환이 4승 3패로 다소 앞선다. 두 선수의 가장 최근 대국이었던 올해 5월 KBS바둑왕전 본선 32강에서는 나현이 268수끝 백불계승을 거뒀다.
2016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티브로드 1:1 포스코켐텍
이동훈 vs 변상일 : 티브로드 이동훈 승
박민규 vs 윤찬희 : 포스코켐텍 윤찬희 승
박정환 vs 나현 : 12월 4일 오후 3시 타이젬 대국실에서 생중계
"이제부터 승부로 보인다. 포스코켐텍 입장에서 주장 최철한 선수와 2지명 나현 선수를 모두 보유한 상태로 첫 날 경기를 1-1로 마쳤기 때문에 지난 1차전보다는 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이희성 해설위원)
박정환과 나현이 펼칠 대결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타이젬에서는 오후 3시부터 박정환-나현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제3국을 타이젬 대국실에서 생중계한다.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상위 4개팀의 '스탭레더 방식' 대결로 열린다. 준플레이오프는 단판,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3번기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매판 오더제로 경기가 진행된다. 양팀 감독은 매 경기 종료 후 10분 이내에 다음 대국에 출전할 선수의 오더를 제출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먼저 3승을 거둔 팀이 생기면 잔여 경기는 치르지 않는다.
▲ 윤찬희(승)-박민규. "윤찬희 선수에게 2국 출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1국 대국이 끝난 후 갑작스러운 출전이었는데 윤찬희 선수가 오히려 더 잘뒀고 내용이 좋았다."(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
TYGEM / 이영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