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총 104부작으로 인기리에 연재됐던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촬영 현장 건립에만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함으로써 사실적인 배경묘사와 아름다운 풍광(風光)을 담는데 많은 노력을 쏟은 작품이다. 또한 조선의 거북선과 판옥선 외에 일본의 세키부네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재현했고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전투 장면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조일전쟁이 발발했던 1592년 전라좌수영 이순신의 휘하에는 전투시 항상 선봉에 서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웠던 정운(鄭運 1543~1592)이 있었다. 정운의 자는 창진(昌辰) 본은 하동(河東) 출생지는 영암(靈巖)이다. 28세에 무과(武科)를 통과한 그는 청렴하고 정의로웠지만 강직해서 상관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켜 제주판관때 목사와의 불화로 파직당했다가 1591년 녹도만호(만호는 몽골식 명칭으로서 몽고의 침입을 받았던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무관직으로 당시 종사품의 무관벼슬)가 됐다. 정운은 전라좌수영의 최고 강궁으로서 옥포와 당포 해전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그해 9월1일 부산포 해전에서 전사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처럼 정운 장군은 4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이후 새롭게 태어났다. 1996년에 취역해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고 있는 정운함은 정운 장군의 이름을 본떠 지은 해군 제 6호 잠수함으로 수중 최대속력은 22노트이며 어뢰와 기뢰를 장착하고 3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해 2개월간 단독 작전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타이젬에 접속하는 일본 9단 가운데 'tenho-'는 실력에 비해 명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기사다. 'tenho-'는 포르투갈 어다. 영어로 번역하면 I must라는 뜻으로 ‘~한다.’라는 단순 진행 동사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must의 다른 뜻은 크게 1. ‘~해야 하다(의무).’ 2. ‘반드시 ~하다(필연).’ 3. ‘유감스럽게도~했다(과거의 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뜻을 조합해 의역해 보면 ‘바둑을 두는 것은 나의 직업이다. 어제도 피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상대방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대마를 잡고 말았다.’라고 해석해 보았다. 즉, 그의 아이디는 전투형이라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9단들은 주로 밤8시~12시 무렵에 대국을 한다. 이 시간대의 베팅 대국은 다른 때보다 베팅 액수도 크다. 그런데, 'tenho-'의 대국 시간은 회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때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력만큼 회원들에게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한 듯 하다.
'tenho-'는 2006년 7월 2일에 9단으로 첫 대국을 시작한 이래로 8단으로 내려 갔다 온 것은 한 차례다. 그가 한참 성적을 냈을 때에는 10연승과 16연승을 포함해 30국 동안 28승2패의 가공할만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의 현재 9단 전적은 501전 336승 165패로 승률이 67.1%다.
그의 최근 대국을 살펴보니 기풍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난타전에 강하고 부분적인 맥에 밝으며 속기가 세다. 둘째, 어깨를 짚는 수를 유난히 좋아하고 행마가 과감하다. 셋째, 발상이 자유롭고 틀에 박힌 수를 싫어한다. 넷째, 역전승이 많고 묘수가 자주 등장하며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tenho-'의 기보를 하나 둘씩 놓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한 프로기사. 그는 중후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데 특히 한국 기사에게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또 공식 대국에서 6천 판에 한 판 꼴로 등장한다는 3패 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tenho-'는 어떤 일본 타이틀 전에서 3대0으로 우승한 직후 겸손하고 솔직한 인터뷰를 했다. “바둑 내용이 형편 없었다. 제 1국부터 Y씨가 유리해 나는 기권할 때만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세 판 모두 완패의 내용이어서 스트레이트로 이기다니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다. 오히려 내가 3대0으로 져도 이상할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바둑 사상 손가락 안에 들 만큼 1천 승을 달성한 인물이고 세계 바둑 대회에 7번이나 결승에 진출해 두 차례 우승을 기록했다.
몇년 전 어느 세계 대회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6전 전패의 치욕을 안겨준 상대방에게 일생의 명국을 두어 간발의 차로 이긴 후의 인터뷰에서 “끝내기에서 너무 많이 당해 내가 진줄 알았다. 초읽기에 몰리면서 계산이 잘 안돼 고생했다. 운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tenho-'의 바둑을 보면 창의력이 돋보이는 수들이 많다. 이미 국내에도 번역돼 있는 그의 바둑 책을 보면 수를 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한국의 조훈현 9단은 “입단을 앞둔 연구생들이 프로기사의 수를 그대로 흉내를 내기만 해서는 프로 무대에서 성적을 내기가 힘들다. 창의적인 수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9단은 또 “'tenho-'는 힘이 장사고 보통 프로기사의 시각에서 잘 통하지 않는 수법을 종종 들고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중국의 'andyusa'와의 대국으로 'tenho-'가 흑을 잡았다.
| | | 상변에서 흑이 날일자로 씌운 장면 백1,3은 주위 배경은 다르지만 1997년 8월 11일 제 28기 명인전 도전 1국에서 이창호 9단이 조훈현9단에게 두었던 신수다. 흑도 6까지 정비해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실전에는 다른 변화가 나왔다. |  | | | | | | 백도 우상귀에 붙이면서 상변에 터를 잡고자 한다. 백9로 젖혔을때 흑10으로 밀어간 것이 좋은 행마다. 이것으로 그냥 이선에 막으면 백은 11로 이은 이후 10으로 밀어가는 것이 좋다. 흑12로 머리를 힘차게 내밀고 좌상귀 삼삼에 들어가 백21까지 타협이 이루어졌다. |  | | | | | 흑1로 좌하귀에 걸쳐 유행정석이 나왔다. 흑13으로 좌변에 어깨를 짚어간 것이 'tenho-'가 좋아하는 수다. 그의 바둑을 보면 이런 수가 자주 나온다. 선수를 잡은 흑은 우변에 23으로 붙여갔다. 만약 백이 '가'로 반발하면 이하 '바'까지 백 한점이 약해져 백이 손해다. |  | | | | | 우변 흑의 강수에 백은 1로 물러섰다. 그러나, 하변에서 흑이 이단젖혀 갔을때 21로 단수를 치고 23으로 호구치면서 버텼다. 아마도 우변에서 백이 당했다고 느낀 것 같다. 이런때 흑의 대응이 어렵다. |  | | | | | 흑은 중앙의 아군을 살리는 듯 싶더니 백이 10으로 끊는 강수를 두자 11로 기분 좋은 단수를 치고 멋진 행마인 15로 선수를 잡아 17로 우변의 백 다섯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은 중앙의 흑 넉점을 잡았지만 우변의 백대마가 위태롭게 됐다. |  | | | | | 흑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곳이 막힌 백은 결사 항전을 시작한다. 우하귀 흑의 사활을 역으로 추궁하면서 오궁도화로 만들었지만 수싸움은 흑의 승리다. 백은 우변에서의 손해를 만회하려 중앙에서 강수를 두었지만 흑의 버림돌 작전은 훌륭했다. 'tenho-'의 완력을 제대로 보여준 대국이다. |  | | | | | 'tenho-'는 십여년 전에 전성기를 맞이해 몇 해 전까지 좋은 성적을 올렸다.
오늘도 바둑 외길을 향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바라보니 항상 전투에 앞장서며 전라좌수영의 사기를 드높였던 녹도만호 정운 장군이 떠오른다.
정운 장군처럼 멋진 활 솜씨를 발휘해 세계 대회에서 대마를 포획하고 우승 트로피를 안으면서 활짝 웃는 그의 기념 사진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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