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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대한국인 이·창·호!

중국랭킹 1,2위 쿵제 구리 꺾고 막판 역전 2연승

2007-02-10 오전 10:43:40 입력 / 2007-02-10 오전 11:22:56 수정

 
끝없이 추락하던 이창호가 마지막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최근 잇단 부진을 한방에 털어내려는 듯 사력을 다한 끝에 한국대표선수의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불과 1주일전만해도 추락일로를 걷던 이창호가 말이다.

농심배는 이창호의 투혼이 빛난 한판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뭇 호사가들의 입방정을 나무라듯 이창호는 보란 듯이 일어섰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중국의 투톱 구리와 쿵제를 딛고서 말이다. 한국이 한국은 농심배 8년 역사상 7번을 우승했지만 그 대부분은 이창호로 인한 국가적 경사였다. 이창호가 왜 국민을 열광케 하는 지 명확한 증거가 된 한판이었다.

277수만에 흑2집반승. 그렇게 각박한 차이도 아니련만, 인터넷에서 TV에서 해설하는 이도 오늘처럼 계가가 되지 않는 날도 없었으리라. 그들조차 살 떨린다고 했으니 말이다. 숨 가빴던 농심배 3차전을 되짚어 본다.


불안하기 그지없던 신산
이창호는 농심배 이전까지 4패를 당했다. 정상급 기사의 승률은 원래 그리 자랑할 만한 게 못된다. 그렇다고 해도 벽두부터 당한 그 4패는 알다시피 창하오에게 2패, 윤준상에게 2패를 당한 것이다. 꼭 이겼어야할 4패였다. 때문에 랭킹도 2위로 내려앉았다.

12살 어린 도전자 윤준상을 맞은 국수전. 도전1국에서는 1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실수를 범했다. 완전히 스러져가는 이창호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착각이 나왔다. 더욱이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이 무색했던 도전2국에서의 반집 역전패까지.

그는 국수전 이전에도 이미 회복하기 힘든 내상을 입었다. 새해 벽두부터 벌어졌던 삼성화재배 결승. 30합을 겨루는 동안 7할 이상을 이겨왔기에 무늬만 라이벌이었던 창하오에게 2대0으로 무력하게 무너졌다. 바로 그 악몽의 장소 상하이 화팅호텔에서 농심배가 열린 것은 과연 우연일까.


3차전(상하이) 불안한 가운데 개막
살아남은 선수는 5명이었다. 박영훈·이창호(한국) 쿵제·구리(중국) 요다노리모토(일본). 한국은 3승을 2명이서 거둬야 하고 중국은 2명이 2승을 거두면 우승이다. 물론 일본은 4명의 한중고수를 차례로 뉘어야만 하는 지옥의 코스. 일찌감치 한중전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한국은 신산․소신산(小神算)이 나섰다. 한국의 김인 단장은 “한국기사들의 기풍이나 전략이 노출되어 고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중국기사의 성적이 좋아 한국과의 대등한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 부진한 이창호를 겁내지 않는 중국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중국은 한 번도 농심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작년 중국의 기세로 보아 올해는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최종국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현지에서 전한다. 오죽하랴. 중국의 막강 랭킹1,2위가 마지막 3차전에 등장했으니.



[11전] 박영훈 대 요다 노리모토(박영훈 4연승)

일본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전에서 하네나오키가 2연승을 거둬 초반 선두를 달렸지만, 나머지 기사는 펑첸과 박영훈의 희생양이 되어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 물론 일본은 4연승을 거두어야 함으로 가장 힘들다고 보았다.

더욱이 2차전에서 3연승을 거둔 박영훈과 만나는 일본 주장 요다는 작년 3연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한 감격을 누린바 있는 베테랑이다. 요다는 종반까지 필승의 바둑을 만들었으나 초읽기 과정에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고는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예정대로 한국과 중국의 2대2 싸움이 되었다. 박영훈은 작년 말 부산에서 열린 2차전에서 펑첸의 연승을 '5'에서 스톱시킨 다음, 다카오신지 천야오예를 연파하며 3연승을 달성해 한국에 희망을 던져주었다. 사실 박영훈의 4연승이 없었다면 결코 이창호의 막판 2연승도 없었을 것이다. 랑데부 홈런의 앞 타자와 다음 타자의 역할 분담이요, 신산과 소신산의 호흡이었다.


[12전] 박영훈 대 쿵제(쿵제 1승)
기세 탄 박영훈이 5연승을 할 수 있을까. 박영훈 대 쿵제의 대결로 시작됐다.  박영훈은 상대전적 2패로 쿵제에게 다소 밀리고 있다는 것은 비보였다. 더욱이 최근 끝난 중국 최대기전인 창치배에서 구리마저 꺾고 랭킹2위까지 치솟은 쿵제가 아닌가.

