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바둑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창하오, 커제 등은 모두 녜웨이핑(가운데)의 제자들이다.

중국 랭킹 점수에서 2700점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최신 8월 중국 랭킹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위 랭커들 간 점수 차이를 계산한 결과 2700점 이상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예상됐다.

2700점 이상의 랭킹 점수를 획득한 이가 한 명도 없는 것은 201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실시간 랭킹에 따르면 란커배 우승자 구쯔하오가 2699점으로 커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로 밀려난 커제는 몽백합배, 중국갑조리그, 삼성화재배 선발전 등에서 패하면서 27.3점 넘게 급락해 5년여 만에 2700점대 이하로 떨어진 2681점을 기록했다.

커제는 2015년 9월 2689점을 기록하며 처음 1인자가 됐으며, 2위 스웨를 13점 넘게 따돌리고 17개월간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상승 기류 속에 있던 커제는 2015년 10월 랭킹에서 처음으로 2700점대를 돌파해 2712점을 기록했다. 이후 2017년 7월 랭킹에서는 2767점으로 2위 미위팅보다 103점 앞서며 2위를 따돌린 역대 최고 점수 차이를 기록했다. 이어 2020년 11월 커제는 개인 생애 최고 랭킹 점수 2782점을 기록했으나 2위를 기록한 양딩신(2681점)과의 점수 차이는 103점에 못 미쳤다.

2018년 4월 커제의 랭킹 점수가 2693점으로 떨어져 2015년 10월 이후 30개월 만에 2700점대로 떨어졌다. 그해 10월 취저우 란가배 결승에서 커제를 꺾은 미위팅이 2715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2700점대를 돌파해 커제의 2700점을 제치고 커제의 37개월 연속 1위 기록을 멈춰 세웠다.

1위든 2위든 커제는 5년 동안 2700점 이상의 등급을 받으며 정상의 영광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랭킹 점수는 8년여 만에 2681점으로 떨어지면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중국 랭킹 점수에서 2700점은 초일류 기사의 경계선이라는 상징적인 점수다. 최초 랭킹 점수 기준은 일반 9단이 2,560점이었고, 당시 초일류 기사로 평가받았던  녜웨이핑과 마샤오춘이 2,600점이었다. 가장 먼저 2700점을 돌파한 것은 이들의 뒤를 이어 세대교체를 이룬 창하오였다. 그는 1999년 4월 30일 2754점의 개인 최고 등급 기록을 세웠으며, 마샤오춘은 같은 해 말 2747점을 기록했다.

2004년 12월 31일까지의 집계에서 구리는 17년 동안 2773점을 기록하며 창하오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의 뒤를 이은 커제는 2015년 10월 2700점을 돌파한 이후 3년여 동안 중국 바둑계에서 유일하게 2700점을 넘겼다. 2020년 11월, 커제는 2774점으로 17년 만에 구리 기록을 깼고, 2020년 12월에는 2782점의 최고 랭킹 점수를 세웠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 바둑 사상 최고 랭킹 점수 기록이기도 하다.

1997년 1월 랭킹 점수제가 시행된 이후 16명의 '1인자'가 나왔지만 커제(2782점), 구리(2773점), 창하오(2754점), 마샤오춘(2747점), 쿵제(2747점), 저우허양(2728점), 왕레이(2719점), 미위팅(2715점), 리쉬안하오(2714점), 스웨(2702점), 천야오예(2700점) 등 11명이 초일류 기사의 경계선이라고 불리는 2700점을 넘었다.

▲중국바둑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리, 녜웨이핑, 창하오(좌측부터)는 사제지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