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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특집 진기명기10 ②

2003 상반기결산 착각 퍼레이드

2003-09-14 오후 5:07:58 입력

축구에서 그림같은 바나나킥 한방이 관중을 열광시키듯 바둑에도 신출귀몰한 묘수가 반상을 쥐락펴락한다. 야구에서 어이없는 '알까기' 실책으로 팀 전체가 무너지듯 무심코 둔 착각 한 수에 대마가 오락가락한다.
2003년 상반기를 장식한 묘기·착각 10선을 추려 한가위 특집으로 구성해본다.


착각 ①
세계챔프를 떨군 돌부처의 덜컥수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결정국]
○이세돌 3단 ●이창호 9단
(2003. 3. 27, 백 7집반승)



장면(역전극 불씨)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과 철벽 마무리로 세계를 평정한 이창호, 그가 어이없는 세계대회 결승에서 '덜컥수'로 무너지는 장면은 너무나 아이러니했다.

흑이 우세한 가운데 종반으로 향하는 길목. 그런데, 여기서 어이없는 해프닝이 일어난다. 백1·3에 흑4로 꽉 받는 것이 역전의 불씨. 그리고 흑6이 무심한 패착이었다.
백7로 움직이자 A의 뒷맛이 강력히 부각되면서 죽어있던 백대마(○)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실전진행(백대마 부활)


백4~10으로 패 모양을 만들자 만만치 않은 모습. A로 끊기는 부담 때문에 흑도 강력히 저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패싸움 끝에 백대마는 살아갔으며, 승부도 대번에 역전되었다.

세계최강을 다투는 운명의 일국에서, '신중'의 대명사 이창호가 범한 '덜컥수'이기에 새삼 충격적인 해프닝이었다.



참고도1(흑의 필승코스 1)

A로 꽉 받은 수로는 흑1로 늦추는 것이 안전했다. 지금은 흑이 '1집' 정도는 써도 충분했다.
평소의 이창호였다면 당연히 이렇게 받았을 텐데….



참고도2(흑의 필승코스 2)

백1 때도 흑2로 받는 것이 정수. 그랬다면 흑A가 남아 하변 백대마는 살 수 없었다.




착각 ②
'이창호 저격수'의 축머리 찰칵

[제15회 TV아시아선수권 결승]
○저우허양(周鶴洋) 9단 ●미무라 도모야쓰(三寸智保) 9단
(2003. 9. 7, 백 불계승)



장면(어이없는 폭투)

세계최강 이창호를 격침시키고 결승에 오른 미무라의 기세는 자못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초장부터 흑1~5라는 초강수를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나선다. 그런데 이것이 바둑사에 남을 착각일 줄이야.

백6으로 잇자 기세등등하던 흑의 손길이 문득 멈추었다. 어인 일일까?



참고도(흑의 착각)

시나리오대로라면 당연히 흑1로 끊어야 하는데, 백2의 축에 걸려버린다.
미무라는 우변에 놓인 흑의 기착점(▲)만 믿은 채 축머리는 읽어보지도 않고 강수를 감행한 것인데, 교묘하게도 축(×)이 그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실전진행(착각의 참상)

뒤늦게 깨달은 흑은 1로 돌아섰으나, 백2로 좌하 흑이 횡사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백10에 선착해서는 때이른 백의 승세.
세계대회 결승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착각이었다.




착각 ③
'폭파'돼버린 '폭파전문가'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
○이창호 9단 ●조치훈 9단
(2003. 6. 19, 백 불계승)



장면(이창호의 꼼수 작전)

상대 진영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폭파전문가'로 '악명' 높은 조치훈. 그런데 그의 집이 통째로 폭파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흑의 필승지세인 가운데, 백이 중앙에서 수내기에 나섰다. 좀체 수를 내지 않는 이창호지만, 워낙 불리하기에 '던질 곳을 찾는 몸부림'. 그런데, 그만 흑이 제대로 걸려들어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흑16이 무심한 패착! 백21로 젖히자 큰 수가 나고 말았다.



실전진행(대형사고 발생)

흑1로 버텼으나, 백2를 거쳐 백4로 솔솔 나가니 흑은 속수무책이다. 결국 백6에 이르러 A와 B를 맞보기로 대형사고 발생!
얼마 못 가 조9단은 비통한 표정으로 돌을 거두었다.



참고도(최선의 방어)

백1로 호구쳤을 때 흑2로 들여다보았으면 그만이었다. 백3·5에는 흑4·6으로 꼼수 불발!
잔수 전문가 조9단이 이 수를 못 본 것은 마지막 초읽기 탓일까.




착각 ④
파란눈 초단에 무너진 일본 최강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32강전]
○알렉산드르 디너스타인 초단 ●왕리청(王立誠) 9단
(2003. 6. 17, 백 1집반승)



장면(왕리청의 덜컥수)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최강'으로 열도를 호령하던 맹장 왕리청이 벽안(碧眼)의 풋내기 샤샤에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으랴.

흑이 유망한 가운데 맞이한 종반. 흑은 중앙 백대마(○)의 삶을 종용한 다음 A로 따내면 낙승이다. 그런데, 흑의 실착이 나오면서 뜻밖의 파란이 일어난다.
백1에 덥석 흑2로 받은 것이 덜컥수! 선수인 줄 알고 두었으나, 백3·5로 끊자 B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문득 흑이 바빠졌다.



실전진행(역전의 수순)

흑은 황망한 손길로 중앙을 수습했으나, 그 와중에 백8을 허용하고 말았다. 볼장 다 본 다음 백12로 완생해버리니 흑은 앉아서 5집이상 손해본 꼴.
승부도 단번에 역전되고 말았다.



참고도(흑의 낙승코스)

중앙 백은 어차피 잡을 수 없는 돌. 그러므로 백1을 외면하고 흑2로 똑 따내버렸으면 흑의 낙승이었다.
왕9단 실력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놓칠 수순이 아닌데, 역시 방심 탓일까. '경적필패(輕敵必敗)'라는 경구를 새삼 실삼시킨 대목이다.




착각 ⑤
아차차! 멀쩡한 대마가…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
○조훈현 9단 ●목진석 7단
(2003. 6. 19, 흑 불계승)



장면(조훈현의 대착각)

근래들어 1년에 한번 꼴로 어이없는 착각을 범해 화제를 남기곤 하는 조훈현 9단. 올해도 '9급짜리 착각'으로 멀쩡한 대마를 죽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우변 전투에서 성공한 백의 낙승이 예견되는 국면. 목진석 7단은 중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흑1·3으로 두었는데, 돌연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 발생한다. 백4가 패착! 흑5로 푹 씌우니 졸지에 백대마가 풍전등화.



실전진행(백대마 횡사)

백1·3으로 저항했으나, 흑4로 꽉 잇자 중앙 백대마는 숨 한번 못쉰 채 즉사하고 말았다.

조9단의 국후담.
"글쎄, 백A로 끊어 축이나 촉촉수인 줄 알았다니까요. 요즘엔 단수도 안보이니~ ㅜㅜ."



참고도(쉽게 사는 길)

백1로 껴붙였으면 간단히 살 수 있었다. 이 대마만 무사하다면 집이 많은 백의 낙승지세.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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