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검법(本國劍法)의 계승자(繼承者), 재일검객.
본국검법은 조선 정조 14년(1790)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24기(技) 중의 하나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칼춤의 희(戱)라하여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황창(黃昌)은 신라 사람이다. 속설에 전하기를 나이 18세에 백제의 시중(市中)에 들어가 칼춤을 추니 구경하는 사람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백제왕이 이 소문을 듣고 황창을 불러서 칼춤을 추라고 하였다. 황창은 칼춤을 추는 도중에 기회를 보아 왕을 찔러 죽이자 백제인들이 분노해 그를 죽였다. 신라인들이 이를 슬퍼하여 그의 얼굴 모습을 본떠서 가면을 만들어 쓰고 칼춤을 추었는데 그것이 지금도 전한다. 본국검법의 배경은 신라의 화랑정신이며 이를 발판으로 신라에서는 훌륭한 검법을 창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본국검법은 신라검법이라고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검법이다.
재일검객은 원래 제일검객이라고 지어야 하지만 제일검객이라는 타이젬 아이디가 이미 존재하므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재일검객이 평소에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는데 바로 생이불유(生而不有)이다. 이것은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51장에 전(傳)한다.
生而不有 낳았으나 소유하지 아니하고
爲而不恃 행하였으나 기대하지 아니하며
長而不宰 길렀으나 마음대로 부리지 아니하니
是謂玄德 이를 일러 그윽한 덕이라 하느니라.
생이불유를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 재일검객은 상당히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일검객은 한국과 중국의 인기 아이디들을 자주 격파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판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고 속기 대국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통산 9단 승률이 65퍼센트에 달하고 대국한 상대방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잘 두는 강자들이란 것을 파악할 수가 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직접 기보를 열람해보시라. 무료회원이라서 기보를 열람할 수가 없다고? 배움을 얻기 위해서 투자는 기본이다. 또한 제일검객은 재투자를 잘하는 편이다. 틈나는 대로 여유자금을 베팅해서 전체 승률은 60퍼센트 정도지만 큰 판은 대부분 잘 맞춘다. 베팅이 자신 없는 사람들에게는 재일검객의 배팅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재일검객은 어렸을 적부터 천재 기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기재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A의 말에 의하면 그가 한참 절정기의 기량을 뽐낼 무렵에 입단대회에서 재일검객과 본선 리그를 두었다고 한다. 운명의 대국을 앞둔 리그 전적은 A가 두 판 중에 한 판만 이기면 입단인 반면에 상대는 이 대국에서 지면 입단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A는 눈 앞에 앉아있는 고향 후배인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승부욕을 느끼지 못했다. 자신은 다음 판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소년은 입단을 하고 A는 결국 다음 판을 패하게 되면서 그 이후로 입단과는 인연이 없었다. A는 독신으로 살다 갔지만 그렇게 불행하게 산 것은 아니었다. 생전에 B라는 영재를 만나면서 가르치는 즐거움이 컷을 것이다. 한가지 첨가한다면 필자 같은 둔재도 A에게 넉 점으로 한 판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재일검객의 기풍은 두터움을 중시하면서 수읽기가 강하고 빠르며 호쾌하고 스케일이 큰 면모를 보여줘 대가(大家)의 느낌을 전달해 준다. 나는 최근에 그의 멋진 바둑 두 판을 보면서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한 판은 두터움의 힘을 다른 한 판은 ‘모양이 나쁘면 반드시 수가 난다’ 라는 선현들의 말씀을 여실히 보여준 판이었다. 또한 놀랄만한 것은 공식 기록에 의하면 앞서 대국한 절정 고수인 그 둘과의 역대 전적도 모두 50 대 50이다. 두 대국을 보면서 문득 재일검객이 서두에서 말했던 본국검법의 계승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바둑에는 한겨레의 혼(魂)이 깃든 순장바둑과 유구한 세월 동안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전문기사 C는 재일검객의 바둑을 해설하면서 “예전에는 세력보다는 실리를 더 좋아했는데 근간(近間)에는 기풍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사이 바둑이 더 는 것 같네요” 라고 평가했다. 재일검객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공식 경기에 도움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우문(愚問)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라고 멋지게 응수하면서 함박 웃음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재일검객이 중국의 icaoicao 9단과 둔 치열한 대국을 소개한다.
