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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이세돌편2

예리한 잽과 현란한 흔들기

2004-09-26 오전 8:58:18 입력

이세돌의 강점 ③
집요한 공격성과 과감성

바둑평론가 박치문 씨는 "이창호가 뭉툭하다면 이세돌은 사금파리처럼 날카롭다. 이창호가 북소리처럼 은은하다면 이세돌은 말발굽소리처럼 격렬하다"고 평한 바 있다.

이세돌은 공격적이고도 집요하다. 타켓이 하나 떴다 싶으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노림수를 관철시키곤 한다. 그래서 그의 바둑은 좀처럼 평온하게 끝나는 법이 없다. 최근 바둑 중에서 그의 걸작보를 발췌해본다.


▲ 장면3 (과감한 쎈돌의 강습) 9회 삼성화재배 16강전
●이세돌 9단 ○후야오위(胡耀宇) 7단 <2004. 9. 3, 흑 불계승>

흑이 유망한 가운데 종반에 돌입하는 단계. 그런데 이세돌은 끝내기할 생각은 않고 엉뚱하게도 흑1∼5를 두는 게 아닌가. 집으로는 엄청난 손해수.

바로 흑7을 위한 사전공작이었다. 진작부터 노려온 ○들을 공략하기 위해 손해를 무릅쓴 것이다.


▲ 참고도 (상식적인 끝내기)

정상적인 끝내기로 따지자면 흑1이 반상최대의 곳.
형세도 좋고 하니 이렇게 마무리할 만도 한데, 이세돌은 이렇듯 곱게 판정 승부로 가는게 체질상 맞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확실한 KO 펀치가 보인 것일까.


▲ 실전진행 (공격, 또 공격)

불의의 기습에 백은 1∼5의 사이드스텝으로 예봉을 피해 간다. 그래서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흑6이라는 비수가 등장했다.

결국 백은 이곳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채 머지 않아 타월을 던져야 했다.


이세돌의 강점 ④
예리한 잽과 현란한 흔들기

이세돌은 상대의 허점을 콕콕 찌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무심히 던지는 듯한 잽이지만, 급소를 정확하게 짚고 있기에 뼈가 시린 아픔을 주곤 한다.

게다가 형세가 불리할 때는 이러한 잽들이 국면 전체를 흔드는 '흔들기'로 작용한다. "이세돌의 흔들기는 '흔들기의 원조' 조훈현을 찜 찌어 먹을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인지 조훈현은 이세돌의 이러한 흔들기에 휘말려 무려 9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었다.


▲ 장면4 (환상적인 잽 연타) 5회 LG배 결승3국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2001. 5. 15, 흑 7집반승>

흑1로 가두자 일견 △들은 별 뒷맛 없이 잡힌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이세돌은 백2로 척 붙여 흑3의 굴복을 강요한다. (흑3으로 A에 막으면 백3으로 되젖혀 상변 백이 산다.)
그러더니 이번엔 백4의 잽을 날린다. (흑B에는 백C로 간단히 수가 날 모양)

계속되는 백의 예리한 잽에 흑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리라.


▲ 실전진행 (잽 두 방으로 우세확립)

눈물을 머금고 흑1∼5로 물러섰으나, 차마 견딜 수 없는 굴복이라 흑은 처참한 기분이다. 문제는 이렇게 물러서고도 상변에는 아직 수가 남아있다는 것.

상변에서 두 방의 잽으로 한껏 기분을 내며 흑진 삭감에 성공한 이세돌 9단은 유유히 백8의 큰 곳으로 손을 돌려 우세를 선언한다.



▲ 참고도 (아직도 남은 뒷맛)

상변에는 훗날 백1∼7로 꼬리를 살려오는 수단이 남아있다. 그토록 물러섰음에도 이런 수단이 남아있다니.



▲ 장면5 (역전타가 된 흔들기), 16회 후지쯔배 준결승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 ○이세돌 7단 <2003. 7. 5, 백 반집승>

이창호 버금가는 마무리 실력의 소유자로 꼽히는 요다가 이세돌의 흔들기에 말려 역전패한 바둑.

별 사고가 없는 한 흑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백1로 뛰어든 것은 마지막 승부수. 흑2(A가 정수)로 욕심을 부리자 백3의 잽에 이어 회심의 역전타가 작렬한다. 백5가 상대의 허를 정확히 파고든 이세돌의 흔들기!


▲ 참고도 (흑, 걸려들다)

계속해서- 흑1로 잡는 것은 백2로 끊겨 안된다. 백4 다음 A와 B가 맞보기라서 흑이 걸려든 모습.


▲ 실전진행 (백, 짜릿한 역전승)

불의의 강타를 맞은 요다 9단은 흑1로 수습하려 했으나, 백6·8로 집요하게 추궁하자 우변 흑진이 허물어져 일거에 혼전 양상.

백30에 이르러 마침내 형세역전. 결국 이세돌 9단은 짜릿한 반집을 일궈냈으며, 여세를 몰아 후지쯔배 2연패에 성공했다.


이세돌의 강점 ⑤
두둑한 배짱과 모험정신

타개와 전투에 자신이 넘쳐서일까, 이세돌은 공격당하는 모험(?)을 즐긴다.
이세돌의 바둑을 보면 무척 위험해 보이는 대마임에도 거푸 손을 빼고 실리를 챙긴다든지, 수세에 몰리면서도 배짱 좋게 역습을 시도하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 특히 그곳이 승부처라고 판단될 때 그의 모험은 더욱 과감해진다. '안전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이창호와는 달리 이세돌의 바둑이 늘 스릴 넘치는 격전이 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배짱과 모험정신 때문이리라.

이처럼 두둑한 이세돌의 배짱은 상대의 동요와 실수를 유발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다만, 종종 상대의 일발 필도에 걸려들어 무너질 때도 있지만….


▲ 장면6 (쎈돌의 '배짱류'), 제2회 도요타덴소배 8강전
●이세돌 9단 ○저우허양(周鶴洋) 9단 <2004. 8. 25, 흑 불계승>

백이 △로 ●들을 위협하고 나선 장면. 흑A로 근신한다면 백B로 지키겠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흑은 "웬 공포탄?"하며 귀로 뛰어든다.
"아니, 백B로 차단다면 좌변 흑은 어찌하려고?"


▲ 실전진행 (흑, 꿩먹고 알먹다)

체면상 백1로 차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흑6까지 살아버리자 막상 백은 다음 수가 마땅치 않은 모습. 결국 백7∼11로 참고 말았는데, 유유히 흑12에 선착해서는 흑이 '꿩 먹고 알 먹은' 형국.

두둑한 배짱 덕분에 흑은 여기서 단번에 승기를 잡았다.


▲ 참고도 (백, 남는 게 없다)

흑1 때 기세대로라면 좌변 공격에 착수해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 않다. 가령 백2에는 흑3으로 받아 ●를 버리려는 것. 흑A도 시급한 상황이므로 백으로선 이 정도의 이득 갖고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

이세돌의 배짱과 흔들기에는 이처럼 여차하면 꼬리는 버린다는 변신술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세돌3편으로 계속)



TYGEM / 김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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