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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이 AI를 받아들이게 된 세 단계 과정
2025-03-05 오전 9:11:54 입력 / 2025-03-05 오전 9:31:59 수정
▲모교인 칭화대학에서 AI관련 강연을 하고 있는 커제 9단.
2017년,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참패한 후 커제 9단은 AI와 멀어졌다. 당시 인류 바둑계 최강의 기사로서 커제는 AI를 이기고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힘을 다했다. 그러나 결국 패배했고 커제 9단은 절망과 무력감에 눈물을 흘렸다.
이후 커제는 AI를 이해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쳤다. 스승은 문을 열어줄 뿐, 수행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커제의 AI에 대한 태도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 단계는 AI를 이기려고 했던 시기, 두 번째 단계는 AI를 배우고 모방하려 했던 시기, 세 번째 단계는 AI와 융합하며 통달해 가는 시기다.
지난해 12월, 커제 9단이 모교인 칭화대학을 방문해 AI 기술 발전에 관한 강연 및 교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커제는 AI 시대의 도전과 자신의 심리적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커제 9단은 "한때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큰 고민을 했었다"며 "그 당시 나는 매우 불안했고,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심지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이 빠르게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매우 우울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는 내가 종사하는 바둑이라는 직업을 해체해 보려고 했고, AI의 눈에는 내가 마치 돌멩이에 맞는 원숭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커제는 결국 자신과 화해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해체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일이다'라는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며 "만약 정말로 모든 것을 해체한다면, 인간의 많은 행동들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 문제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반성했다.
커제 9단은 "우리는 미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프로 바둑기사에게 AI는 이제 우리가 크게 의존하고 사용하는 훈련 방식이 됐다. AI를 활용해 성장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AI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커제는 과감히 AI를 배우고 모방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작하자마자 3-3 침입을 두는 것'이다. 이 전략은 커제 9단을 상대로 한 판 전체를 쫓아가게 만들었고, 심지어 대마가 잡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는 커제 9단이 상대를 쫓아가며 대마를 잡으려는 모습에 익숙했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현재 바둑계에서 상위권에 오른 기사들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한 것이 아니라, AI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며 "바둑 기사에게는 노력보다는 귀납적인 것과 전체적 결론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커제는 "AI가 바둑기사의 커리어를 연장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과거 25-30세 구간의 경쟁력은 현재의 25-30세 구간보다 훨씬 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은 내가 40세, 50세가 되어도 바둑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 시대를 바꾼 생산력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증기기관이 발명된 후 많은 사람들은 증기기관이 인간의 마차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고, 심지어 인간이 끄는 마차와 증기기관차의 경주를 벌이기도 했다. 결과는 증기기관차가 마차를 쉽게 이겼다.
그러나 증기기관차가 마차를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증기기관차가 마차 운전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증기기관차를 규제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이 증기기관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첫째, 증기기관차가 석탄을 태우며 더럽고 환경을 오염시켰기 때문이었고, 둘째, 증기기관차의 소음이 너무 커 주민들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셋째, 증기기관차는 철로를 부설해야 했고, 이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농지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마차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영국이 증기기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프랑스와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증기기관을 활용해 영국을 압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기기관차가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025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의 세계대회 선수권자인 신진서, 박정환, 커제가 여전히 결승전에서 맞붙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이들이 세계 최정상급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바둑 뿐 아니라 세계의 첨단 트랜드를 따라잡지 않으면 구한말의 (역사는 반복)되는 궤를 타게 된다.우리의 시대적 참담한 현실이 안타깝다.구시대 유물론이 판치는 세상에서...그나마 신공지능의 신진서에게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