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신역배
中 저우루이양, 왜 지각했나 봤더니…
체단주보, 과거 이세돌과 박영훈 내용도 언급 보도
2025-04-14 오후 2:58:24 입력 / 2025-04-14 오후 8:46:12 수정
▲신진서(왼쪽, 승) vs 저우루이양. 저우루이양은 10분 늦게 대국장에 도착했다.
12일, 중국 광시장족(廣西壯族)자치구 베이하이(北海)시에서 열린 제1회 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 16강에서 신진서가 중국 저우루이양에게 223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신진서는 16강에 오른 4명의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승리했다. 이날 신진서 9단의 대국은 상대장인 저우루이양 9단이 지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뒷 이야기를 체단주보 셰루이 기자의 보도 내용을 통해 들어 본다.
이날 신진서 9단은 상대인 중국의 저우루이양 9단이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다른 대국이 모두 개시된 이후에도 혼자서 상대 대국자를 기다려야만 했다. 저우루이양 9단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중국 국가바둑팀 코치 황이중 등 관계자들은 급히 주루이양의 휴대전화와 호텔 객실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호텔 프런트에서 객실 키를 발급받아 직접 확인했다.
경기장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에 관심이 쏠렸고, 여러 언론 기자들이 신진서 9단을 촬영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신진서도 한동안 앉아 있다가 다른 대국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기다렸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15분 이상 지각할 경우 기권승으로 처리한다.
▲[25.04.12] 왜 안오지? 10분 지각 땀뻘뻘 | 제1회 북해신역배 16강 대국 현장.
개시 시간으로부터 10분이 지났을 때, 저우루이양 9단이 허둥지둥 경기장에 도착했다. 땀을 뻘뻘 흘리던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흰 돌을 쥐어 신진서에게 내밀며 돌을 가렸다. 심판은 그의 제한시간을 2배로 차감해 20분을 깎았고, 한 수도 두기 전에 이미 20분의 보유 시간을 소모한 셈이 됐다. 옆에서 심판이 휴지를 건네며 땀을 닦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황이중 코치에 따르면, 저우루이양 9단은 전날 경기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아침 9시 30분에 일어나기로 알람을 설정했으나,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아 경기 시작 시간까지 깨지 못했다고 한다. 깨어났을 때는 수많은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고, 황이중에게 연락을 받은 후 급히 일어나 세수를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기권패는 면했지만, 그의 컨디션은 크게 흔들렸고 결국 완패했다.
과거에도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이 비슷한 사례를 남긴 바 있다. 특히 두 사건 모두 한국 대전에 위치한 삼성연수원에서 벌어졌다. 2004년 삼성화재배 4강 3번기에서 이세돌 9단은 구리 9단과의 2국에서 늦잠을 자 지각했고, 경기장에 도착한 후 성급하게 수를 두다 오전 중에 패배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전날 밤까지 동료들과 카드를 치고 놀아 늦게 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삼성화재배 4강에서는 박영훈 9단이 구리 9단과의 대국에서 7분 지각해 14분의 시간을 깎이는 벌칙을 받았다. 구리는 "박영훈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며 승리를 거뒀다.
지각의 원인은 대부분 늦잠 때문인데, 경기 전날 긴장으로 잠들지 못하다가 아침에 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상태를 조절하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지만, 지각 후 급히 경기에 임하는 경우 승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