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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바둑과 술②

횡성…취석 바둑판을 찾아서

2007-09-21 오후 3:42:07 입력 / 2007-09-22 오후 3:08:05 수정












기분이 경쾌하니 한잔 / 꽃이 피었으니 한잔 / 청명해서 한잔 / 마음이 울적하니 한잔
애주가를 들어보니 천가지, 만가지로 감정이 뻗어 나간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술. 꽃이 피었으니 술 생각이 나고, 마음이 울적하니 또 한잔 술이 생각난다 했다.

바둑길은 백년 벗 / 흑백이 어우르면 서로 생동한다 / 반상에 떨어지면 살아 숨쉰다 / 욕심의 땅
애기가를 들어보니 19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네들의 인생사와 연결된다. 바둑과 함께라면 바람결에 고희가 실려가는 것도 모른다. 그대로 두고는 잠을 잘 수 없는 것이 마치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같다.

서거정은 술이 없으면 바둑을 두지 못한다했고, 정규삼은 술이 깬 직후가 바둑 두기 가장 좋다고 했던가. 술과 바둑은 그네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인생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나. 수십년, 수백년 전 횡성 수동계곡 암반 위에는 술과 바둑으로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그네들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 필자가 있다.

조선시대 선비였던 최문발이 1654년에 새긴 것으로 알려진 취석(醉石)이란 큰 글씨와 350년전에 새겨졌다고 하기엔 선명하게 남아있는 19줄 바둑판.
생각보다 좋은 날씨와 제대로 찾아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태풍 나리는 여유를 부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최규하 대통령의 친필 '취석시비' 각자가 있는 취석정에서 비를 피한다. 저 멀리 취석 바둑판은 쏟아지는 물폭탄에도 이정도 쯤이야(?)라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계곡의 범람으로 취석 바둑판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몇번이나 자세를 고쳐 잡아 봤지만 헛수고.

이리저리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취석정으로 돌아와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계곡의 물은 넘쳐만 가고…. 탁본을 위해 준비해간 먹물, 솜, 화선지와 멋들어지게 돌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올려 놓아야지라며 챙긴 바둑돌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

돌아오는 길. 아쉬운 마음으로 취석 바둑판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목적을 100% 달성하지 못한 필자에게 취석 바둑판은 마음이 울적해 보이니 한잔 술을 권했다. 또 다 잡아 놓은 말이 꿈틀거리고 다 죽었던 말이 구사일생한다며 바둑 한수를 권했다.
오직 취석 바둑판을 촬영해야지라는 생각만 있었다. 클로즈업 된 바둑판 그림을 담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나. 작은 것 하나에 매달려 자연과 하나가 된 취석 바둑판을 느끼지 못했다. 사소취대라는 바둑 교훈을 얻는다.

범람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위 위에 떨어지는 비소리가 들린다. 취석 바둑판을 더욱 운치있게 해줬던 나무 소리가 들린다. 필자는 자연의 소리에 취해 있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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