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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시평

바둑에는 왕후장상이 따로 없다

세상에 대로가 있으면 뒷골목도 있기 마련…바둑은?

2007-04-30 오전 10:49:18 입력 / 2007-04-30 오전 10:50:14 수정

세상에 대로가 있으면 뒷골목도 있기 마련이다. 대로와 뒷골목은 흑백이 있어 바둑을 꾸미듯 세상 살이의 이치다. 대로가 각광을 받고 주목을 끌기는 하나 뒷골목도 늘상 시대에 기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용익의 '기아'에는 500명의 조선 시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천민 출신은 어무적,조신,송익필등 수명에 불과 하다. 당대의 문벌들의 비망록속에 이들이 끼어든 것은 이들이 이뻐서가 아니라 악질적이던 조선의 결벽성도 어쩌지 못한 음양의 이치탓이다.

오직 문장이 선이던 시대에 문장이 아닌 여타 기예가 시대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이런 시대의 분위기속에서 양지보다 음지를 아쉬워 한 사람들이 있으니 조희룡, 이옥, 성대중, 이장찬 등이다. 그들은 회조일사니 이향견문록이니 향은집 등을 남겨 시대의 뒷골목을 증언한다.

성호 이익은 조선 시대의 화두를 민중의 유리로 규정한다. '모이면 백성이고 흝어지면 도적이다' 조선 천지는 백성과 도적을 분갈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이다. 이들 위항인들의 시선속에 김종귀, 이학술, 유찬홍등 바둑의 고수들이 보인다. 겨우 이름 한줄만 전하는 고동(高同)도 있다.

 

고동은 조선실록에 정후겸의 일파로 나온다. 정후겸은 영조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제물포의 양아치 출신으로 왕족의 후원을 받아 병조참판 도총관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정후겸은 고동을 비롯한 뒷골목의 3류들을 규합하여 세자(정조)를 암살 하려 대궐에 특공대를 투입 하는 등 파격적인 일을 도모 한다. 일은 실패로 돌아가고 고동등은 호서의 염전에 노비로 보내져 노역을 살고 정후겸은 귀향을 간다. 정후겸은 고동을 내세워 한성의 졸부들을 바둑 투전등으로 갈취를 하여 자금을 만들며 파천황을 꿈꾼것이다.

고동은 뒷골목의 왈자패로 일종의 건달이다. 성대중(成大中)은 '동사여담'에 당시 건달들의 위력을 기록하고 있다.

건달패의 단합 대회에 용호영(수방사)의 군악대를 초청하고 거절을 당하자 군악대장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 위 그림 : 동사여담에 실려있는 성대중 초상화)

- 대장님 머리는 쇠로 되어 있고 집은 물가에 있는모양이지요?
마피아의 협박의 비지니스를 방불케하는 이 편지로 용호영의 악대가 건달패의 단합 대회에 와 풍악을 울려준다.

조선의 건달들은 길동(吉同)을 대부로 알았다. 성호세설에 황해도 군도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두령이 길동의 후예를 자처 한다. 길동은 연산군때 활동 하던 충청도 홍길동 바로 그 사람이다. 군도들은 활빈당을 자처하면서도 하는 짓은 가관이다. 활빈은 고사하고 민폐의 극치다.

- 우리는 다음을 잘한다.
갑. 돈 안주면 묘를 파고 불을 지른다.
을. 여자는 겁탈 하고 상여를 부순다.

이 기록은 20세기 초 상주, 보은, 연산등을 무대로 활동 하던 이순석 부대의 '활빈당발영'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짓을 일삼은 도적 집단이 활빈당이라는 이름으로 의사 단체로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연하다. 이 시대 바둑 투전등은 건달패들의 중요 도락이자 자금줄의 방법이다. 조선 말기 조선의 투전판을 누빈 일본 기사가 있다. 그는 이카이와(度瀕平治郞) 7단이다.

이카이와는 활빈당이 극성을 부리는 1920년대에 조선에 들어 와 조선을 돌며 바둑의 고수들을 호구(?) 잡아 방탕한 생활로 세월을 보낸다.

이키이와는 일본기원에서도 정식 프로가 아닌면서 7단을 인허한 마귀(?)였다. 그의 바둑에 조선의 고수들이 백여날 수가 없었다. 이카이와는 아에 "조선위기총람'이라는 조선 호구들의 명단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백남규 채극문 정규출등이 모두 보인다. 이카이와의 후원자중에 친일파 한상룡과 하야시도 보인다.

하야시는 조선인으로 한양에 들어 와 잇던 일본 야꾸자의 보스로 다도와 바둑등의 고상한 취미를 즐겼다. 필자는 하야시의 취미를 하야시패의 행동대장이었던 김동회옹을 통해 취재한바 있다.


▲ (왼쪽부터) 낙화유수 김태련, 번개 박성기, 김동회, 조일환, 점백이 정점수, 이청.

김두한은 바둑을 잘 두지 못했다. 그러나 동생들이 바둑 장기등을 두면 곁에서 돈을 상금으로 걸어 주고 관심있게 지켜 보곤 했다. 김동회옹은 바둑을 조금 둘 줄 알았다. 김두한의 후계자라는 조일환은 아마 3단의 기력이다.

바둑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기예다. 위로는 왕후장상으로 부터 아레로는 뒷골목의 은자(?)들까지 신분과 사상에 관계 없이 소통되는 문화 통로다.


TYGEM / 이청 바둑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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