| | | | 백1,흑2라면 상식적인 진행이다. 실전에 백 가로 뛰어나간것은 흑이 1로 씌우는것이 답답해 보이는데 과연 어떻게 싸울것인지 궁금하다. |  | | | | | | | 만약 흑1로 단수친다면 한점을 버림돌로 이용해서 백4로 기분 좋게 뻗을 것이다. 물론 좌변 백 두점은 타개할 자신이 있는 듯 보인다. 실전 진행은 흑1로 2에 뻗고 백도 1로 뻗자 흑에게 삼삼 침입을 당해 백도 귀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관건이다. |  | | | | | | 귀에서 숨막히는 접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백1로 빈삼각으로 막은것은 모양은 나쁘지만 수를 조여가는 과정이라서 모양을 따질 여유가 없다. 과연 수싸움이 어떻게 될것인가 |  | | | | | | 흑1,3으로 끼워 이은 것이 타개의 맥점이다. 가,나,다의 약점때문에 흑이 쉽게 타개할 수 있을것 같다. |  | | | | | | 백이 끊기는 약점을 효과적으로 지키자 흑2로 봉쇄를 피했고 백3으로 좌변의 뒷맛을 없앴다. 흑4로 어깨짚은것은 가,나,다로 나와 끊는것을 노린 수였다. |  | | | | | | 백이 1로 밀자 흑이 나와 끊어서 복잡한 전투가 다시 기다리고 있다. 흑이 16으로 씌웠는데 상변 백 5점은 무사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  | | | | | | 백이 살기 전에 백1로 나와 끊어서 흑의 응수를 물어본것은 고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수였다. 흑이 백 한점을 잡는것은 뒤에서 조여 붙이는것이 선수이므로 흑4 빈삼각으로 나왔다. 백11로 밀어가자 흑의 응수가 난처하다. 흑12로 지킨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흑13을 버티면 가,나,다 순서대로 흑 두점이 축이다. |  | | | | | | 흑은 우변에 다가서면서 백의 응수를 물었는데 백1로 가볍게 삭감하고 귀에 붙여 쌍방간에 치열한 접전 끝에 백11로 밀자 흑은 12로 한점을 잡고 물러나고 말았다. 두점을 살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  | | | | | | 흑1로 두어 두점을 살리고 싶지만 백2로 들여다보고 백4로 젖힌 후 백이 패로 버티는 노림수가 남아있다. 패싸움 도중 흑은 7로 물러설 수 밖에 없는데 백의 꽃놀이패가 나고 설상가상으로 팻감은 백이 많아 흑은 실전처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 | | | 백은 서두르지않고 좌하귀를 흑에게 내주는 대신에 하변에 뛰어들자 중앙의 흑의 미생마와 하변 흑 한점이 부담스럽다. 백은 흑의 대마가 수습하는 사이 교묘하게 중앙부근에 집을 만들어서 백의 우세를 확보했다. 나머지는 총보를 통해서 보기 바란다.
전반적으로 백은 전투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치밀한 수읽기와 노련함으로 완승을 이끌어낸 재일검객의 명국이라 할 수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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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재일검객이 마침내 샴페인을 터뜨렸다. 주위에서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에도 ‘그저 운이 좋았다’ 라는 말로 대신했다. 오늘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액자가 걸려있는 연구실로 향하면서 고사리 손들을 지도하고 있을 재일검객을 생각하면 그가 부럽기도 하고 한없기 커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