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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세계기선전

박정환 "2위를 지키면서 신진서 뒤를 받쳐주겠다"

초대 기선전 우승자 박정환 인터뷰

2026-02-28 오후 4:11:19 입력 / 2026-03-04 오전 7:52:49 수정

5년간의 침묵을 깼다.

박정환이 초대 기선전 타이틀을 획득하며 최장기간(14년 6개월)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2011년 8월 만 18세 나이로 제24회 후지쓰배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14년 6개월 만에 기선전을 쟁취하며 종전 기록인 조훈현의 13년 4개월(1989년 9월 1회 응씨배 우승~2003년 1월 7회 삼성화재배 우승)의 메이저 세계대회 최장기간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이뤄낸 박정환.

 


27일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 최종국이 끝났다. 왕싱하오와 복기를 나눈 박정환은 잠시 숨을 돌렸다. 5분 정도 뒤에 대국장으로 돌아온 박정환의 얼굴은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 얼떨떨하다. 방금 끝나서 실감이 안 난다. 초대 기선에 올랐다는 명예가 더 기쁘다. 어제 아무 꿈도 안 꿨는데 지금 꿈을 꾸는 것 같다."

초대 기선전 우승으로 박정환은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1년 삼성화재배 이후 5년 만의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2021년에 우승하고 나서 계속 세계대회를 도전했지만 뭔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오늘 이기고 우승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누가 봐도 왕싱하오가 유리
22세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싱하오를 상대로 33세 박정환이 열세일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나, 11살 나이 차를 극복했다. 왕싱하오와의 상대전적에서도 3승3패가 됐다.

“누구한테 물어 봐도 왕싱하오 선수가 유리하다고 할 것 같았다. 저와 친한 사람을 제외하면 왕싱하오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웃음).”

22세 왕싱하오는 한국을 위협할 차세대 기사로 손꼽히고 있다. 2026년 2월 중국랭킹 3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4월 북해신역배를 우승하며 첫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중국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기사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속기 피셔 방식은 나이 어린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제가 결승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시는 것 같더라.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했고, 특히 왕싱하오 선수의 초반 패턴을 보면서 제 스타일대로 바둑을 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박정환은 1993년생, 왕싱하오는 2004년생으로 11살 차이다.

“아무래도 11살 차가 나기 때문에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고, 그것이 또 승리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집까지 찾아와준 코치진
1국이 끝나고 초반 40수까지 예상했던 포석이었다고 했다. 시간 안배도 굉장히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초반에 시간을 아끼려고 포석에 많은 준비를 하며 왕싱하오 선수의 기보를 많이 봤다. 최대한 왕싱하오 스타일대로 짜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흑번 포석을 더 많이 연구했기 때문에 3국은 흑을 잡길 원했다. 오늘은 상대가 처음 보는 포석을 두어 초반에 크게 흔들렸다.”

결승전 시리즈를 돌아본다면 어떨까.
“1국은 제 스타일대로 잘 풀려서 승리한 것 같다. 1,2국은 사실 준비한 포석이 나와서 비교적 초반에 순조롭게 손이 나갔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새로운 포석이었다. 평소 연습 바둑에서도 두어 보지 않은 포석이어서 초반에 실수도 있었다. 특히 제 돌이 공격당할 때 많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국가대표 코치진은 박정환의 집까지 찾아와 연구를 도왔다.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박정환의 우승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찾아와 대국을 검토하던 프로기사들과 한국기원 정태순 이사장은 박정환의 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했다.

“낮에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매일 한 판씩 스파링했고, 저녁에는 이영구 코치님과 진시영 코치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매일 연구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사장님이 응원 와주셔서 이긴 것 같아 감사드린다. 국가대표 홍민표 감독님과 진시영, 이영구 코치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

올해 가장 큰 목표가 신한은행 세계기선전 우승이었다. 5년간 세계대회를 도전했지만 벽에 막힌 것처럼 잘 안 풀렸다.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이긴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리고 기쁘다.”

 

 

 


#기세에서 밀릴 것 같았던 3국
결승 1국에서는 완승을 했고, 2국에서는 졌다. 3국은 바로 다음날 시작됐다. 우승 상금 4억원이 걸린 결승 3국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승리를 예측할 수 없었다.

“1국을 이긴 후 2국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 보니까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아서 어제는 제 생각에 내용이 좋지 못했다. 어제 졌기 때문에 오늘 기세에서 뭔가 밀릴 것 같았는데 어제 바둑은 최대한 잊고 1국이라 생각하고 두었다.

오늘(3국) 대국은 초반부터 준비한 대로 나오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반 들어 상대 실수도 나오고 흔들리는 것 같아서 기회가 왔다. 초반에 세 점이 압박당하면서 나쁘다고 생각했다. 왕싱하오가 대마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두 번 정도 실수가 나왔던 것 같다. 그때 왕싱하오의 대마를 조이면서 득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대국 전에 준비해온 노란색 음료 한통을 다 비웠다.
"케모마일, 레몬 등 카페인이 없는 여러 가지 티백들이다. 32강부터 4강까지 준비해 왔고 결승 1ㆍ2국은 안 들고 왔는데 2국에서 져서 오늘 다시 가져왔다."

 

 

 


#바둑이 더 좋아졌다
33세 이상으로 메이저 세계대회를 제패한 기사는 22년여 만에 나왔다. 2003년 12월 조치훈이 47세로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박정환은 30대 임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있다.

“AI 시대에 30대의 세계대회 우승은 더 어려워졌다고 느낀다. 저도 그렇고 다른 30대 기사들도 세계대회에 열심히 도전하고 있지만 뭔가 벽이 있는 것처럼 잘 안 풀렸었는데 제가 우승한 것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다른 30대 기사들도 자신감을 얻고 열심히 도전한다면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11월 삼성화재배를 우승한 이후 5년 만의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통산 메이저 우승 횟수는 6회, 프로 통산 우승은 37회가 됐다.

“21년부터 5년부터 열심히 도전했는데 뭔가 안 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 바둑이 더 좋아졌다. 더 즐기면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실력 발전에 도움이 됐다.”

 

 

 


#신진서 뒤를 받쳐주겠다
초대 기선전은 대국자 유니폼을 흑백으로 준비하거나, 결승을 앞두고 박보검 배우가 와서 꽃다발을 전하는 등 행사가 많았다.

“결승에 박보검 배우가 와서 꽃다발도 증정해줘서 재밌었다. 시합 전이 아니었으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겠지만 시합이라서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폼을 흑백에 맞춰 입고 대국하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번 신한은행배 이벤트가 많아서 앞으로 다른 대회에서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우승 상금이 4억원이다. 연간 개최하는 세계 바둑대회 최고 상금이다.

“우승 상금도 크지만 신한은행배 초대 기선에 올랐다는 명예가 더 기쁘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아무 꿈도 안 꿨는데 지금 꿈꾸는 것 같다.”

박정환은 2013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무려 59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를 수성했으나, 2020년 1월 이후 신진서에게 밀려 1위를 탈환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다. ‘랭킹 1위 탈환’을 다음 목표로 잡을 수 있을까.

“신진서 선수가 전혀 용납을 안 해줄 것 같다. 저는 그냥 2위를 열심히 지키면서 신진서 선수의 뒤를 받쳐 주도록 하겠다.”

 

 

 

 

▲ [26.02.27 현장 인터뷰] 박정환 "30대도 우승할 수 있다", "2위가 1위를 지킨다"

 

 

▲ [26.02.27 현장 인터뷰] 5년 만에 메이저 우승! 박정환 "지금도 꿈꾸는 것 같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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