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오른쪽)이 초대 우슬봉조배 결승5번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지는 결승 2국은 오는 26일 토요일에 속개된다.

 

 

"아니 이게 뭐예요? 이게 지금 뭔 수죠?" (바둑TV 이성재 해설위원)

 

중계석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고 그것으로 승부도 끝이었다. 인공지능 그래프가 요동치며 사실상 5대5 승부가 됐다고 생각한 순간, 믿을 수 없는 대착각이 튀어나오며 때이른 종국이 찾아왔다.

 

20일 13시 성동구 바둑TV에서 열린 제1기 우슬봉조배 결승5번기 1국에서 박정환이 이동훈에게 14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며 선취점을 올렸다.

 

초반부터 시종일관 박정환이 앞서나간 바둑이었지만 종국 순간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장장 3시간 동안 추격전을 이어가던 이동훈이 드디어 승률 기대치를 50%에 가깝게 끌어올린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실수를 범하며 단 한 수만에 바둑이 끝나버렸다.

 

제1기 우슬봉조 한국기원 선수권전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30분, 40초 초읽기 5회다. 결승2국은 오는 26일 토요일에 속개된다.

 

 

▲박정환이 흑139로 둔 순간 인공지능 그래프는 좌우로 요동쳤다. 인간의 관점에선 최선에 가까운 수였지만 AI 추천수보다 승률 기대치가 꽤 떨어지는 수였던 것.

 

 

▲백은 1로 호구치는 수가 당연했다. 흑4에는 백5로 한 칸 뛰는 맥점이 있어 흑8까지 패가 예상되는 장면. '패는 요술쟁이'라는 말이 있듯 이 진행이었다면 아직 승부를 속단하기 이른 국면이었다.

 

 

▲이동훈이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황급히 내려놓은 백1은 아마추어 같은 실수였다. 흑2로 받아준다면 백3을 선수하고 5로 넘어가 흑돌 전체를 '공짜'로 모두 잡아먹을 수 있다는 심산이었으나 이렇게 둬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상대는 박정환.

 

 

▲아직 초읽기도 몰리지 않은 채 시간이 한참 남아있던 박정환이지만 흑2는 '노타임'으로 찾아냈다. 이동훈은 흑4로 양단수 당한 순간 일장춘몽이 깨지며 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143수 끝 흑불계승).

 

 

▲박정환은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살이 됐지만 여전히 최정상에서 맹활약 하고 있다.

 

 

다음은 결승1국 승리를 거머쥔 박정환과의 일문일답.

 

오늘 바둑은 시종일관 유리했다. 승리소감은?

"이동훈 선수와 오랜만에 대국해서 기뻤다. 상당히 침착하고 강한 것은 여전했다. 오늘 내용은 나름대로 만족스럽고 컨디션도 괜찮다.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실수를 범했는데, 종국 때까지 초읽기에 몰리지 않았다. 시간 안배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지?

"우슬봉조배는 40초 초읽기라서 초읽기 몰리면 잘 둘 자신 없다(웃음). 초읽기 몰리기 전에 바둑을 최대한 많이 정리하려고 빨리 뒀다."

 

 

현재 11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연승은 크게 의미 없고 내용이 중요한데, 역전승한 바둑이 많아 아직은 별로 좋다고 할 수 없다. 결승에서 좋은 모습 보인다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한국나이로 30대가 됐다. 서른살 되고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상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지만 바둑으로는 자기관리를 안하면 대국 중간중간 뜻하지 않은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 자기관리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