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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왜 AG에서 탈락했나?

광저우AG 채택 해프닝···인천AG기약

2007-04-27 오후 12:09:27 입력 / 2007-06-01 오후 3:22:17 수정

♣ 왜 바둑은 AG에서 탈락했나?
바둑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중국 발(發) 뉴스로 인해 바둑계는 지난 주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바둑인들은 하늘 끝까지 헹가래쳤다가 그냥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결론은 지독한 해프닝이었다.

이번 해프닝은 중국의 한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쿠웨이트서 열린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이사회에서 바둑이 체스를 대신해서 정식종목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도한 것이 그 시발. 그 오보가 더욱 신빙성이 있게 보이는 것은 중국바둑계 고위인사들의 코멘트까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조직위는 당초 바둑이 아시안게임 위원회의 비준을 얻어서 메달 개수 등 구체적 논의를 시작했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채택했던 체스와 연식정구를 빼고 중국의 전통 보트 경주인 용주(龍舟)를 바둑과 함께 정규 종목으로 채택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OCA는 인라인을 체스로 대신하고 바둑은 크리켓으로 대신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 지난 17일 쿠웨이트에서 진행된 제26차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의록 일부 발췌.

♣ AG 개최도시 탈락한 인도 달래기?
바둑은 왜 탈락했을까? 인천과 같이 경쟁했던 인도의 뉴델리를 배려하여 OCA에서는 인도의 인기 종목인 체스를 넣어주었다는 설이다. 체스는 인도를 비롯하여 아랍계와 중국에서 꽤 유행하는 종목이다. 특히 인도는 2006년 도하에서 3개의 금메달 중 2개를 딴 강국이며 체스 아시아연맹 회장국이다. 체스뿐 아니라 크리켓도 인도의 인기스포츠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흔히 IOC(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두개의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OCA도 IOC의 산하단체이니 어차피 같은 룰과 같은 속설이 적용된다고 보면 쉽겠다. 한국에게 주최권이란 선물이 돌아갔으니 바둑이란 일개 종목의 채택여부는 신경을 덜 쓸 수도 있다. 란디르 싱 OCA사무총장(인도)이 애초에 인천과 뉴델리와의 순차적인 아시안게임 개최를 도모한 적이 있는 만큼 바둑과 체스의 빅딜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아시아 45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주최국으로서 원만함을 최우선과제로 삼는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도하에서보다 2개의 종목이 늘어나는 것에 대단히 만족한 결과라고 보인다. 또 바둑이나 체스나 어차피 중국에서는 동등한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굳이 바둑에 목을 매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수 천년동안 바둑은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다가 ‘겨우’ 스포츠로 편입된지 5년 남짓이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인지 모른다. 바둑과 체스가 같은 두뇌스포츠임을 감안하면 체스에게 밀린 것 같아 못내 서운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종목결정은 국내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전 아시아인의 축복 속에 결정되는 것이다.

작년 10월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아시아바둑연맹(AGF)을 결성하는 등 나름대로 활발한 막후 활동을 벌여 왔던 한국바둑계는 이러한 바둑배제의 막후 과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틈에 미진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삼겠다는 자세. 조건호 아시아연맹회장도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차분하고 내실 있게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몇 가지 난제 해결해야
냉정하게 바라보면, 바둑이 한·중·일·대만 등 극동아시아에만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체 아시아인의 대표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에 대한 지원 활동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현재 16개국에 불과한 아시아바둑연맹 가맹국 수를 늘리는 등 바둑의 세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에 개최될 제1회 인텔리피아드(Intellypiad: Intelligence(지혜)와 Olympic(올림픽)의 합성어)의 성사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분명히 내년 인텔림피아드를 개최한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번 경우처럼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공수표로 개연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인텔리피아드는 바둑·브리지·체스·체커 등 4종목의 마인드 스포츠를 겨루는 경기로 IOC의 공인을 받을 수 있다.)

바둑의 스포츠화라는 명제가 아래로부터의 애절한 희망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도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팬들과의 동조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들어갔다는 ‘오보’를 접하고도, 인터넷 공간에서 바둑을 즐기는 수 만 명의 유저들은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점이다. 국내홍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 한·중·일 입장 통일, 룰 통일 등 시급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한국이나, 바둑 붐이 한창 일고 있는 중국이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일본이나, 공히 바둑의 저변확대에는 관심이 크다. 한․중․일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1962년부터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이었던 중국은 바둑을 굳이 스포츠의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었다. 일본은 문부과학성에 등록이 되어있으며 체육협회에는 속해 있지도 않다. 최근 스포츠로 입장을 굳힌 한국의 입장은 아시안게임도 좋지만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는 것이 ‘소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한·중·일 3대 강국은 게임규칙조차 통일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룰 그간 나름대로의 준비가 있었지만 룰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해 묵은 고민거리이다. 자칫 한·중·일의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되기라도 한다면 영영 국제대회의 정식종목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 종목 다변화 등 흥미 끌 요소 발견해야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어 ‘차다’라는 뜻의 ‘세팍’과 ‘공’을 뜻하는 태국어 ‘타크로’의 합성어로 이루어졌다. 두 국가의 종주국논쟁은 끝이 없었지만 명칭을 합치면서 일시적인 봉합을 했다. 그러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되자 해묵은 논쟁은 접어두고 오로지 양국가가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덕분에 세팍타크로는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눌러앉아 있다. 이유는 오로지 재미있기 때문.

바둑은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기 참으로 어려운 경기이다. 3강국 이외의 국가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중·일 이외의 국가에서 참가할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종목 다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의외성을 가미하는 것도 좋은 방침이다.

아쉽게도 복식 경기라 할 페어바둑은 한·중·일 가운데 한국이 가장 보급이 늦다. 공식 대회도 하나 없는 실정이다. 3인 이상이 한 팀이 되어서 겨루는 경기, 10줄·13줄 경기, 초 속기 대회 등 다양한 형태의 대회를 개발하여야 한다. 굳이 개인전만 고집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 다시 출발이다
체스가 먼저 아시안게임의 종목이 됨으로 해서 비슷한 두뇌스포츠인 바둑도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희망적인 것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바둑이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미 대한바둑협회에서는 인천시와 유기적인 협조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는 이번 개최도시 표 대결에서 가맹국에게 항공료와 숙식비 무상제공하며, 스포츠 약소국에게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구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바둑후진국들에게 바둑의 보급이나 물품의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가맹국 수도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해프닝이 모처럼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인천아시안게임 정식종목 결정까지 4년의 시간을 벌었다. 바둑계로서는 2014년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정치력을 키우는 등 바둑인이 아니라 체육인으로서의 과감한 변신을 기대한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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