박영훈은 우변을 중심으로 두터운 세력을 쌓았고, 이에 쿵제도 모양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박영훈이 무모한 공격으로 나서며 때 이른 비세에 빠진다. 중반 들어 백 세력은 삭감했지만 좌상 일대의 실리를 허용했다. 또 좌하귀에 침투해 패싸움 끝에 살기는 했으나 대신 우하귀 백을 놓치면서 형세가 결정되었다. 

 
박영훈은 4연승으로 만족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했다. 4년 전 농심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첫 타자로 나서 거침없이 질주하다 오늘처럼 5승째에서 쿵제에게 막히고 만다. 4연승은 매우 뛰어난 성적이련만 우승을 위해서는 조금 더 했어야 했다.

부실한' 이창호를 달랑 남겨두고 퇴장하기엔 왠지 쓸쓸했다.

 

[13전] 이창호 대 쿵제(이창호 1승)
농심배 우승을 향한 최고의 찬스를 잡은 중국. 그 동안 수적우세를 가진 적이 한 두 번이었나. ‘예전에는' 막판에 익숙한 이창호. 과연 다시 한 번 신화를 이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쿵제 또한 이창호에게도 강했다. 두 차례 만나서 모두 쿵제의 승리. 그러나 비공식 대회에서는 이창호가 한판을 이겼다고 한다.

초반은 4귀생을 한 쿵제가 지나치게 집으로 앞서간다. 쿵제는 이창호를, 아니 대소신산(大小神算)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록 자신의 주무기는 변화를 앞세운 전투이건만, 자신이 좋아하는 쪽 보다는 상대가 싫어하는 길을 찾는다.

어쩔 수 없이 대 세력작전을 펼친 이창호는 중반까지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좌변에서 싸 바르게 되어, 결국 중앙에 떠있는 대마몰이에 활용하게 된다. “이창호의 컨디션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의 투혼이 살아난다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마샤오춘)

 
마샤오춘의 말은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농심투혼이 살아난 것이다. 비세를 의식한 쿵제가 계속 실리를 챙기며 버티자 이창호는 비기(秘技)를 드러낸다. 대마를 잡으러 간 것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창호의 바둑에서는 보기 힘든 큰 기술이 터진 것이다.

이창호가 새해 들어서 연전연패하고 있는 상황이 또 이어질 것인지가 더 걱정이었다. 자신도 주변의 눈길을 의식하는지 쿵제와의 바둑에서는 초읽기를 영어로 해달라고 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국후 인터뷰는 생략했다고 한다. ‘전반전이 끝났는데 무슨 인터뷰인가.' 꼭 이기겠다는 의지였고 한편으로는 극도의 부담감의 표출일 터.



[14전] 이창호 대 구리(이창호 2승)
이창호가 구리와 만났다. 한중간의 대격돌이다. 이 한판은 농심배의 우승을 가리는 시합이기 이전에 07년 이후 한중 힘대결의 저울추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또 이창호의 위력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이창호는 지금까지 구리와 총 6차례의 대결을 펼쳐 3승3패를 기록했다.(공식대국은 3승2패로 이창호가 앞섬) 그런데 최근에는 구리가 연승이다. 역시 쿵제와 마찬가지로 이창호에게 밀리지 않는 기사. 바둑 팬이라면 다들 TV앞에 컴퓨터 앞에 앉았을 것이다.

피말리는 싸움으로 한치 앞 승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흑을 든 이창호는 어제 대국과는 반대로 중앙에 큰 미생마를 띄워놓았다. 이창호는 구리의 날카로운 창끝을 몸소 맞서 싸운다. 어느덧 그는 컨디션을 회복하고 단단한 끝내기 솜씨를 보인다. 예전 모습이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창호의 승리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 신예들이 ‘끝내기는 아마7단'이라며 폄훼하던 구리가 아닌가. 그는 결국 침착함을 잃고 후반에 계속 밀리다 결국 승리를 내어주고 만다. 이창호의 농심배 대역전극은 이렇게 마무리 되고 만다.


이 한판을 계기로 다시 일어나는 이창호가 되길
한국이 자랑하는 ‘대소신산'이 이겨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쿵제와 구리는 다들 전투와 변화를 능기로 하는 이세돌 최철한과 같은 매파. 따라서 그들의  변화무쌍한 화력에 중반까지 버티고 후반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 기존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대소신산도 기풍의 파격을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이창호는 그 답지 않은 대 세력작전에 대마사냥을 하기도 했고 박영훈은 역시 큰 모양작전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기풍의 고착화에 대한 고민이 짙어갈 즈음, 흔하지 않은 기풍으로도 이겨냈다는 점은 더 더욱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창호의 부활이다. 이 한판으로 그간 부진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그가 우승상금도 큰 삼성화재배를 놓쳤지만 국가대항전에서 이렇게 힘을 내주니 기쁘기 한량없다. 팬들이 간절히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할 적에는 꼭 나타나는, 그대가 바로 대한민국 대표선수 이창호!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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